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주상복합, 1층 중국집서 발화... '화재취약 단열재' 써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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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주상복합, 1층 중국집서 발화... '화재취약 단열재' 써 확산"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1.08.1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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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서, '다산 주상복합아파트 현장조사' 결과 발표
1층 중국집서 발화, 천장 틈 사이로 불길 번져
경보 울렸으나 오작동 판단한 관리인이 작동 중지
상가 비대위 "관리·시공 부실 확인, 4개월째 보상기미 없어"
남양주소방소가 작성한 다산 부영애시앙의 화재현장조사에 따르면 발화 지점은 1층 중국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화재현장조사 캡처
남양주소방소가 작성한 '화재현장조사'에 따르면 발화 지점은 1층 중국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화재현장조사 캡처.
사진=화재현장조사서
사진=화재현장조사서

올해 4월 발생한 경기 남양주 다산동의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의 원인이 밝혀졌다. 발화점은 상가 1층 중국집으로 확인됐으며, 화재 확산 원인은 ‘관리 미흡’으로 조사됐다.

상가 소유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11일 본지에 제보한 ‘화재현장조사서’에 따르면 경기 남양주소방서는 이달 7일 화재 사건에 대한 분석 결과를 내놨다. 소방당국은 4월부터 최근까지 약 5개월 동안 총 24차례 조사를 진행했다.

불길이 시작된 곳은 ‘1층 상가 중국집 주방’이었다. 웍 내부에 있던 기름이 과열돼 발생한 유증기에 불이 붙었고, 이후 천장을 통해 주차장 및 단열재로 옮겨붙으며 급격하게 연소가 확대됐다.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 헤드는 개방된 것으로 보이며, 옥내(외) 소화전은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집 관계자는 "불을 끄기 위해 면솥 뚜껑으로 화재가 발생한 웍을 덮었다. 그런데 웍과 면솥 뚜껑 사이로 불 이 새어 나왔다. 불이 꺼지지 않아 주방에 있던 소화기를 주방 입구에서 분사했고, 불길이 작아졌으나 소화기 사용을 마치자 화염이 다시 커졌다. 당시 화염이 후드를 타고 올라가는 것 처럼 보였으며, 몇 초 후 검은색 연기가 홀 내부로 들어오기 시작해 매장 밖으로 대피 후 119에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화재현장조사서에 따르면 자동화재탐지설비와 비상방송설비,  경보설비, 유도등, 비상조명 등 피난·구조설비는 정상 작동했다. 그러나 1층 중계기에서 계통 발생 이상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화재현장조사서에 첨부된 중계기 로그기록 등을 보면 13개소에서 통신 이상이 감지됐다. 중계기는 화재 발생 시 화재를 인식하고, 화재 경보와 경종을 동작하게 하는 화재 시설이다.

다음으로 중계기와 함께 동작해야 할 감지기와 수신기는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불길을 차단하는 방화셔터는 ‘조작 정지’ 기록은 있으나 ‘조작 해제’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 방화셔터가 무용지물이었고, 화재 진화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 비대위의 해석이다.

문건을 보면 상가 방화셔터 69개 중 67개가 미작동했으며, 천장 반자 내부에 설치된 철판 방화구획의 구멍(틈)을 통해 화염과 열이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건축 전문가들은 거실(복도 등 통로 포함)에 설치된 방화셔터도 작동되지 않아 열, 연기, 화염이 확산된 것으로 추정했다.

소방당국은 방화셔터(정지) 원인으로 '설비 고장'은 배제했다. 다만 ‘방화셔터 수신기 배터리’에 대한 충·방전 성능 테스트를 국립소방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정상적인 충·방전이 불가능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비대위는 “평상시 오작동이 잦다는 이유로 관리실에서 ‘정지’를 해놓은 것이 화재 확산의 주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상가 방화셔터 69개 중 67개가 미작동했으며, ‘방화셔터 수신기 배터리’의 정상적인 충·방전이 불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화재현장조사서 캡처
상가 방화셔터 69개 중 67개가 미작동했으며, ‘방화셔터 수신기 배터리’의 정상적인 충·방전이 불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화재현장조사서 캡처

대표적인 소방설비 중 하나인 ‘옥내·외 소화전설비’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대가 화재 현장에 도착해 소화전 사용을 시도했으나 수신기 기능이 정지된 상태로 작동하지 않았다.

조사서에 따르면 화재 발생 초기, 관계자(상가 방재기사)의 ‘수신반 임의 조작’ 행위도 드러났다. 감지기 신호는 16시 28분 47초에 최초 감지돼 16시 31분 06초 마지막 이벤트를 끝으로 기록이 없다. 이후 셧다운이 추정되는데, 당시 방재실 근무자도 “수신기를 임의 조작했다”고 진술했다.

소방경보설비는 화재 초기 정상 작동됐으나 관계자 임의 조작 이후 작동이 멈췄다. 관계자가 평소 ‘오작동’을 이유로 경보설비를 임의 정지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서에는 건축·시공 관련 문제점도 언급돼 있다. 먼저 천장·벽체에 화재에 취약한 가연성 단열재가 쓰였다. 소방서는 필로티 건축물의 구조적 특성과 결합해 화재가 급격하게 확산됐다고 추정했다.

'천장 상부 방화구획 미흡'도 화재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조사서 146p를 보면 “내화 구조로 된 바닥 및 벽은 기준에 적합한 갑종방화문이나 자동방화셔터로 완전구획돼야 하고, 기타 시설물 등이 방화구획을 관통하는 경우는 틈새를 밀실하게 메워야 한다. 그러나 일부 구역의 방화셔터 상부와 상층부 바닥 슬래브 사이에 ‘내화구조’가 아닌 ‘철판’이 사용됐고, 상부와 틈이 있었으며, 시설부 관통부 주변 틈새가 밀실하게 메워지지 않은 것이 식별되었음을 확인했다”라고 기재돼 있다.

비대위는 “남양주 화재 사건에서 건설사의 과실과 관리 부실이 면밀하게 드러났다”며, “화재 4개월이 지났지만 피해자 보상과 시설 복구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생계형 임대·임차인들은 고통을 받고 있다. 시공사의 화재 참사의 책임이 드러난 만큼, 지금까지의 미온적 태도를 버리고 피해 보상과 시설 복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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