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식품 뮤지엄③] "맨밥을 수퍼에서 사먹어?"... 食문화 혁명, 햇반 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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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식품 뮤지엄③] "맨밥을 수퍼에서 사먹어?"... 食문화 혁명, 햇반 24년
  • 김보라 기자
  • 승인 2021.07.2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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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은 어떻게 '즉석밥' 대명사가 됐나
1996년 12월 12일 국내 최초 즉석밥 '햇반' 탄생
당일 도정, 무균화 포장 등 R&D 역량 우수
누적매출 3.6兆, 누적판매량 34억개... 독보적 1위
국내 HMR시장 급성장... 식문화 패러다임 변화 주도
1996년 12월 국내 최초의 무균 포장밥 '햇반' 출시. 사진= CJ 제일제당.
1996년 12월 국내 최초의 무균 포장밥 '햇반' 출시. 사진= CJ 제일제당

"햇반 주세요"

햇반은 즉석밥을 대표하는 고유 명사가 됐다. 결혼하면 밥솥을 구매하지 않고 ‘햇반 먹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햇반은 국내 상품밥 시장의 성장을 이끌며 명실상부한 '국민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CJ제일제당 식품 사업군은 1980년대 말부터 핵가족과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크게 늘어나는 점에 주목했다. 맞벌이 부부 증가로 편의식품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주의깊게 살폈다. CJ제일제당은 한국인들의 주식인 밥에 대한 수요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적극적인 '밥의 상품화'를 추진했다.

당시에는 즉석밥의 개념조차 생소한 시절이었다. 밥을 슈퍼마켓에서 사 먹는 것은 '황당하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였다. CJ제일제당은 시대의 흐름을 통찰하고 시장 상황과 소비자 식생활 패턴 분석을 통해 즉석밥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CJ제일제당이 즉석밥 개발에 나선 것은 1989년부터다. 당시 CJ제일제당 연구팀은 정백미로 밥을 지어 감압 상태에서 탈수해 수분율 5% 이하로 건조한 '알파미'로 시장 진출을 검토했다. 알파미는 뜨거운 물을 부으면 바로 밥이 되는 장점이 있었지만 맛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 정식 제품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CJ제일제당은 동결건조미를 활용해 재도전했다. 동결건조미는 밥을 지은 후 동결한 다음 얼음을 승화시켜 수분을 제거한 쌀로, 제품 복원력은 우수하지만 동결을 거치면서 조직구조가 나빠져 쉽게 부스러지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초창기 햇반부터 최근 햇반 패키지 모양. 사진= CJ제일제당.
초창기 햇반부터 최근 햇반 패키지 모양. 사진= CJ제일제당.

앞서 실패를 경험한 CJ제일제당 연구팀은 고심 끝에 920억엔 수준으로 성장해 있던 일본 즉석밥 시장을 벤치마킹했다. 일본은 무균포장 방식을 도입해 상용화했다. 무균 포장이란 반도체 공정 수준의 클린룸에서 살균한 포장재를 이용해 밥을 포장하는 기술이다. 균이 전혀 없어 보존료 없이도 상온 보관이 가능한 방식이다.

CJ제일제당은 100억원의 투자로 '무균포장 밥'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투자 결정 후 연구팀은 전국의 미곡처리장 1만여곳을 다니며 쌀 테스트를 진행했다. 20~30개의 쌀을 가져와 300여명으로 구성된 평가단의 소비자조사를 반복 실시해 가장 좋은 평가가 나온 경기 이천 쌀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렇게 1996년 12월 12일 국내 최초 상온 즉석밥 '햇반'이 탄생한다.

초창기 햇반의 디자인과 타깃 고객은 지금과 달랐다. 당시 햇반은 네모 모양이었고, 마케팅 포인트는 '비상식'이었다. 집에 갑자기 밥이 필요할 때 해결할 수 있는 '비상식(非常食)'의 장점을 강조한 판매 전략을 세웠다.

2000년대 들어 '간편식'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되면서, CJ제일제당은 일상식(日常食)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집에서 갓 지은 밥' 이미지를 집중적으로 홍보했고, 용기 모양도 밥그릇과 비슷한 동그라미로 바꿨다. 이후 햇반은 성장에 탄력이 붙었다. 햇반 매출은 1997년 40억원에 그쳤지만, 2016년 1600억원으로 40배 폭풍 성장했다. 2020년 말 기준 출시 후 누적 매출은 약 3조6,000억원, 누적 판매량 34억개를 돌파했다.

24년간 판매된 햇반은 둘레 4만192km의 지구를 10바퀴 이상 돌 수 있는 수량이다. 그동안 사용한 쌀의 총량은 450만 가마니에 달한다. 햇반은 작년 한 해만 5억개 가까이 판매됐는데, 국민 1인당 평균 10개씩 먹은 셈이다.

이제 햇반은 시대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급할 때 찾던 '비상식'이 아니라 집에 두고 언제든 간편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일상식'으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햇반 잡곡밥 8종 제품이미지. 사진= CJ제일제당
햇반 잡곡밥 8종 제품이미지. 사진= CJ제일제당

 

'웰빙·건강' 잡곡밥 시장 주도... 간편 솥밥 브랜드 론칭

햇반은 기본메뉴 흰쌀밥으로 가장 친숙하지만, 다양한 후속 상품을 선보이며 브랜드 확장도 꾸준히 시도했다.

1997년 오곡밥 출시를 시작으로 매일잡곡밥, 매일찰잡곡밥, 매일콩잡곡밥, 매일오곡밥, 현미쌀밥, 발아현미밥, 흑미밥, 100% 현미밥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시장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2009년부터는 단백질 제한이 필요한 선천성 대사 질환자를 위해 단백질 함유량이 일반 햇반 대비 10분의 1에 불과한 '햇반 저단백밥'을 내놓고 꾸준히 생산하고 있다.

햇반은 건강밥 이외에도 간편하지만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를 원하는 1~2인 가구 소비자를 대상으로 전자레인지만으로 집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즉석 영양 솥밥 브랜드 '햇반솥반'을 론칭했다. 햇반솥반은 '맨밥' 사 먹는 시대를 연 '햇반', 밥 품질을 높인 간편 대용식 '햇반컵반'에 이은 3세대에 속한다. 뿌리채소영양밥, 버섯영양밥, 통곡물밥, 꿀약밥 등 모두 4종이다.

햇반솥반은 CJ제일제당 기술력이 녹아 있다. 특히 '신(新) 무균 밥 공정'으로 지난 10년간 차별화된 연구·개발을 통해 개발한 한 차원 높은 살균기술이 적용됐다. 곡물이나 버섯, 채소, 견과류 등은 쌀과 달리 미생물이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 그동안 즉석밥으로 만들기 어려웠지만, 혁신 기술로 난관을 극복하고 제품화에 성공했다.

햇반 무균화 포장 공정 이미지. 사진= CJ제일제당.
햇반 무균화 포장 공정 이미지. 사진= CJ제일제당.

 

햇반 성공의 배경은 '독보적 연구·개발 기술력'

햇반의 성과와 성공은 선제적 투자를 통한 압도적 연구개발(R&D) 역량과 혁신기술 확보가 기반이 됐다. 햇반의 핵심 R&D는 ▲당일 자가 도정 기술 ▲무균화 포장밥 제조 기술 ▲최첨단 패키징 기술이다.

쌀은 도정하는 순간부터 쌀 품질의 열화가 시작돼 맛이 떨어지는데, 햇반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밥 제조설비에 자체 도정 설비를 도입해 '생산 당일 도정'한 쌀로 밥을 짓는다.

또 국내 최초로 도입한 '무균화 포장밥 제조기술'로 집밥 구현과 안정성을 확보했다. 쌀 표면의 미생물을 고온고압 스팀으로 살균한 뒤 내부 미생물을 완벽하게 차단한 무균화 시스템 공정을 거쳐 밀봉 포장하는 것이다. 이 공정을 거친 완제품은 균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일체의 첨가물 없이도 9개월간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고 신선한 밥맛을 낼 수 있다.

간편식 최적의 조건을 갖춘 ‘최첨단 패키징 기술’도 차별점이다. 밥을 담는 용기는 3중 재질로 만들고 뚜껑 기능의 리드 필름은 4중 특수 필름지를 사용했다. 공기가 전혀 드나들 수 없고 온도와 습도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도 인체에 무해하게 만든 것이 핵심이다. 젖병과 동일한 소재인 폴리프로필렌으로 제작됐다. 끓는 물에서 성분과 외형이 변형되지 않고 전자레인지 조리 시에도 환경호르몬을 배출하지 않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용기 두께를 축소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햇반 생산 시 발생하는 용기 부산물을 선물세트 트레이에 사용하는 등 플라스틱 저감을 위한 햇반의 친환경 패키징 연구개발 노력도 지속 중이다.

햇반 제품 이미지. 사진= CJ제일제당.
햇반 제품 이미지. 사진= CJ제일제당.

 

한국 고유 쌀밥 문화 계승... 쌀소비 기여·상생 활동

국민 식생활 변화로 1인당 쌀 소비량이 줄고 있는 가운데 햇반은 한국 고유의 쌀밥문화를 계승하며 국산 쌀 소비 진작에도 기여하는 대표 제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햇반용 쌀은 아산, 진천, 익산 등 전국 2,500여개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공급받는다. 지난해에는 햇반 전용 쌀을 관리하는 종합미곡처리장을 아산시에 완공하고 가동을 시작했다. 기업, 지역, 농가가 공동으로 미곡처리장을 건립해 계약재배, 미곡처리, 납품까지 함께하는 '국내 최초 쌀 계약재배 원스톱 상생 모델'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햇반으로 대표되는 상품밥 시장은 앞으로도 폭발적 성장을 할 것"이라며 "맛과 편리성,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햇반은 '집밥'은 물론 식당 밥까지도 대체할 가능성도 높다. 햇반은 24년 역사를 넘어 앞으로도 50년, 100년을 한결같이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인의 식탁에까지 오르는 제품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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