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시리즈 대부분 '털가루 날림' 현상... 사용설명 없는 '건식' 브라운 면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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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시리즈 대부분 '털가루 날림' 현상... 사용설명 없는 '건식' 브라운 면도기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1.08.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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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보도 후 온라인 커뮤니티, 불만 호소 잇따라
S7 외 다른 모델 사용자도 비슷한 불편 겪어
"털가루 빠짐 현상 알았다면 구매 안 했을 것"
브라운 "시리즈3~9 대부분 적용, 위생 위한 설계"
사용설명서 등 안내 문구 없어... '건식 사용' 홍보는 계속
브라운면도기 라인업. 사진=브라운면도기 홈페이지 캡처
브라운면도기 라인업. 사진=브라운면도기 홈페이지 캡처

전기면도기 브랜드 '브라운' S7 모델이 '미세 털가루 날림 현상'으로 논란을 초래한 가운데, 동종 브랜드의 다른 모델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취재진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브라운 브랜드 제품 관련 소비자 반응을 살핀 결과 '면도 후 털 빠짐' 현상은 S7 모델 외에 S3, S9 제품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본지는 이달 5일 브라운 모델 S7 제품 소비자들 제보를 동일 모델의 설계 결함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면도하면 털가루 '우수수'... 브라운 면도기, 결함 논란에 "고유 설계"

전기면도기는 사용 특성상 미세 털가루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전기면도기 브랜드는 날을 둘러싼 케이스 안에 털가루가 모이도록 설계했다. 날망 혹은 금속제 케이스 안에 모인 털가루는 이용자가 전용 브러쉬 등으로 쉽게 청소할 수 있다.

반면 브라운 S7 제품은 면도 직후 발생한 털가루가 날망 안에 모이지 않고 본체 밖으로 빠져나온다. 때문에 면도 직후 기기 본체와 주변부를 바로 청소하지 않으면 이용자의 손과 얼굴, 옷, 방 바닥 등 실내 곳곳이 털가루로 덮인다.

본지에 S7 모델의 설계 결함 의혹을 제보한 소비자는, 제품 AS를 받기 위해 브라운 고객센터 직원과 나눈 대화내용을 전산 파일 형태로 전달했다. 그 내용을 보면 브라운 고객센터 담당자는 제보자에게 "털가루가 기기 안에 모이지 않고 바로 빠져 나오는 건 제품 청결과 위생을 위한 고유 설계의 결과"라며 "하자나 결함이 아니다"라고 안내했다. 

브라운 홍보 담당자도 취재진에게 같은 취지로 답변했다. 특히 해당 직원은 "다른 전기면도기도 사용하면 (털가루가) 다 빠져 나온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취재 중 만난 다른 브랜드 담당자들은 "우리 제품에서는 그런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보자는 "사방에 털가루가 날리도록 만든 게 위생과 청결을 위한 고유설계인지 묻고 싶다"며 브라운 측 답변에 의문을 표했다. 

위 보도 후 브라운 브랜드의 '털가루 빠짐'은 S7를 비롯해 S시리즈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공통 현상이라는 제보가 잇따랐다.
 

"면도할 때마다 세면대가 새까매져" 
브라운 제품 소비자 민원 잇따라   

다음은 본지 기사 관련 브라운 면도기 이용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린 게시글 중 일부이다. 

“브라운의 9시리즈를 큰 맘 먹고 샀습니다. 이게 면도를 하고 나면 (건식으로) 깎인 수염의 잔해가 밑에 떨어져 있더라고요. 처음엔 이게 뚜껑의 씰링이 문제인가 했는데... a/s팀장이라는 분이 설명하기로 설계 컨셉상 건식으로 하면 가루가 날리게 되어 있다 라는데..” -소비자 B.

“미개봉 중고 구매할까 하는데 면도 중 털가루가 바닥으로 떨어진다면 구입 안 할려구요. 클리앙에도 브라운9시리즈 털가루 떨어짐으로 글이 올라 온 게 있더군요” -소비자 C. 

“브라운 전기면도기 9293s를 구매했습니다. 면도 할때마다 수염 가루들이 밖으로 새어나와서 세면대가 새까매집니다. 조금도 아니고 엄청 새어나오는데 원래 이런 건가요? 후기보면 수염이 밖으로 새어나온다는 얘기는 없던데...ㅠ” -소비자 D.

‘S시리즈'는 브라운 면도기의 라인업이다. 이 가운데 S8, S9는 ‘프리미엄’, S7 이하는 '엔트리' 라인업이다. 엔트리부터 프리미엄 라인까지 털가루 날림 현상으로 불편을 겪었다는 이용자들의 게시글은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브라운 측도 “시리즈 대부분에 (같은 설계를) 적용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면도기 청결을 위해 이물질을 쉽게 걸러낼 수 있는 설계”라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해서 밝혔다. 

털가루 빠짐 논란의 근간에는 '부실한 정보 제공' 문제가 놓여 있다. 회사 측의 설명대로 위생과 청결을 이유로 깎인 털이 자연스럽게 외부로 흘러내리는 설계를 채택했다면, 처음부터 이런 사실을 고객에게 충분히 안내했어야 한다. 그러나 제품 설명서나 홈페이지 어디를 봐도 이런 안내문구는 찾기 어렵다. 되레 이용자들이 사용 중 털가루가 흘려 내려 불편을 겪었다고 신고한 제품 상당수는 ‘건식/습식 사용 가능’으로 표기돼 있다. '건식'은 물이나 면도크림 없이,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소비자 A는 “건식이라고 홍보하면서 ‘털가루 빠짐’ 현상을 안내하지 않은 것은 소비자의 알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천원 짜리 컵라면도 '뜨거운 물 주의'라고 알려주는데, 브라운은 자신들만의 자랑스러운 고유 설계라면서도 중요한 사실을 안내하지 않았다. 숨겨야만 하는 치명적 결함으로 밖에 안 보이고, 비판을 '소비자가 틀렸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기만”이라고 꼬집었다.

브라운 측은 “시리즈3 일부를 제외한 시리즈3~9(휴대용 시리즈 X포함) 대부분의 면도기가 습식/건식 지원이 가능한 방수 제품이다. 위생적인 사용을 위해 면도기 헤드 내 이물질을 쉽게 걸러낼 수 있는 설계가 적용됐다. 털 빠짐 정도는 면도기 사용자의 습관, 사용 환경 및 제품 디자인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전기 면도기는 진동 및 사용 방식에 따라 털 날림 현상이 있게 되며, 이는 전기 면도기에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털가루 빠짐은 모든 전기 면도기에서 공통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브라운 해명과 관련해 필립스와 파나소닉 관계자는 “자사 제품에서는 깎인 털이 빠지지 않는다”고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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