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되는 CO2 잡아라"... 탄소 모으는 SK이노, 재활용하는 현대오일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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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되는 CO2 잡아라"... 탄소 모으는 SK이노, 재활용하는 현대오일뱅크
  • 최유진 기자
  • 승인 2021.09.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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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활용한 '넷제로(net zero)' 구현 주목
SK이노, 'SK E&P' 분할 통해 CO2 사업 추진
동해가스전 활용, 연간 400만톤 포집·저장 목표
현대오일뱅크, CO2로 '액체 탄산' 제조 주력
'DL E&C'와 협업... 친환경 시멘트 생산
탄소제로 도전 기업들, 인센티브 등 범 정부 지원 필요
사진=현대오일뱅크
사진=현대오일뱅크

각종 제조물 공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한 뒤 이를 다른 생산 공정에 재활용하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탄소포집·활용·저장) 기술이 빠른 속도로 상용화되면서, 도면 상의 밑그림 정도로 여겨졌던 '넷제로'(net zero)가 현실이 되고 있다. '넷제로'는 배출되는 탄소량과 흡수 내지 제거되는 탄소량이 같아 온실가스 배출량이 사실상 0이 되는 상태를 말한다. `탄소중립(carbon
neutralization)'이라고도 한다. 

CCUS는 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하는 CCS, 포집한 탄소를 활용해 다른 제품을 제조하는 CCU 기술로 나뉜다. 국내에서는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 E&S와 현대오일뱅크가 관련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양사는 각 기업 특성에 맞춰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분할하는 E&P(석유개발) 사업부문을 활용해 CCS 기술 연구에 집중한다. CCU 기술의 경우 내부 사업 전략상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는 잠정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현대오일뱅크는 CCU 기술을 적용한 시멘트, 콘크리트, 액화 탄산 등을 내년 하반기 상용화할 예정이다. CCU 기술은 신소재 사업 확장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것이 내부 분위기이다. 국내 기업의 경우 아직까지 CCU 기술을 본격 적용해 제품을 상용화한 사례가 없어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 발생을 '0'(제로)으로 만들겠다는 '2050년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배출되는 탄소량을 제로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의 기본 시각이다. 때문에 배출된 만큼 탄소를 흡수해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정부의 실질 목표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유럽 등 해외 각국의 넷제로 전략 방향성도 거의 비슷하다. 

각국 정부가 화석연료 기반 내연기관 자동차의 생산과 판매를 단계적으로 줄이고 그 빈틈을 전기차나 수소차량으로 채우는 전략을 속속 수립하는 근본 목적도 '넷제로'에서 찾을 수 있다. 이달 7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넷제로'를 위한 유일한 기술로 CCUS(탄소 포집·저장·활용)를 꼽았다.
 

SK이노, 동해가스전에 CO2 포집·저장

전 지구적 기후위기 대응... 범 정부 차원 지원 필요 

SK이노베이션과 SK에너지는 올해 2월 노르웨이 국책연구소 주관으로 진행 중인 700만 유로(한화 약 93억원) 규모의 ‘EU REALISE’ 사업에 참여했다. 액상 흡수제 기술을 개발해 CCS 사업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올해 5월에는 한국석유공사와 동해 가스전을 활용한 CCS 사업 국책과제 협약을 체결했다. 회사는 동 사업을 통해 2030년까지 연간 400만톤 이상의 이산화탄소 포집·저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먼저 내년 6월부터 천연가스 생산이 종료되는 동해 가스전에 연간 4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 이송해 저장할 계획이다. 울산 CLX 내 보일러 등 이산화탄소 발생이 많은 설비와 공정에 시스템을 확대 적용하겠다는 것이 회사의 목표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CCS는 탄소를 포집해 저장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며 "SK E&S의 경우 정유사들 중 유일하게 E&P 사업을 하고 있어 CCS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하에 부존하는 원유나 천연가스 등을 찾아내 이를 개발, 생산, 판매하는 E&P 사업을 하고 있다. 인프라 조성 측면에서 다른 기업에 비해 유리한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포집·저장된 이산화탄소는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도 있다. 반도체와 석유화학, 건축용 자재 기업들은 제조 공정에 이산화탄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회사 역시 저장된 이산화탄소를 다른 기업에 판매한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CCS 사업에 대해서는 시장 형성 자체가 아직 안 됐다는 신중론이 있다. 국내의 지리적 특성상 탄소 저장 공간이 제한적이고 실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효율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도 신중론 내지 회의론자들이 주로 지적하는 대목이다. 저장된 이산화탄소 판매를 통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견해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가 존재한다.  

그러나 전 지구적 기후위기 대응과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 추진 의지를 고려할 때, 회사가 추진하는 CCS 사업은 충분히 메력적인 미래 먹거리 구상이다. 국책과제 측면에서도 범 정부적 지원을 기대해볼 만하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향후 반도체, 석유화학 분야 등에 포집한 탄소를 판매할 계획"이라며 "아직 시작단계다. 향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 CO2로 액체 탄산 제조

DL과 협업, CO2 활용 시멘트·콘크리트 생산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6월 신비오케미컬과 '액체 탄산 생산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충남 대산공장 수소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20만t을 액체 탄산으로 만들어 재활용할 예정이다. 회사는 공급 규모를 내년 상반기까지 최대 36만t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신비오케미컬이 생산하는 액체 탄산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 쓰인다.  

회사는 이달 12일 DL이엔씨와 CCU 설비 구축을 위한 협약을 맺고, '이산화탄소 활용 친환경 시멘트·콘크리트 제조'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산화탄소 뿐만 아니라 대산공장에서 발생하는 정유 부산물인 탈황석고 50만t도 재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CCU 시설에서 생산된 시멘트, 콘크리트, 액체 탄산 등의 상용화 시기는 내년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국내 기업 중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만든 제품을 상용화하는 것은 최초"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CCS는 저장 비용이 많이 들어 다른 제품으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CCU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며 "이산화탄소는 시멘트 외에도 석고, 종이, 벽지 등 제지산업 원료로도 사용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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