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하면 털가루 '우수수'... 브라운 면도기, 결함 논란에 "고유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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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하면 털가루 '우수수'... 브라운 면도기, 결함 논란에 "고유 설계"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1.08.0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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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전기면도기 S7, '털가루 날림 현상' 논란
"바닥·옷 온통 털가루, 아이들 비비고 먹기까지"
회사 측 "제품 청결 위해 바깥에 빠지게 고유 설계”
소비자 "황당 해명, 고유 기술이라며 안내도 안 해”
"건식 홍보해 놓고, 화장실서 쓰면 문제 안된다 강변"
사진=브라운면도기 S7, 네이버 검색 화면 캡처.
사진=브라운 면도기 S7, 네이버 검색 화면 캡처.

100년 전통의 '브라운 면도기'를 사용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털가루 빠짐' 논란이 일고 있다. 면도할 때 발생하는 털가루가 면도기 본체 안에 모이지 않고 밖으로 떨어져 날린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은 "미세 털가루가 어린 아이들의 코나 입으로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위생·보건과 직결된 중대 결함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면도기의 위생과 청결을 위해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다”며 결함이나 하자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미세 털가루가 자연스럽게 밑으로 빠져나오게끔 설계를 했다는 것이다. 회사 측 해명을 접은 접한 소비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일부 소비자는 "털가루 빠짐 현상을 사전에 안내했다면 제품을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랑스러운 고유 설계라면서 소비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를 안내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면도기 사용 후 털가루 가득... "외부유입 오염 물질인 줄"

브라운 면도기를 사용하는 서울의 한 소비자는 최근 방에서 놀고 있는 어린 두 자녀의 손을 보고 깜짝 놀랬다. 방 바닥과 가구, 옷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색 가루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어린 자녀들은 이 가루를 가지고 놀고 있었고, 심지어 먹기까지 했다.

제보자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처음에는 창문을 통해 외부에서 들어온 오염물질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자녀들이 있던 곳은 옷 방이어서 웬만하면 창문을 열지 않았다. 일단 씻기고 청소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는데, 이후 자세히 살펴보니 정체불명의 검정 가루가 주기적으로 발생했다. 알고보니 면도기에서 떨어져 나온 미세 털가루였다.

남편이 면도를 한 날이면 어김없이 상당량의 털가루가 밑으로 떨어졌고, 면도기 본체 곳곳에 미세 털가루가 붙어 있었다. 제품을 제조한 브라운 측이 '건식도 가능하다'고 해서 남편은 방에서 면도를 했는데, 면도기에서 털가루가 빠져나와 날릴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제보자가 구매한 브라운 모델은 'S7'이었다. 그는 결함 여부 확인과 AS를 위해 고객센터를 찾았다.

면도 후 옷과 바닥 떨어진 털가루의 모습. 사진=제보자
면도 후 옷과 바닥 떨어진 미세 털가루. 브라운 관계자는 "(시중에 판판매되는) 모든 전기 면도기는 털가루가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사진=제보자.
아이 손에 묻은 털가루의 모습. 사진=제보자
아이 손에 묻은 털가루의 모습. 브라운 관계자는 "면도기 위생과 청결을 위해 털가루가 떨어지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사진=제보자.

 

'건식 사용' 홍보해 놓고...
"화장실서 쓰면 문제 안돼"
 

고객센터 직원의 답변은 당혹스러웠다. 담당 직원은 '털가루 빠짐 현상은 제품 고유 설계에 따른 특성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안내했다. 

다음은 제보자와 고객센터 직원 사이의 대화 내용 중 일부이다.

제보자 : 털이 (본체에) 머물고 있으면 세균 번식이 있으므로 바깥으로 떨어지도록 설계했다는 거죠?

고객센터 : 네. 맞습니다. 면도용 폼(거품)을 사용하고 화장실에서 사용하면 떨어지는 것을 못 느낄 수 있습니다. 제품의 특성이지 이상은 아닙니다.

제보자는 답답한 마음에 상품 안내서를 꼼꼼히 살펴봤다고 한다. S7 상품을 판매한 홈쇼핑과 온라인 판매 채널의 상품페이지, 제품 안내서를 모두 살펴봤지만 그 어디에도 '면도 시 털가루가 빠질 수 있다'는 문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브라운은 오히려 화장실이 아닌 방에서도 면도가 가능한 ‘건식+습식’이라는 문구를 넣어 제품을 홍보했다.
 

"회사 측 해명, 소비자 우롱하는 것 같아 분노" 

제보자는 "브라운이 청결과 위생을 고려한 고유 설계라면서 소비자에게 그 정보를 안내하지 않은 것은 모순"이라고 하소연했다.

“면도기 위생과 청결을 위해서라면 집안 위생과 청결은 해쳐도 상관없다는 식의 해명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털가루 빠짐’ 현상은 심각한 결함 내지 하자로 보이는데, 브라운은 자랑스러운 고유 기술이자 브라운만의 신기술이라는 취지로 안내했다.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 같아 화까지 났다.”

이어 그는 "털가루 빠짐, 털가루 날림 현상이 그렇게 자랑스러운 기술이라면, 브라운만의 특화 설계라면 왜 그 사실을 안내하지 않았는지, 왜 숨기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건식'으로 홍보하고 왜 화장실에서 면도하라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사전에 털가루 날림 정보를 알았다면 절대로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다. 털가루 빠짐 현상을 사전에 충분히 확인하고, 피해를 입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보를 했다”고 말했다.

한편, 브라운 면도기 측은 털가루 빠짐 논란과 관련 "고유 설계가 맞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회사 관계자는 “(털가루 빠짐 현상은) 위생적인 사용을 위해 설계된 것이므로 하자 또는 결함이 아니며, 고객분들이 면도기를 고장 없이, 위생적으로 더욱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타사의)모든 전기면도기는 털 날림 현상이 있을 수 있다. 전기면도기의 진동 등으로 날망 안에 있는 털이 빠져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건식·습식이 모두 가능한 모델의 경우 위생적인 사용을 위해 털이 면도기 내에 고여 있지 않도록 설계됐다. 수염 찌꺼기, 피부 조각, 얼굴에서 나온 기름, 먼지 등이 면도기 헤드에 들어가서 쌓이게 되면, 냄새가 나고 세균 등이 자라 피부 트러블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털가루 빠짐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충분히 안내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안내를 하고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브라운 "모든 전기면도기 털날림 현상"

타 업체 "우리 제품서는 안 빠진다" 

브라운 측은 공식적으로 모든 전기면도기들이 털가루가 빠진다고 강변했지만 전기면도기를 제조·판매하는 다른 기업 관계자의 설명은 달랐다.  

앞서 브라운 측은 털가루 빠짐 현상에 대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모든 전기면도기는 털 날림 현상이 있을 수 있다. 면도기의 진동 등으로 날망 안에 있는 털이 빠져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먼저 필립스는 "필립스 면도기의 쉐이빙 시스템은 수염을 모아 커팅하도록 설계돼 있다. 쉐이빙 헤드 안에 있는 '수염받이'에 깎인 수염들이 모이는 방식이다. 면도기의 청결 유지를 위해 쉐이빙 헤드를 열어 수염받이에 모인 수염을 따뜻한 물로 헹구면 세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파나소닉은 "우리도 물 세척을 위해 면도기 아래로 아주 작은 물통로를 만들었다. 이쪽으로 털이 떨어질 수는 있는데 다만 육악으로 보기 힘든 아주 미세한 정도"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기면도기 업체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털가루가 빠져 집안에 날리는 데 어떻게 청결과 위생을 위한 설계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브라운의 털가루 빠짐 설계는 전기면도기 업계의 주류 기술이라고 할 수 없다. 면도기 업체들이 생각하는 청결·위생 기준과 브라운의 청결·위생 기준이 다른 것은 소비자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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