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25시] 이산화탄소 풀풀... 친환경 탈 쓴 '태양광 패널'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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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25시] 이산화탄소 풀풀... 친환경 탈 쓴 '태양광 패널'의 민낯
  • 신준혁 기자
  • 승인 2021.08.19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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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中 폴리실리콘 제조 위해 석탄발전소 증설”
패널 1장 제조에 '나무 100그루' 맞먹는 탄소 배출
국내 기업도 폴리실리콘 제조에 막대한 전기 사용
한화솔루션, 한솔테크닉스 등 탄소배출량 높아
국내 1위 OCI, 말레이 공장 '수력발전'으로 전기 수급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태양광 패널이 미래 신재생에너지를 대표하는 첨단 소재로 각광을 받으면서 '친환경' 이미지 뒤에 가려진 과도한 탄소 배출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 태양광 패널은 제조부터 사용, 폐기 등 전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탄소를 발생시킨다. 

폴리실리콘을 비롯해 패널 핵심 소재 생산에 막대한 전기를 필요로 하며, 그 전기의 대부분을 석탄발전을 통해 얻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친환경으로 포장된 새로운 형태의 환경 파괴'라는 비판이 거세다. 수명을 다한 '폐 패널'이 토양오염의 새로운 원인 중 하나로 주목받으면서 태양광 산업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힘을 얻고 있다.  

이달 초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유통 중인 태양광 패널 상당수는 대규모 석탄발전에 의존한 중국 기업들이 생산하고 있다. 태양광 패널의 원재료인 웨이퍼는 폴리실리콘을 정제해 만든다. 패널은 웨이퍼를 가공한 셀(태양전지)을 이어 붙여 조립하는 과정을 거쳐 제조된다.

중국 정부는 폴리실리콘 제조과정에 필요한 전기 생산을 위해 신장과 내몽골 등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에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탄소배출 규제를 풀었다. 그 결과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석탄발전 의존도는 대폭 증가했다. 

문제는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폴리실리콘이 전 세계 물량의 75% 이상을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GCL폴리 등 중국 기업들은 저렴한 석탄발전을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고, 글로벌 공급망을 독식했다. 석탄발전을 지양하고 대체 전력을 사용하는 독일 '바커 케미(Wacker Chemie) AG'의 폴리실리콘 제조비용은 중국 기업과 비교해 4배 이상 높다. 

미국 코넬대 펑치 유 교수는 WSJ에 "중국산 태양광 패널은 유럽산보다 이산화탄소를 두 배 이상 배출한다"며 "중국산 제품을 사용하는 국가는 탄소 저감 효과를 얻지 못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주요 태양광 패널 '와트당 탄소 배출량'. 그래픽=황유정 디자이너

 

'저탄소 태양광 패널' 연구 필요성 제기

OCI, 말레이 공장... "수력발전으로 전기 수급"

국내 태양광 산업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산업용 전기는 대부분 석탄발전을 통해 생산된다. 친환경을 구현한다는 태양광 패널 제조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폴리실리콘 제조 기업은 제조원가의 30~40%를 전기비용으로 지불할 만큼 많은 양의 전기를 소비한다.

정부는 태양광 패널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관리하기 위해 '탄소인증제'를 도입했다. 탄소인증제는 폴리실리콘부터 셀에 이르기까지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총량과 소비된 전력을 합산해 평가한다.

다만 한화솔루션, LG전자, 신성이엔지, 한솔테크닉스, 현대에너지솔루션 등은 최종 제품의 탄소배출량만 공개해 개별 단계에서 발생하는 수치는 확인할 수 없다. 수입 제품은 측정이 불가능해 관련 수치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OCI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공장. 사진=OCIMSB
OCI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공장. 사진=OCIMSB

국내 태양광 패널 완제품은 400W 출력량 평균 700kgCO₂/kW의 탄소를 배출한다. 30년생 소나무 1그루의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6.6kgCO₂로 알려져있다. 400W 출력 태양광 패널 완제품 1장을 생산하는데, 30년생 소나무 105그루 가량이 1년간 흡수하는 양과 맞먹는 탄소가 배출되는 셈이다.   

태양광 패널 제작에 이처럼 막대한 양의 탄소가 발생한다면, 태양광 발전을 확대할수록 전 지구적 환경 생태계가 위협을 받는 역설이 벌어진다. 

업계 전문가들은 '저탄소 태양광 패널'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태양광 부품 제조과정 별 전기사용량을 계량화하고, 석탄발전 대체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폴리실리콘 생산 국내 1위이자 세계 7위 기업인 OCI는 전기 수급 방식을 석탄발전에서 수력발전으로 전환했다. OCI는 지난해 태양광 패널용 폴리실리콘 공장을 말레이시아 사라왁주로 이전했다. 이 지역은 말레이 반도와 거리가 먼 오지에 위치하고 대규모 수력발전소가 인접해 환경보호와 전기 수급이 용이하다.

회사는 수력발전으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만큼 공장 증설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OCI는 2022년까지 말레이시아 공장 생산능력을 3만톤에서 3만5000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OCI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생산 중인 폴리실리콘은 대부분 현지 수력발전소에서 얻은 전기를 이용하고 있다"며 "2017년 인수 당시 전력 수급 방식을 그대로 유지해 친환경 발전을 실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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