'친환경' 하긴 하는데... 뜬구름 잡는 건설업계 ESG
상태바
'친환경' 하긴 하는데... 뜬구름 잡는 건설업계 ESG
  • 신준혁 기자
  • 승인 2021.08.30 14: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메일 삭제·법인차 교체... 기상천외 ESG 캠페인
모듈러·태양광 등 ESG 둔갑한 사업 포트폴리오
산업환경설비는 매년 감소... "시장 진입 어려워"
'보여주기'식 되지 않으려면… ESG에 대한 진지한 고민 필요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단순 재무제표를 통해 기업의 경영 성과를 평가하는 시대를 지나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 비재무적 관점에서 기업을 평가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탄소배출과 비산먼지 등 환경 문제를 안고 있는 건설업계는 ESG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탄소포집, 비산먼지 저감 등 자정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일부 기업들이 ESG활동이라며 제시한 대안은 다소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DL이앤씨는 내년까지 업무용 법인 차량 500여대를 모두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교체한다. 하이브리드 차량을 도입하고 장기적으로는 충전 인프라가 확보되는 속도에 맞춰 법인 차량을 모두 전기차로 교체할 계획이다. 내연기관을 친환경 차량으로 교체하면 연간 425톤 정도의 탄소배출량 저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포스코A&C은 포스코 그룹의 탄소중립선언에 맞춰 업무상 이산화탄소 저감을 생활화한다며 ‘이메일 클린업 데이’를 진행하고 있다. 이메일 클린업 데이는 일정 기간 잃지 않고 쌓인 이메일을 삭제하는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데이터 센터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데 쓰이는 전력을 줄이기 위해 시작됐다. 회사 관계자는 “이메일을 삭제해 서버 과부하를 방지하고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차원에서 이 캠페인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건설사들은 설계도면을 종이 대신 모바일이나 애플리케이션에 작성하는 '페이퍼리스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폐 페트병'을 재활용한 근무복을 착용하는 등 ESG 경영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데이터 용량을 삭제해 서버에 쓰이는 전력을 줄이거나 법인 차량을 전기차로 교체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를 내겠냐는 회의적 시각이 대표적이다. 

정작 친환경과 관계 있는 '산업환경설비 사업'은 매년 감소 추세에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1년 시공능력평가 종합건설업 공사실적'에 따르면, 토목과 건축사업 기성액(이미 공사가 이뤄진 만큼 정산한 금액)은 크게 늘어난 반면 하수·폐수종말처리장, 에너지저장공급시설, 수력발전소 등의 기성액은 감소했다. 즉, 전통적 토목·건설업과 비교해 환경사업의 수주와 투자는 뒷걸음질 치고 있는 셈이다.

국토부는 매년 직전년도 연말 기준 '종합건설업자 시공능력평가액 순위'를 산정해 발표하고 있다. 주요 항목 중 '기술능력평가'는 시공상 환경관리와 건설폐기물 처리 실태가 주요 심사 대상이다. 상위 10위 건설사 가운데 4곳은 동 항목에서 전년 대비 감소세를 나타냈다.

건설업계가 추진 중인 모듈러 사업이나 태양광 설치, 환경폐기물 사업을 ESG경영으로 '둔갑'시키는 것 또한 무리한 해석이라는 평가도 있다. 건설사들은 해외 플랜트 시장이 악화되고 국내 먹거리가 줄어들면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ESG경영으로 보기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ESG는 기업 가치를 설명하는 유의미한 지표이지만 기업 입장에서 투자 대비 성과가 극히 낮은 분야"라며 “산업환경설비 사업은 시장 자체가 크지 않고 사업을 선점한 일부 업체가 큰 비중을 차지해 진입장벽이 높다”고 설명했다.

DL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ESG 경영에 발맞춰 친환경 차량을 도입한다"며 "업무상 탄소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ESG 경영을 실천할 것"이라고 전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