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R&D 생존전략④] 매출 15% 무조건 떼놓는다... 대웅제약의 '新藥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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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R&D 생존전략④] 매출 15% 무조건 떼놓는다... 대웅제약의 '新藥 혁신'
  • 홍성인 기자
  • 승인 2021.08.1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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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치료제보다 편의성 높인 신약 개발 몰두
당뇨병, 섬유증 치료제 등 난치성 질환 관심
오픈콜라보레이션 통해 협력사 동반성장 도모
전승호 대표 "다양한 파이프라인 통해 미래 가치 확보"

<편집자주>국내 제약사들이 R&D(연구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제네릭 의약품 과당경쟁에서 오는 수익률 저하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제약사 등록 기준이 낮은 것이 근원적인 문제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독자적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재투자는 글로벌 확장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요소다. 종근당, 한미약품, 대웅제약, 유한약품 등 국내 메이저 제약사들이 미개척 치료제 개발을 위해 R&D 강화에 전사적 역량을 결집하는 이유기도 하다. 본지는 국내 제약사의 R&D 진행 상황을 되짚어보며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살펴본다.

대웅제약 본사 전경. 사진=대웅제약
대웅제약 본사 전경. 사진=대웅제약

대웅제약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신약 개발에 가장 공세적으로 투자하는 제약사 중 한 곳이다. 대웅제약은 특히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고 미충족 수요(unmet needs)가 높은 난치성 질환을 위한 ‘세계 최초 신약(First-in-Class)’ 개발과 함께, 기존 치료제들보다 환자 편의성과 치료 옵션을 높인 ‘계열 내 최고 신약(Best-in-Class)’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웅제약은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R&D(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 연구개발비용은 376억원으로, 별도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2,416억원 대비 15.55%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PRS 억제 섬유증 신약 ‘DWN12088’… 美 FDA 희귀의약품 지정

섬유증은 조직이나 장기가 딱딱해지는 증상으로 폐를 포함해 다양한 장기에서 발생한다. 난치성 질환으로 자칫 생명까지 위협하기도 한다. 최근 코로나 환자들에게 폐섬유증 증상이 나타난다고 보고되면서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단어가 됐다. 섬유증은 조직 내 콜라겐 함량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이 특징인 질환으로 아직까지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어 혁신신약 개발이 절실하다.

대웅제약은 ‘DWN12088’을 세계 최초(First-in-class)로 PRS(Prolyl-tRNA Synthetase) 단백질을 저해하는 섬유증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DWN12088’은 콜라겐 생성에 영향을 주는 PRS 단백질의 작용을 감소시켜 섬유증의 원인이 되는 콜라겐의 과도한 생성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최근 호주 임상 1상에서 안전성과 약동학적 특성,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올해 안에 미국과 한국에서 임상 2상을 신청할 계획이다.

또한 ‘DWN12088’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전신피부경화증에 대한 희귀의약품으로 추가 지정됐다. 2019년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지정된 후 두번째이다. 대웅제약은 체내 콜라겐이 과다하게 증가하면서 조직이나 장기가 딱딱해지는 것으로 보고 ‘DWN12088’을 전신피부경화증 치료제로도 개발 중이다. 현재까지 비임상시험을 진행해 전신피부경화증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향후 치료제로 허가받으면 세계 최초 전신피부경화증은 물론 전신피부경화증을 동반한 간질성폐질환까지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대웅제약은 심장, 간, 신장, 피부 등의 장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섬유증 치료제에 대한 연구를 확대할 예정이다.

대웅제약 연구실은 신약 개발과 관련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대웅제약
대웅제약 연구실은 신약 개발과 관련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대웅제약

 

국내 첫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신약 개발 도전… 식약처 신속심사대상 의약품 지정

대웅제약이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 중인 SGLT2 억제제 후보약물 ’이나보글리플로진(Enavogliflozin)’은 기존 제품 대비 뛰어난 약효 및 안전성을 보유한 약물이다. 이나보글리플로진은 신장에서 포도당을 재흡수하는 수송체인 SGLT-2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포도당을 체내 재흡수되지 않도록 하고 이를 소변으로 배출시켜 혈당을 조절한다.

지난해 이나보글리플로진의 단독요법 및 메트포르민(Metformin) 2제 병용요법, 메트포르민과 DPP-4 억제제의 3제 병용요법에 대한 적응증으로 임상 3상을 승인받았다.

대웅제약이 향후 임상 3상 및 허가절차를 마치고 이나보글리플로진을 시장에 내놓게 되면, 국내 제약사 중 처음으로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신약을 개발한 회사가 된다. 그동안 다국적 제약사들이 독차지하던 시장에서 SGLT-2 억제제 계열 내 최고 신약(Best-In-Class)으로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나보글리플로진은 지난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최초 신속심사대상(패스트트랙) 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이번 지정으로 대웅제약은 이나보글리플로진의 임상시험을 마무리한 뒤 신약허가를 받기까지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됐다.

신속심사대상으로 지정된 의약품은 허가심사시 법정 처리기간 120일보다 30일 단축된 90일 내에 심사가 완료되고, 식약처가 우선순위 심사와 사전상담을 규정하고 있어 신속성과 정확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웅제약은 현재 중국, 일본 등 주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임상시험도 계획하고 있으며, 2023년 국내 발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차세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로 동급 최상의 수준 기대

대웅제약이 자체 개발한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펙수프라잔(Fexuprazan)’은 위벽에서 위산을 분비하는 프로톤 펌프를 가역적으로 차단하는 기전을 갖는 P-CAB(Potassium-Competitive Acid Blocker) 제제다.

대웅제약은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펙수프라잔 국내 임상 3상을 완료하고 여러 산분비 관련 적응증 획득을 위한 추가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펙수프라잔은 8주까지 내시경상 점막 결손 치료에 있어 99%의 높은 치료율을 나타냈으며, 환자가 약을 복용할 때 불편함이나 부작용이 적은 양호한 내약성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투여 초기부터 주·야간에 상관없이 즉시 가슴쓰림 증상 개선을 보였으며, 위식도역류질환의 비전형적 증상 중 하나인 기침 증상도 개선됐다.

특히, 증상이 심한 환자에게 투여했을 때, 비교군 대비 3배 많은 환자들에게서 가슴쓰림 증상이 개선되는 효과를 확인했다. 내시경 치료율과 증상 개선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위산분비억제 효과를 보인 것이다.

지난해에는 펙수프라잔의 주사제 개발에 대해 식약처로부터 임상 1상을 승인받아 진행 중이며, 펙수프라잔 정제의 적응증 추가를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동일 계열 약물 중 유일하게 진행하고 있는 위염에 대한 임상 3상,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에 대한 3상을 비롯해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와 병용시 약물 상호작용에 대한 임상 1상을 완료해 3상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나서며 펙수프라잔은 글로벌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차기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멕시코, 브라질 계약과 중국에서의 3상 임상시험 계획 승인에 이어 올해 전세계에서 의약품 시장 규모가 큰 미국과 중국에도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칠레에서의 계약을 체결하는 등 펙수프라잔의 전 세계 라이선스아웃 계약 금액은 총 1조 370억원에 이른다.

 

더 높은 효능과 안전성… 신개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

우리 몸은 스스로를 보호하는 면역체계를 갖고 있어 인체에 해로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등이 침투하면 면역체계를 작동시켜 방어하고 제거한다. 하지만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기면 우리 몸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체 내부의 정상 세포를 공격하게 된다. 이러한 상태의 질환을 ‘자가면역질환’이라고 하는데 류마티스 관절염, 루푸스와 같은 류머티즘질환, 제1형 당뇨병, 건선과 같은 피부질환, 크론병과 같은 소화기계 질환 등이 이에 속한다.

자가면역환자의 경우 우리 몸에서 면역반응에 관여하는 T세포와 B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대웅제약은 이를 선택적으로 적절한 수준으로 억제해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는 신개념 자가면역 치료 후보물질 2개를 도출해 연구 중이다. T세포 또는 B세포 한 가지 세포를 저해하는 데에 국한돼 있는 기존 치료제와는 달리 T세포와 B세포를 동시 타깃해 저해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들 후보물질은 우수한 유효성뿐 아니라 면역억제제에서 우려되는 바이러스 감염 부작용도 최소화한 물질임을 거대세포바이러스(cytomegalovirus, CMV)에 감염된 동물 모델에서 확인했다.

앞으로 대웅제약은 천포창, 류마티스 관절염 및 전신홍반루프스, 아토피 피부염 등 다양한 자가면역 질환 환자들을 위한 글로벌 신약을 선도적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진=대웅제약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진=대웅제약

 

“최고의 파트너들과 함께 글로벌 최고로 도약”

대웅제약은 오픈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최고의 파트너와 협력해 동반성장하며 글로벌 최고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웅제약의 오픈콜라보레이션 전략은 크게 ▲현지화와 기술 기반의 제휴 ▲공동 R&D 모델 ▲ 전략적 투자를 통한 상호 성장 ▲스핀아웃·VRDO(가상신약개발연구, Virtual Research Development Only) 모델 등 네 가지다.

지난해 1월 영국 바이오텍 기업인 ‘아박타(Avacta)’사와 함께 설립한 조인트벤처 ‘아피셀테라퓨틱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아피셀테라퓨틱스는 대웅제약과 아박타의 기술을 융합해 기존의 항체 기반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세포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최근 아피셀테라퓨틱스는 8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고, 개발 중인 치료제의 전임상 시험을 조기에 시작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에는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대웅제약의 ‘이온채널신약팀’을 스핀아웃(Spin-out)해 ‘아이엔테라퓨틱스’를 설립하기도 했다. 아이엔테라퓨틱스는 Nav1.7 비마약성 진통제, 난청치료제, 뇌질환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비롯해 8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14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특히 Nav.1.7 비마약성 진통제 ‘iN1011-N17’는 현재 호주에서 임상 1상의 단일용량상승시험(SAD)이 진행 중이며, 비마약성 진통제에 관심을 가진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접촉을 요청받았다.

이외에도 인공지능(AI)을 접목한 글로벌 오픈콜라보레이션으로 미국 바이오기업인 ‘A2A 파마(A2A Pharmaceuticals, Inc)’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항암 신약 공동 연구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경상남도, 김해시, 인제대학교와 손잡고 세포·유전자 치료제 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지자체 및 학계와의 오픈콜라보레이션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올해는 해외 대학 및 해외 연구소와 오픈콜라보레이션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전승호 대표는 “삶의 질 향상을 선도하는 글로벌 헬스케어 그룹으로서 세계적인 전문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신약 개발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이고,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미래 가치를 창출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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