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25시] 헤드카운팅 정산 부활?... IT업계는 왜 '데이터바우처'에 뿔났나
상태바
[시경25시] 헤드카운팅 정산 부활?... IT업계는 왜 '데이터바우처'에 뿔났나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1.07.23 07: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이터산업진흥원, 올초 정산서류 변경하며 잡음
벤처들 "성과 대신 '머릿수'로 지급방식 일방 변경"
"기업이 경비부담구조, 사실상 '헤드카운팅' 부활"
진흥원 측 "사업방식 변경, 사실과 달라" 반박
"관리비·이윤 모두 국가계약법 기준으로 설정"
"인건비 외 경비도 일부 인정... 헤드카운팅 도입한 적 없어"
사진=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사진=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노골적인 대기업 밀어 주기식으로 사업이 변질됐다."  
"지원비 받는 조건으로 직원연봉 공개하라는 건 공산주의식 사고방식."
"실제론 싸구려 데이터 라벨붙이기 일자리인데, 대기업 일자리 창출 착시 효과를 노린 행정으로 보인다."

'데이터 바우처 공급(가공)기업' 관계자들 인터뷰 中.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이 '데이터 바우처 사업' 예산 지급 방식을 변경하면서 불공정 논란이 일고 있다. 데이터 바우처 사업의 경우 현실은 '용역' 방식인데, 현장의 의견 수렴도 없이 갑자기 지급 기준을 '지원금'(인건비) 방식으로 변경하면서 데이터를 실제 가공하는 기업들이 손해를 떠안는 모순적 상황이 벌어진 것. 

무엇보다 IT업계의 뿌리깊은 악행으로 불리는 '헤드카운팅' 방식을 공공기관이 앞장서 도입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같은 논란에 진흥원은 "업계가 사업비 견적서를 임의 해석해 오해가 있는 것일뿐 국가계약법에 따라 방식을 정했다"고 반박했다. 

'데이터 바우처 사업'은 중소·스타트업이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해 신제품·서비스를 창출하는 데 목적이 있다. 데이터를 가공하는 기업과 기초 자료를 보유한 기업을 정부가 매칭시켜 신상품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커피숍(수요기업)은 보유한 판매 정보를 데이터 공급(가공)기업이 분석해 가장 많이 팔린 상품, 가장 많이 팔린 시간, 고객 주요 성별과 연령대 등 각종 정보를 추출·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두 기업을 매칭시키는 중개자 역할을 한다. 문화, 교통, 공간, 기후, 금융, 제조, 수산, 환경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데이터 가공을 지원해 IT분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수수료 정산은 공급(가공)기업이 수요기업에 데이터 가공을 완료하면 진흥원에 청구해 지급받는 형태로 이뤄진다. 일반 데이터는 건당 4000만원(VAT 포함), 인공지능 데이터는 건당 7000만 원(VAT포함)이다. 정부는 지난 5년간 8500억원의 혈세를 투입했다. 지난 한 해에만 575억원이 쓰였고, 올해는 1230억원이 배정됐다. 주무 부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며 진흥원이 위탁 운영 중이다.

위 사업과 관련돼 잡음이 나오기 시작한 건 올해 2월 진흥원이 공급(가공)기업의 청구비용 정산 서류를 자유양식에서 '표준견적서'로 바꾸면서 시작됐다. 이는 단순한 서식의 변경이 아니라 비용 지급 방식과 기준의 전면적 변경을 뜻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반발이 크다.

사진=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정부, 사업 성격 임의로 바꿔 
데이터 가공 기업들 "손해 떠 안는 구조" 반발 

정부는 예산을 집행할 때 크게 ‘용역’과 ‘지원’으로 구분한다. '용역'은 특정 사업을 수행한 후 받는 비용이다. 

수요기업의 데이터는 종류와 난이도 등이 건마다 상이하다. 공급(가공)기업들은 데이터 가공 작업의 특성을 고려해, '용역'에 맞춰 비용을 청구해 왔다.

'용역 단가 산정'도 통상적인 기준에 따라 결정됐다. 데이터 관련 사업의 경우 기획재정부 예산 집행 가이드를 기준 삼아, 매년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에서 제정한 ‘소프트웨어사업 대가의 기준’ 혹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데이터 구축사업 대가 산정 기준’을 적용했다. 

그러나 '표준견적서'를 따르는 경우, 데이터 가공 사업의 성격 자체가 '용역'에서 '지원'으로 달라진다. ‘지원비’는 정부가 누군가를 돕기 위해 지급하는 시혜적 금원이다. 지원 목적과 용도에 부합되도록, 정해진 용도로만 사용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분야는 임차료나 판관비는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부담하도록 권고하고 있어, 대부분 ‘인건비’만 인정받고 있다. 진흥원 '표준견적서'도 대부분의 항목이 '인건비'에 집중돼 있다.

사실상 인건비만 인정되기 때문에 데이터 가공 기업은 이를 제외한 그 밖의 경비는 청구할 수가 없다. 기업이 사업 추진에 필수적인 경비를 지출한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경비 상당 비용을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다.
 

기업들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통상적인 인건비 단가 기준도 외면" 

사업 성격이 바뀌면서 데이터 가공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기업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데이터 가공 기업들은 "진흥원이 인건비를 책정할 때 활용하는 통상적인 적정 단가 기준도 외면하고 있다"지적했다.

IT업계가 말하는 '인건비 적정 단가 기준'은 기획재정부가 제정한 '소프트웨어 예산안 산정 가이드라인'이다. 여기에 더해 이들 기업은 "지원비를 받기 위해선 직원들의 급여도 공개해야 한다"며 부당함을 호소했다. 표준견적서에 ▲실제 이체된 급여 ▲통장에 이체된 실급여 기록을 붙여야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 주장이다. 

IT업계는 '소속 직원 급여 공개'는 현실을 무시한 비상식적 방안이라며 시정을 촉구하고 있다.

(왼쪽)2021년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표준계약서 인건비 책정 예시, (오른쪽)공급(가공)기업 A사가 예시를 바탕으로 계산한 사업비. 최대 75%까지 사업비가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사진=시장경제DB
(왼쪽)2021년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표준계약서 인건비 책정 예시, (오른쪽)공급(가공)기업 A사가 예시를 바탕으로 계산한 사업비. 당해 기업은 지난해 대비 사업비가 최대 75% 가까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사진=시장경제DB.

 

"정부가 금지한 '헤드카운팅',
진흥원이 사실상 부활시켜"   

데이터 업계는 고질적 병폐인 '헤드카운팅' 관행을 해소하고자 민관이 협력해 '소프트웨어 진흥법'을 통과시켰는데, 진흥원이 다시 병폐를 회귀시켰다는 반응도 내놓고 있다. '헤드카운팅'이란 사업의 성과가 아닌 투입된 인력의 수를 기준 삼아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사업비 산정에는 용이하지만 실제 성과 측정에는 소홀해, 사업 참여 기업이 일군 성과물이 제 값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행정안전부는 2019년부터 '행정기관 및 공공기관 정보시스템 구축 운영지침 개정안'을 통해 공공기관 정보화 사업에서 '헤드카운팅'을 금지하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진흥원이 사업 방식을 변경하면서 헤드카운팅이 사실상 부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업계 관계자들의 이 부분 설명이다. 

"진흥원의 지급방식 변경은 직원을 수백 명 거느린 일부 기업만 감당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다. 데이터바우처가 관련 산업 진흥보다는 (낮은 임금이라도)일자리 창출 목적이 더 큰 것 같다."

“실제 급여에 따라 용역비 산정은 적정해 보일 수 있으나, 인건비에는 부수적인 4대 보험(회사부담금)도 있으며 이러한 것을 고려해 'SW 노임단가표'가 존재한다. 인력을 활용하며 기업이 얻어야 할 순수한 이익 활동을 보장받기 위해 준비된 SW 노임단가를 적용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다.” 

"제반 경비(재경비) 또한 기업이 활동하기 위한 기본적 비용이다. 이것은 적정산정기준인 100~120%를 따르는 것이 마땅하며, 공급기업이 사업을 수행하면 할수록 커지는 것이 재경비인데, 이것을 8%로 낮춘 것은 공공기관이나 비영리기관에서나 적용할 기준을 민간기업에게도 적용한 착오이다.” 

“진흥원이 예산을 사용하고 이를 올바르게 진행됨을 확인하기 위해 몇 가지 제도를 신설했지만, 데이터 가공기업의 세금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여러 문제를 발생시켰다. 지원금 7000만 원(인공지능 데이터가공)에는 부가세 10%가 포함돼 있다. 인건비 계상할 때 4대 보험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7000만 원 중 10%에 해당하는 간접세 부가가치세 또한 인건비로 대응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급금액 이상 추가 인건비가 필요하고, 더불어 4대 보험까지 지출돼 가공기업의 막대한 추가지출이 필요하다. 인건비 문제 해소와 간접세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는 인건비로 계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다수 데이터 가공기업의 의견이다.”
 

진흥원 "용역에서 지원으로 바꾼 적 없다"
"제경비 130% 포함, '헤드카운팅 복귀 주장' 사실과 달라"
 

진흥원은 이같은 업계 우려와 관련돼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사업 방식 변경에 대해 "용역에서 지원으로 바뀐 적이 없다. 지난해 (비용 청구가) 자유양식이어서 공급기업들이 용역비, 지원비, 제3의 방식으로 청구했다. 관리 효율 차원에서 올해 '표준견적서'로 교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표준견적서의 경우 인건비 항목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그렇다고 인건비 지원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데이터 바우처사업은 진흥원, 공급기업, 수요기업까지 다자간 계약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용역, 지원비로 판단하기에는 계약의 성격이 다르다"고 부연했다.

공급(가공)기업 직원들의 급여 내역 공개를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진흥원 관계자는 "실제 급여를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 예산이 소요되는 것이기 때문에 통장 사본만 확인해 돈이 들어갔는지만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헤드카운팅' 회귀 논란에 대해선 "헤드카운팅으로 볼 수 없다. 일반관리비, 이윤 등을 국가계약법에 따라 설정했고, 제경비 130%도 포함시켰다"며 "진흥원은 소프트웨어의 각종 통상적 단가를 공급기업들에게 설명한 적이 없다. 그들이 그들 방식으로 생각해낸 계산법이고, 지난해에 비해 최종적으로 지급받는 사업비가 조금 줄었다고 해서 문제가 될 순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지원비 위주의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이유는 진흥원이 공급(가공)기업과 지속적으로 동반 성장을 하기 위함이다. 용역 사업으로 진행하게 되면 일회성으로 용역을 발주하고 끝이 난다"며 기업들의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지급 방식을 자세히 설명해야 하는데, 공급기업은 많고, 고객센터는 한정적이라는 부분도 있다"며 양해를 구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