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우건설 '아바타 시위'가 알려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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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우건설 '아바타 시위'가 알려준 교훈
  • 신준혁 기자
  • 승인 2021.08.2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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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집회 대신 안전모 모아 '아바타 시위' 중
시민 불편 최소화·비대면으로 불공정 매각 항의
차분한 분위기 속 기업실사... 극단적 충돌 없어
사회적 책임 준수... 산업계 ESG 대표 사례로 본 받아야
18일 대우건설 본사 앞에서 진행 중인 아바타 시위 현장 모습. 사진=정상윤 기자
18일 대우건설 본사 앞에서 진행 중인 아바타 시위 현장 모습. 사진=정상윤 기자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대우건설지부는 한달 째 대우건설 본사 앞에서 불공정 매각을 반대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시위 현장은 바리케이드를 치고 고성이 오가는 일반적인 시위와 달리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노조는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대규모 집회 대신 근로자 안전모를 모아 전시하는 '아바타 시위'를 선택했다.

아바타 시위는 코로나 확산으로 집회가 제한되면서 시위 참여자를 상징하는 물건을 모아 두는 방식이다. 노조는 시위의 정당성을 알리면서도 시민 불편을 초래한 점을 사과하고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우선협상대상자인 중흥은 지난주 대우건설에 대한 현장실사를 시작했다. 시위와 실사작업이 모두 차분한 분위기에서 이뤄지고 노사 간 소통 채널을 강화하면서 극단적 충돌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노조에서는 극렬한 반대 노선을 선회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노조는 18일 총파업을 예고했지만 산업은행과 임금교섭 합의를 거쳐 일정을 취소했다.

대우건설 아바타 시위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평가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 사회적 책임을 다한 대표적 사례이다. 노사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극단적 충돌을 막고 항의의 뜻을 전달하면서도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시민 불편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장 근로자를 상징하는 안전모를 아바타(분신)로 선택해 의미를 더하고 대중의 이목을 끄는 데도 성공했다.

산업계에서는 시위 문화가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시위는 사안의 심각성을 알리고 권리를 전달하는 행위로 소음과 교통 불편을 동반한다. 시위 목적이 정당하다 해도 수단이 잘못된 경우라면 피해는 일반 시민이 받을 수 밖에 없다. 민주노총이 국민건강공단 앞에서 대규모 불법 집회를 벌이고 현대제철 비정규직 지회가 통제센터를 기습 점거하는 등 극단적 행태는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

두 아이의 자녀를 둔 한 엄마는 대우건설 본사를 지나가다가 파업 현장을 보고 이렇게 인터뷰했다.

"내가 알고 있던 노조의 폭력적인 파업 방식과 달라서 발걸음을 멈추게 됐다. 시민 통행과 도로 미관을 해치지 않아서 좋은 것 같다. 오히려 정돈돼 있는 퍼포먼스와 매너있는 파업의 모습 때문에 현장에 적힌 글귀를 모두 정독하게 됐다. 전문가가 아니어서 무엇이 해결책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나가는 한 시민으로서 이러한 매너 파업은 보기 좋고, 이러한 파업이면 지지할 것 같다. 사측과 노조가 꼭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

한달째 진행 중인시위 현장은 소음 하나 없이 조용하지만 그 어느 파업 보다 강한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다. 도로를 점거해 시민의 통행권리도 침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돈된 퍼포먼스로 파업을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궁금증과 멋짐으로 대체시켰다. 길을 지나는 시민들은 오히려 '조용한 시위'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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