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view] '신흥 대기업' 반도, 포트폴리오 개편·미래 먹거리 발굴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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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view] '신흥 대기업' 반도, 포트폴리오 개편·미래 먹거리 발굴 고심
  • 신준혁 기자
  • 승인 2021.07.20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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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50년 만에 대기업집단 지정... 재계 62위
부채비율 37%, 업계 평균 200% 대비 크게 낮아
커진 외형에 걸맞는 견고한 포트폴리오 구축 필요
최근 실적 주춤... 회사 측 "계약률 여전히 높아"
美 주택시장, SOC 사업 진출로 활로 모색
반도건설이 미국 LA에 짓고 있는 'The BORA 3170' 조감도.
반도건설이 미국 LA에 짓고 있는 'The BORA 3170' 조감도. 사진=반도건설

반도건설은 1970년대 부산 양정동 단독주택사업으로 시작해 설립 50년 만에 대기업 반열에 오른 건설사다.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명단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고 시공능력평가순위에서 14위를 기록할 만큼 외형을 키웠다. 다만 1세대 창업주로 회사를 키운 권홍사 전 회장이 물러난 직후 최근 분양 실적은 주춤하다. 시장전문가들은 주택사업 이외의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반도건설 지주사인 반도홀딩스는 계열사 16개를 거느리고 있으며 지난해 말 자산총액은 5조5850억원, 기업집단 가운데 62위를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37% 수준으로 타 건설사의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 것과 비교하면 내실은 탄탄하다. 

회사는 공정 자산과 기업 가치를 크게 늘리며 대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최근 경영실적은 초라한 편이다.

반도건설의 연결기준 매출은 △2017년 1조9803억원 △2018년 1조5662억원 △2019년 9751억원 △2020년 5798억원으로 4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2017년 3530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8년 3029억원 △2019년 994억원 △2020년 252억원으로 줄어들고 있다.

권홍사 전 회장(현 반도문화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말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그룹을 이끈 원동력인 주택사업마저 흔들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반도건설이 올해 3월 분양한 ‘창원 마창대교 유보라 아이비파크’는 총 802가구 중 2개 타입을 제외한 모든 가구가 순위 내 분양에 실패했다. 1순위 해당지역 74타입은 361가구 모집에 94건 접수에 그쳤다. 지난해 말 경기도 양평에서 분양한 ‘양평 다문지구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는 1순위(해당)에서 59타입 197가구를 모집했지만 청약 접수는 10건에 그쳤다.

위 사업지는 특화 설계를 내세우는 등 분양에 공을 들였지만 대규모 미분양을 피할 수 없었다. 미분양 물량은 무순위 청약을 통해 수분양자를 찾는다. 건설사는 무순위에서도 분양을 실패하면 분양자가 나타날 때까지 고스란히 물량을 떠안아야 한다.

실제 반도홀딩스의 재무구조는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총자산(총자본+총부채)은 전년 대비 40% 늘어난 2조2423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총부채는 1595억원에서 6411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총 자본은 1조6139억원에서 1000억원 늘어난 1조7215억원에 그쳤다.

대규모 청약 미달이 현실이 됐음에도 반도건설은 선방했다는 분위기다. 반도 관계자는 "분양 결과는 그 지역과 시기에 따라 얼마든 달라질 수 있다"며 "청약 경쟁률이 아닌 분양 경쟁률을 따지면 100%에 가깝다. 현재 물량은 대부분 소진됐다"고 말했다.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더라도 현금 흐름을 개선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반도건설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지난해 마이너스(-)1136억7613만원으로 전년(146억8798만원) 대비 적자를 전환됐다. 반도홀딩스 현금흐름도 2317억5680만원에서 159억2141만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마이너스 현금 흐름은 당기순이익과 미수 수익 감소,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출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장기대여금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매도가능증권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현금유출이 늘었다.

회사 관계자는 "건설업 특성상 매달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매출 인식 시점에 따라 재무제표상 등락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홍사 전 회장. 사진=반도건설
권홍사 전 회장. 사진=반도건설

 

‘벌떼 입찰’ 금지에 공공택지사업 제동

미국 주택시장 출사표... 미래 먹거리 발굴  

주력인 주택사업에서 미분양이 발생한 가운데 새로운 먹거리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토교통부가 공공택지 입찰을 ‘경쟁입찰’과 ‘수의계약’ 방식으로 개정했기 때문이다. 공공택지 입찰은 추첨제 원칙으로 진행돼 일부 건설사들은 다수의 계열사를 동원해 낙찰 받은 후 본사에 전매하는 등 이른바 '벌떼 입찰' 편법을 동원했다.

반도건설은 공공택지 입찰과 신도시 사업 등을 따내며 성장했다. 경기 동탄 신도시 일대 유보라 단지를 공급한 2014~2020년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57위에서 14위로 상승하기도 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실이 LH로부터 받은 'LH 2008~2018년 공동주택용지 입찰 및 낙찰 현황'에 따르면 호반·중흥·우미·반도·제일 등 중견건설사 5곳은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통해 LH공공택지의 30%를 분양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도홀딩스는 계열사인 반도, 반도종합건설, 반도건설, 반도건설을 동원해 화성동탄2, 파주운정, 양산사송 등 80개가 넘는 사업에 입찰했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해외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지만 여전히 부동산, 주택사업에 머물러 있다는 한계가 뚜렷하다. 중견 건설업 후발주자인 호반건설이나 중흥건설이 최근 전략적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포트폴리오 개편에 나서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반도건설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현지법인을 세우고 '더 보라(The BORA) 3170' 주상복합 프로젝트를 착공했다. 이전까지 해외 포트폴리오는 2011년 두바이 비즈니스베이에서 추진한 ‘두바이 유보라타워’가 유일하다. 국내에서는 도시형생활주택, 공공 공사 등에 손을 대고 있으나 수익률이 낮은 사회간접자본(SOC) 시공이 대부분이다. 무엇보다 서울 도심지나 재건축, 재개발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어 주택사업 이외의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재계는 반도건설이 무리한 지분 투자로 성장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도건설은 2019년부터 수천억 원을 투자해 대한항공 최대주주인 한진칼 지분을 매입, 17.01%를 확보했다. 반도건설은 한진 경영권 분쟁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 해지펀드 KCGI와 함께 3자 연합을 구축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아시아나 인수를 이유로 한진칼 지분을 추가 확보했고,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사실상 3자 연합이 해체됐고 경영권 이슈가 사그라든 만큼 반도건설은 투자금 회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유 주식수가 많아 단기간에 대량매도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분을 보유할 경우 배당이익을 노릴 수 있지만 고평가된 한진칼 주가가 떨어지면 손해를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증권가는 한진칼의 주가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투자의견을 내고 있다. 한진칼 주가는 경영권 분쟁으로 급상승한 측면이 크다. 펀더멘털(동력) 대비 주가 변동폭이 과도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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