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레볼루션②] 에쓰오일, 뒷북 '디지털 전환' 먹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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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레볼루션②] 에쓰오일, 뒷북 '디지털 전환' 먹힐까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1.08.25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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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디지털공장 구축 발표, 업계서 가장 늦어
드론 띄워 설비검사, 고객 상담에 챗봇 이용
전환 핵심 '스마트팩토리' 2년 뒤에야 도입 예정
전문가들 "S-OIL, '속도전'서 뒤쳐지면 기술 격차 더 커질 수 있어"

<편집자주>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돼 온 정유·화학산업이 최근 여러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더이상 '정제 마진'에만 기댈 수 없게 된 정유화학사들은 최근 몇 년간 석유화학 등 비정유 사업에서 성장동력을 찾았다. 그러나 글로벌 석유기업과 중국의 대형 정유사들이 정유와 석유화학을 통합한 COTC(Crude Oil to Chemicals) 설비를 확대하면서 국내 정유화학사들의 성장 동력은 약화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위기 극복의 해법으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탄소 감축' 등 친환경 분야에서 이미 그 성과를 입증하고 있다. <시장경제>는 정유·화학업계가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에쓰오일 전경. 사진=시장경제DB
에쓰오일 전경. 사진=시장경제DB

올해 3월 에쓰오일은 '디지털 전환 로드맵'을 수립하고 2023년까지 디지털 공장, 디지털 마케팅, 스마트 워크 근무 환경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4차 산업혁명 기반 첨단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미래경쟁력 확보에 나서겠다는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에쓰오일 알 카타니 CEO는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생존과 차별화를 위한 필수 요건"이라며 "모든 자원과 역량을 투입해 최대한 신속하게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에쓰오일은 공장 현장에 드론과 스마트 헬멧 등 디지털 장비를 도입해 생산성과 안정성을 높혔다. 100미터 높이의 플레어 스택(Flare stack,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가스 처리를 위한 굴뚝 형태 연소장치)에 드론을 띄워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카메라가 부착된 스마트 헬멧을 활용해 생산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다. 

이밖에도 에쓰오일은 디지털 전환 전담조직을 통해 △국내시장 경질유 수요 예측 모델 구축 △고객 상담센터 챗봇 시스템 구축 △주유원 교육용 챗봇 시스템 구축 등 3가지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다만 회사의 디자털 전환 선언은 국내 정유사 중 시기적으로 가장 늦은 감이 있다. 

 

공장 자동화, 업무 효율화 수준에 머물러

동종업계 경쟁사 대비 디지털 전환 늦어 

에쓰오일은 카메라가 장착된 웨어러블 장비인 스마트 헬멧도 도입한다. 사진=에쓰오일
에쓰오일은 카메라가 장착된 웨어러블 장비인 스마트 헬멧을 도입할 계획이다. 사진=에쓰오일

업계에선 에쓰오일의 디지털 전환이 동종업계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져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쟁사들은 △스마트팩토리를 통한 '공정운영 최적화' △디지털 신기술을 통한 공정 관리 혁신 △빅데이터를 활용한 원재료 가격 및 수급 방식 예측 △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설비 상태 데이터 수집 등 업무 프로세서 곳곳에 디지털 개념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특히 동종업계 경쟁사 대부분은 생산 효율성이나 공정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정보 통신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한 반면, 에쓰오일은 공장 자동화나 업무 효율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디지털 전환에 있어서 핵심은 빅데이터·사물인터넷·인공지능 등 최신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해 공정 설비의 생산능력을 한 차원 이상 높이는 것이다. 에쓰오일은 2023년까지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할 계획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19년 스마트팩토리 도입을 완료한 기업과 유사 조건의 미 도입 기업을 비교한 '스마트팩토리 보급사업 성과분석'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팩토리 도입을 완료한 기업이 매출액, 수출액, 고용 등 주요 평가지표에서 더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무엇보다 이같은 격차는 기간이 경과할수록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쓰오일이 '디지털 전환 속도전'에서 뒤쳐진다면 기술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대다수 국내 플랜트는 90% 이상 자동화를 마쳤고, 정유·화학 산업에서 '촉매기술'이 오랜 기간 핵심 경쟁력 역할을 해온 탓에 디지털 기술 도입 등 혁신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런 업계 특성을 감안해도 현재까지 스마트 팩토리의 부재, 데이터를 기반한 의사결정 부족 등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내 정유·화학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며 "에쓰오일도 빅데이터, AI 기술 등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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