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욱 회장은 정말 사익편취 했나... 1심서 드러난 '무죄 정황'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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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욱 회장은 정말 사익편취 했나... 1심서 드러난 '무죄 정황' 넷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1.07.1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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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25시] 국내 첫 '총수 사익편취' 재판 분석
DL(대림그룹) 13일 결심... 檢, 징역 1년6월 구형
15개월 심리, 공정위 조사관 등 8명 증인 신문
이 회장 불공정행위 지시·관여 사실 입증 관건
공정위 조사관 "이 회장 관여 없었다"
辯 "이 회장 얻은 이익 특정도 안 돼"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페이퍼컴퍼니 수준의 신설 법인을 만들고, 그룹 계열사로부터 부당하게 권리를 이전받아 수십억원 상당의 부당한 이익을 챙겼다는 이유로 기소된 이해욱(53) DL(대림그룹) 회장 1심 공판이 재판부 선고만을 남겨두고 모든 절차를 마무리했다.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1년 6월을 구형했으나 변호인단은 혐의 전부에 대해 무죄를 항변했다. 증인들에 대한 신문을 통해서도 이 회장의 '지시' 혹은 '관여' 여부가 드러나지 않은 점, 원인행위인 대림의 호텔사업 추진 시기가 적용 법조항 신설 전 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공소를 기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변호인단은 강조했다.

이 사건은 공정거래법상 '총수 사익편취 금지 규정'이 적용된 첫 사례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김준혁 판사는 13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 등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 사건 고발자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공소장을 통해 이 회장과 대림산업 등 이 사건 피고인에게 공정거래법상 '총수 사익편취 혐의'를 적용, 이 회장에게는 징역형을 법인인 DL(대림산업)에 대해서는 1억원의 벌금형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대림산업, 신설법인 APD 관계자 등이 참석한 호텔 사업 추진 회의를 직접 주재했으며, 이 과정에서 양사 사이의 상표권 '글래드(GLAD)' 이전, 상표권 수수료 계약 체결 등을 직접 지시하거나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검찰과 공정위는 2010년 7월 12일 이 회장 일가가 설립한 APD(Asia Plus Development)를 ‘승계‧사익편취용 법인’으로 의심했다. 이 회사는 호텔사업을 기획하거나 브랜드를 개발할 만한 역량을 전혀 갖추지 못했으며, 대림으로부터 브랜드 사용 수수료만 받아 챙겼다는 것이 검찰의 기본 시각이다. 

검찰은 최종의견진술을 통해 "이 회장은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한 회사를 통해 경영권을 승계 받았다. 이 회장 역시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해 같은 방법을 썼고 APD를 이용했다"며 "정상적인 거래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총수 사익편취 혐의 적용을 위한 범죄구성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총수 사익편취 혐의 적용을 위해서는 대림과 APD간 수수료 결정 등 핵심 현안을 이 회장이 직접 챙겼다는 점이 드러나야 한다(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의2 4항 참조). 구체적으로 검찰은 이 회장이 '부당한 행위를 직접 지시하거나 관여한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이해욱 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해욱 회장. 사진=시장경제DB

 

첫 번째 증인, 공정위 담당 조사관 
"이 회장 관여하지 않았다"

약 1년 3개월 동안 진행된 이 사건 1심 심리과정에서 이 회장의 직접 지시 사실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특히 공판 첫 번째 증인으로 출석한 공정위 담당 조사관은 이 사건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오라관광(대림그룹 호텔사업부문 계열사)과 APD 간 브랜드 수수료 협상‘ 과정에 "이 회장은 관여하지 않았다"며, 검찰 공소사실에 반하는 증언을 했다.

변호인단은 검찰 구형 논리의 허점도 지적했다. 검찰은 위 구형 배경을 설명하면서 APD를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이용했다는 논리를 폈다. 변호인단은 "APD를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이용하려고 했다면 이 회장이 위 기업의 자녀 소유 지분을 대폭 올리고, 배당도 했을 것이지만 이해욱 피고인은 APD 투자로 오히려 손해를 봤다"고 받아쳤다.

공판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을 종합하면 APD는 오라관광에 흡수되기 전까지 3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지출은 3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전액을 영업이익으로 인정해도 5억원 상당의 적자가 발생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이 회장 측은 APD로부터 일체 배당을 받지 않았다. 이런 사실은 검찰 구형 논리와 상충된다. 

[편집자주]

‘총수 사익편취 금지 조항’의 위헌성

‘특수관계인은 누구에게든지 제1항 또는 제3항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해당 행위에 관여하여서는 아니 된다.’
-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의2 4항.

공정거래위원회는 2013년 8월 법률 개정을 통해 위 조항을 신설했다. '총수 일가 사익편취 금지'를 목적으로 하는 동 조항은 도입 직후부터 위헌성 논란을 초래했다.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파생 원칙인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조문 해석 상 위 조항은 같은 법 23조1항 7호에 대한 특별법적 성격을 가진다.

동법 23조1항 7호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가지급금 혹은 대여금 지급, 인력·부동산·유가증권·상품·용역·무채재산권 등의 제공 △특수관계인과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다른 사업자와 상품 용역거래를 하면 상당히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거래상 실질 역할이 없는 특수관계인을 매개로 거래하는 행위 등을 '불공정거래행위' 유형의 하나로 열거했다.

23조1항 7호를 위반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2억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같은 법 66조 1항 9의2호). 다만 해당 조항 위반을 이유로 범죄가 성립되려면 사업자(총수)는 위와 같은 불공정거래행위를 직접하거나, 계열사에 이 같은 행위를 '지시'해야 한다(23조1항).

수사 실무상 총수의 불공정거래행위 ‘지시’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새롭게 보강된 규정이 23조의2 4항이다.

동 조항에 따르면 총수 혹은 그 친족은 계열사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직접 지시한 경우는 물론이고, '관여'만 했어도 23조1항 7호 위반의 경우와 같이 처벌된다. 위 조항 시행으로 총수 및 그 일가에 대한 규제는 대폭 강화됐다.

문제는 기업인에 대한 규제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춘 나머지 처벌 범위가 사실상 무제한 확장되는 모순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위 조항은 '관여'라는 모호한 용어의 뜻을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았으며, 그 판단기준이나 예시도 적시하지 않았다.

동 조항에 대해 학계가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적용 기준이나 대상이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범죄구성요건 자체가 모호해 얼마든지 임의적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해당 조문을 확대 적용하는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서 벗어날 기업집단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 상사법학계의 공통된 우려이다.

공정위가 동 조항 적용을 남발한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정확한 사실 조사보다는 심증과 예단에 기대 사안을 왜곡하고 있다는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동항 적용을 위해선 먼저,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가, 당해 기업집단 총수(일가 포함) 혹은 그 총수의 보유 지분 비율이 30% 이상(비상장기업은 20%)인 계열사와 불공정거래행위를 했는지 여부 ▲계열사가 위 불공정거래행위를 함에 있어 총수의 ‘지시’ 혹은 ‘관여’가 있었는지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 

 

APD는 사익편위 위해 급조된 법인? 
"국내 최고 수준 엘리트 호텔리어 집단"

검찰은 사익편취의 구체적 근거로 ▲브랜드사로서 APD의 능력 부족 ▲대림 예산으로 상표권 '글래드'를 제작한 뒤, 동 브랜드를 ADP에 무상 제공한 점 ▲오라관광의 부당한 브랜드 수수료 제공 등을 제시했다.

이어 “대림산업과 오라관광, APD 관련 각종 문건을 보면 대림과 오라관광이 직접 호텔 브랜드 사업을 할 수 있었고, APD는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며 “이 회장 일가가 보유한 APD를 지원하기 위해 그룹 계열사들이 동원된 근거들”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회장은 공정거래법을 정면으로 위반해 263억원의 이득을 취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수익이 '예정'이라는 점, 나중에 APD 주식을 오라관광에 무상으로 양도한 점, APD가 배당을 실시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이 회장에게 징역 1년6개월, 대림산업과 오라관광에 각 벌금 1억원을 구형한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전술한 항변과 함께 APD를 사익편취를 위해 급조한 페이퍼컴퍼니로 본 검찰 판단의 허점을 짚었다. 

공판과정에서 확인된 사실을 기준으로 하면 APD 창설멤버는 국내외 최상위권 호텔체인에서 업력을 쌓은 엘리트 호텔리어로 구성됐다. 

변호인단은 "APD 대표 B는 국내 최고 수준의 W호텔 마케팅 총괄 사장을 지냈으며, C는 미국 아이비리그 코넬대 출신으로 W호텔 총지배인 후보 하마평에 오른 인물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창설멤버 J는 A호텔 임원을 역임했고 신라호텔과 롯데호텔 출신 여럿이 APD에 합류했다"고 덧붙였다. B는 과거 공정위 참고인 조사에서 “이런 인력을 팀으로 모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코넬대 출신 C도 “제가 속했던 조직이어서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 부끄럽지만 결과적으로 서울에서 가장 많은 비지니스 호텔을 개발한 곳이 롯데, 신라 등이었는데, 그런 곳에 있었던 실무 책임자들이 모두 저희(APD)에 모여 있었다. 호텔 개발팀으로서는 그 당시 최적의 인력 구성이었다”고 증언했다.

이같은 사실은 공정위와 검찰조사의 신뢰도에 의문을 던진다.

 

변호인 "檢, 사익편취 했다면서 정상가격도 특정 안 해" 

변호인단은 검찰이 사익편취를 주장하면서 이 회장 측이 얻은 이익을 특정치 않은 점도 들춰냈다. 다음은 이 부분 변호인단 최후 변론 발췌. 

"사익편취라 함은 이해욱 회장이 대림그룹의 이익을 사익을 위해 빼앗아 가는 것인데, 검찰은 이익을 판단하기 위한 ‘정상가격’을 특정하지 않았다. 시장 가격을 판단하고, APD와 대림, APD와 오라관광의 계약 구조를 살펴야 했지만 검찰은 포괄적으로 판단해 계약을 왜곡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특정해야 할 '정상가격'을 직접 조사한 결과 APD가 수취한 수수료는 시중 '정상가격' 보다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 내용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검찰 공소가 우리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인 형벌불소급 원칙에 반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변호인단은 "백번 양보해 검찰이 주장하는 부당한 사업기회 제공행위가 있었다고 해도, 그 행위는 공정거래법 23조의2 4항이 신설되기 전에 종료됐다"고 했다.

 

辯 "대림 측 APD에 수수료 감액 요구, 지급 중단...
'총수 사익편취용 회사'였다면 있을 수 없는 일"
 

대림 측을 대표해 APD와 상표권 사용료 협상을 진행한 오라관광 측이 보인 행태를 보더라도, 사익편취 혐의 적용은 무리수라는 항변도 이어졌다. 

공판과정에서는 오라관광이 APD과 수수료 지급을 놓고 갈등을 빚은 사실이 확인됐다. 오라관광은 APD에 수수료 지급을 중단하는가 하면 수수료 감액을 요구하면서 신경전을 벌인 사실이 있다. 갈등이 깊어지면서 APD는 오라관광이 브랜드 무상 지원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APD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위해 만들어진 법인이라면, 오라관광이 보인 위와 같은 행태는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변호인단은 이런 사실을 인용하면서 거듭 무죄를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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