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광주붕괴 참사와 아이파크 청약 열풍
상태바
[기자수첩] 광주붕괴 참사와 아이파크 청약 열풍
  • 신준혁 기자
  • 승인 2021.07.13 08: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HDC현산, 사고 일주일 뒤 분양... 청약률 고공행진
국토부·고용부 차원 하도급 조사·안전대책 필요
'내집마련' 타이밍 잃을까... 불매여론도 잠재운 부동산 정책
HDC그룹 정몽규 회장(왼쪽에서 두번째), HDC현대산업개발 권순호 사장(왼쪽에서 네번째). 사진=시장경제DB

'광주 건물붕괴' 사고로 HDC현대산업개발의 부실한 현장관리, 안전불감증 등이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지만 ‘아이파크’ 브랜드에 대한 청약 열기는 여전히 높다. 사고 수습이 마무리되기 전 분양 신청 접수에 나선 아이파크 단지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수백건의 청약통장이 몰렸고, 1순위 마감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HDC현대산업개발이 분양한 아이파크 청약접수 결과 전 타입이 1순위 마감을 기록했다. 일부 타입은 3가구 모집에 무려 130건의 청약이 몰리면서 43.3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컨소시엄을 맺고 수도권에서 분양한 단지도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건물붕괴 사고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아이파크의 청약 경쟁률이 치솟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위 사업지는 광주 건물 붕괴 사고가 수습되지 않은 상황에서 분양을 시작해, 청약결과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았다. 동일 시공사가 짓는 아파트의 신뢰도가 영향을 받을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았다.

수요자는 동일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의 신뢰도가 영향을 받을 사실을 알고 있지만 청약접수를 멈출 수 없는 실정이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한다면 광주 사고 소식을 접하고, 해당 건설사가 어디인지를 안다고 해도 이런 사실을 이유로 청약을 포기하기는 어렵다. 건설사의 부도덕함을 이유로 '내집마련'의 염원을 접기에는 현실이 너무 엄혹하다.

시공사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따지기보다 일단 집을 구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정부가 발표한 25번의 부동산 대책은 공급 축소와 물량 잠김으로 이어지면서 집값 폭등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집값이 무서운 기세로 치솟으면서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안된다는 ‘패닉 바잉’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다수의 인명이 희생된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불매운동은 물론 법정대응까지 벌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수요자는 내집마련의 타이밍을 잃을까 쉬쉬하며 눈치를 보는 분위기다.

원청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사고 이후 다수의 사업을 따내며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인하고 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사기업의 모든 경영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 크지만, 예비 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고 사실을 알리고 즉각적인 안전 대책을 실시하는 등 최소한의 안전망이 필요하다.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는 다른 사업지에서 불법 하도급 사례가 있는 지 면밀히 따지고 책임소재를 밝혀 이 사고와 같은 참사가 되풀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