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평이 9억... 요동치는 '서울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 재개발
상태바
36평이 9억... 요동치는 '서울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 재개발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1.08.27 0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GS·포스코·대우·한양 현장설명서 참석 
무허가 100여 가구 보상, 마지막 쟁점 
시행사 SH, '공공재개발' 성공 강한 의지 보여
3년전 평당 1천만원 이하 땅값, 2천5백만 '껑충'
입주민 "60년 터전 그립지만 이젠 개발 필요해 재개발 환영" 
서울 마지막 달동네, 노원구 백사마을. 사진=시장경제DB
서울 마지막 달동네, 노원구 백사마을. 사진=시장경제DB

서울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의 재개발 추진이 순항 중이다. 과거 LH가 시행을 계획했으나 사업성 부족으로 손절했던 아픔을 갖고 있지만 SH공사 참여, 최근 규제 완화 등 집값 상승에 따라 입주민들은 재개발 추진을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난주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등 1군 건설사들이 참여 의사를 드러내면서 백사마을 주민들의 재개발 기대감은 한껏 부풀어 오른 상태다.

난민촌·거지촌 오명,
50여 년 만에 '2437세대' 새 터전으로

불암산 자락에 자리한 ‘백사마을’은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다. 1967년 도심 개발을 위해 청계천‧영등포 등에서 살던 철거민들을 강제로 이주시키며 마을이 형성됐다. 입주민들은 "마실 물도, 전기도 없었다", "거지촌이었다"고 회상할 정도로 난개발이 심했다. 백사마을 인근 정착지들이 1980년대 이후 아파트 단지로 변모했지만 유독 '백사마을'만 불암산과 개천이 흐른다는 이유로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였다. 그러는 사이 ‘백사마을’은 늙어갔고, 화재‧붕괴 등 안전사고에 매우 취약한 현재 상태에 이르렀다. 

‘백사마을 재개발’은 노원구 중계본동 104번지 일대 부지 18만6965㎡를 2025년까지 총 2437세대(공동주택 1953세대, 임대주택  484세대)의 상생형 주거단지로 만드는 사업이다. 임대주택 부지 규모는 4만832㎡, 나머지 부지 14만6133㎡는 일반 분양 아파트로 짓는다.

임대주택은 국민임대아파트식의 아파트가 아니다. 다가구처럼 한 주택에 2세대에서 많게는 4세대가 거주한다. 입주민과 SH가 공동으로 시행을 맡고 있다. 사업비는 약 5800억 원이다. 주민 90% 이상이 이주를 마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막판 쟁점은 이주하지 않은 무허가 주택 100여 세대다. 조합과 입주민들에 따르면 이주를 하지 않은 100여 세대는 임대주택 입주 등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백사마을은 1984년을 기준으로 보상 체계를 잡았는데, 1984년 이후 입주한 무허가 주민들 사이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현재 백사마을의 집값은 3년 전 대비 약 2.5배 올랐다. 백사마을에서 45년간 공인중개사로 활동한 A씨는 "3년 전 평당 1000만원도 안했던 땅값이 지금은 2500만 원 수준"이라며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코오롱글로벌, 한양건설 등 건설사들이 참여 의지를 나타내면서 집값이 계속 오르고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백사마을 재개발은 2025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주민 이주가 진행 중이다. 백사마을 재개발조합은 10월 30일 시공사를 선정하고, 내년 관리처분계획 인가 후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백사마을 수주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건설사들. 사진=시장경제DB
백사마을 수주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건설사들. 사진=시장경제DB

 

사업성 너무 낮아 LH도 손절한 사업지...
SH 공공재개발로 '승부수'

백사마을 재개발은 SH에서 현재 심혈을 기울이는 사업지다. 임대주택과 분양아파트를 통합하고, 모두가 함께 잘 사는 '공공재개발'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백사마을 재개발의 성공 여부가 앞으로 공공재개발, 공공재건축의 '롤모델'이 되기에 SH와 서울시는 반드시 사업을 성사 시켜야 한다. ‘백사마을’ 재개발은 그린벨트가 풀린 2008년부터 본격 정비사업이 추진됐다. LH가 시행사로 나섰다. 하지만 낮은 사업성과 주민 갈등 심화 등으로 LH는 2016년 사업을 포기했다.

2017년 SH가 LH의 재개발 계획을 이어받으면서 백사마을 재개발은 다시 한번 본궤도에 올라왔다. 하지만 주민들은 저층 위주의 아파트보다는 평균 층수 16층 높이로 건립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갈등은 재발했다. 당시 서울시는 사업이 더 이상 정체되지 않도록 모든 행정력을 동원했다. 갈등전문가를 급파하고 서울시, 구청, 사업시행자, 주민 등이 참여하는 33회에 걸친 회의 끝에 평균 층수 12층 이하, 최고 20층 이하로 의견을 모았다. 결과적으로 LH가 맡았던 2012년보다 '233세대' 증가하며 사업성은 커졌다. 

당시 SH공사 김세용 사장은 “중계본동 재개발정비사업 지역 주민들의 숙원을 해소하고 서울 시민의 주택안정을 위한 공사의 역할이 다시 한번 강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도 “백사마을은 재개발로 인한 기존 거주민의 둥지 내몰림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도심 내 대규모 주택공급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상생형 주거지 재생의 새로운 모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주민들도 재개발을 반기고 있다. 백사마을에서 50여 년간 건재상을 운영한 B씨는 "60여 년의 터전이 그립다. 지금은 우리 집 앞이 도로지만 그때만 해도 개천이었다. 옹기종기 모여 빨래하고 지냈던 추억이 생각난다. 하지만 보시는 것처럼 개발이 필요한 마을이다. 재개발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백사마을에서 40여 년간 슈퍼를 운영한 C씨는 ""저희가 백사마을에 유일한 슈퍼마켓이다. 40~50년 슈퍼 장사하면서 저희 가게가 한 20편 정도 영화 배경으로 활용된 것 같다. 그때가 그립겠지만 다 쓰러져가는 마을에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