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의 공습上' 경제 생태계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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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의 공습上' 경제 생태계가 바뀐다
  • 박진형 기자
  • 승인 2017.07.06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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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일레븐 시그니처 간담회가 지난 5월 16일에 열렸다. 사진은 매장 내부의 계산대 모습. 사진=시장경제신문.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31층. 직원 한 명 없이 운영되는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지난 5일 찾았다. “어서오세요”라는 직원의 말 대신 각종 첨단기기들이 반겼다. 매장 입구에는 바이오 인식 스피드게이트, 계산대에는 스캐너와 컨베이어벨트가 자리했다. 가맹본부 홍보팀은 “앞으로 무인 콘셉트의 점포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무인약국, 무인공항, 무인도서관, 무인주차장, 무인렌트카… 키오스크 시스템(KIOSK SYSTEM)이 산업·경제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다. 키오스크란 무결제부터 예약, 상품정보제공, 서비스 이용방법 등을 제공하는 무인 단말기를 통칭힌다.

2017년의 대한민국은 키오스크의 전성시대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은 분야를 찾기 힘들 정도로 경제ㆍ산업 분야를 점령해 가고 있다. 

본지가 조사한 키오스크 도입 현황을 살펴보면 키오스크는 인건비 감소, 고객 마찰 감소 등의 장점을 타고 산업 전반에 걸쳐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패스트푸드점인 롯데리아는 현재 전국 460여개 매장에 무인 판매대를 설치했다. 버거킹도 전국 매장 268곳 중 47곳에 무인 계산대를 운용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올해(2017년) 상반기 내 전국 250여 개 매장에 무인결제 패널인 ‘디지털 키오스크’를 도입할 계획이다.

은행도 키오스크에 점령당했다. 신한은행은 은행 창구 업무의 90% 이상을 처리할 수 있는 ‘디지털 키오스크’를 편의점에 설치해 시범 운영 중이다. 우리은행은 은행 창구 업무의 80%를 처리할 수 있는 ‘위비 스마트 키오스크’를 명동금융센터 등 39개 점포에 배치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도 키오스크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약국도 마찬가지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문전약국과 다사랑약국에는 처방전 바코드를 찍으면 자동으로 처방 정보가 조제실로 전달되는 자동화기기가 도입됐다. 손님은 이 기계를 통해 결제를 하고 영수증이나 복약안내서를 출력해 처방전과 함께 접수대에 제출하면 된다. 

이밖에도 무인 키오스크는 ▲PC방 ▲노래방 ▲모텔 및 호텔 ▲대중교통 ▲병원 ▲카페 ▲영화관 ▲쇼핑몰 ▲헬스장 ▲회사 ▲식당 ▲편의점 ▲학원 ▲초중고 급식 ▲군대px ▲패스트푸드점 ▲상품권구매 ▲주차장 ▲마트 ▲관공서 ▲푸드코드 ▲휴게소 ▲놀이동산 ▲주민센터 ▲무인사물함 ▲창고 ▲카셰어링 ▲택시 ▲택배 등을 점령했다. 이제는 키오스크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은 산업군을 찾기 힘들 정도다.

산업별 키오스크 도입 현황. 표=시장경제신문.

시장조사기관인 비비씨 리서치(BCC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셀프서비스 시장(무인결제시장)은 2016년 544억 달러에서 2021년 835억 달러로 8.9% 성장한다.  세무항목별로 보면 2021년까지 키오스크 성장률은 17.4%로 가장 높았다. 자판기는 7.3%, ATM은 7.2% 순으로 나타났다.

하이에크소사이어티 최승노 회장(고려대학교 경제학 박사)은 “키오스크 산업은 ATM이나 지하철 영화관 등뿐만 아니라 외식업계, 쇼핑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도입 및 실험을 하고 있다”며 “단순 업무가 가능한 분야일수록 자동화시스템의 변화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무인점포는 이미 우리 삶에 익숙한 하나의 현상”이라며 “키오스크가 비용을 낮춰 산업의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증권 포트폴리오전략팀 윤정선 연구원도 같은 예측을 했다. 그는 “아직까지는 주로 역사와 관공서, 쇼핑몰 등에서 키오스크를 주로 접할 수 있지만 다양한 사업장에서의 인건비 절감 필요성에 따라 ‘무인화’의 시장트렌드가 확산될 것으로 판단되다”고 말했다.

편의점에 설치된 신한은행의 '디지털 키오스크' 사진=신한은행.

소비자들도 이미 키오스크 시스템에 적응한 모습이다.

대학생 황단비(22·여) 씨는 “영화를 볼 때나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 주로 무인계산대를 이용하는 편”이라면서 “줄을 기다리고 주문하는 것보다 시간 절약이 된다”고 말했고, 회사원 정민규(35·남) 씨는 “종업원들이 단순노동에서 벗어나게 되면 다른 업무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단순 계산에서 벗어나게 되면 고객 대응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고, 조리와 청결 부분에 더 신경을 쓸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한편 키오스크의 그림자도 존재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자리 감소다. 

상명대학교에 재학 중인 박 모(26·4학년) 씨는 “대학생들이 학비와 용돈을 벌기 위해 편의점이나 PC방 등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자동화시스템이 상용화되면 결국엔 필요한 인력이 감소돼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아주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재학 중인 황예인(23·여) 씨는 “최저시급 1만원 논의가 진행되면서 장기적으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사람을 대신해 기계를 설치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50대 남녀 104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6.5%가 “4차 산업혁명(무인화)이 내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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