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 입찰땐 "대우건설 안판다"더니... KDBI 이대현, '시장교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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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 입찰땐 "대우건설 안판다"더니... KDBI 이대현, '시장교란' 논란
  • 신준혁 기자
  • 승인 2021.07.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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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KDBI 이대현 대표, 반포3주구 설명회 등장
대우 가치 떨어질라?... "당장 매각 없다" 못박아
1년만에 말바꿔 중흥건설 우선협상대상자 낙점
거짓말 된 대주주 발언, "시장교란·조합기만 행위"
KDBI "비방전 방어 차원일 뿐, 중견사 부정 아니었다"
이대현 KDBI 대표이사. 사진=반포3주구 합동설명회 영상 캡쳐
이대현 KDBI 대표이사. 사진=반포3주구 합동설명회 영상 캡쳐

'새 주인 찾기'에 나선 대우건설의 매각이 임박한 가운데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의 과거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대우건설의 반포3주구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매각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1년 만에 중흥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면서 재건축 사업을 따내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견해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5월 반포3주구 입찰 당시 '트릴리언트 반포'라는 단지명을 내세워 UN스튜디오 그룹과 손잡고 프리미엄 상가, 호텔식 로비, 식물원 설계를 제안했다. 반포3주구 재건축사업은 사업비만 8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일 뿐만 아니라 강남권 수주를 위한 중요한 사업지로 꼽혔다.

눈 여겨볼 점은 KDB인베스트먼트가 대우건설 매각설을 적극 반박했다는 사실이다.

대우건설은 합동설명회 영상에서 "경쟁사인 삼성물산이 대우건설의 중흥, 호반건설 매각설을 통해 브랜드 흠집내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중흥건설이나 호반건설이 인수를 추진한다는 것 자체를 '브랜드 흠집내기'라고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대우건설은 시공능력평가 순위와 자산 규모가 낮은 중견 건설사의 인수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대주주인 KDBI는 건실한 대우건설을 급하게 매각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문구를 강조했다.

이대현 KDBI 대표이사는 영상에 직접 출현해 "대우건설 M&A 관련 여러 설이 있지만 제안을 받거나 논의하고 있지 않다"며 "스스로 혁신해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이 될 때 적절한 인수자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각을 서두르기 보다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상 맥락상 '중흥을 포함한 중견 건설사 인수설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이대현 대표는 '중흥에겐 매각하지는 않겠다'는 해석을 낳게 하는 메시지를 반포3주구 조합원들에게 던졌고, 당시 입주민들은 중흥에는 매각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사진=반포3주구 합동설명회 영상 캡쳐
사진=반포3주구 합동설명회 영상 캡쳐

 

이대현 KDBI 대표, 직접 홍보영상 출현

대우, 수주 따내려 '매각설' 부정... 말 바꾸기 지적

일각에서는 대우건설의 대주주인 KDBI가 재건축·재개발 시장을 교란시켰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 대표가 직접 나서 조합에 해명하는 방식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대주주 기업의 대표가 재건축 수주를 지원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행보다. 당시 이 대표는 KDBI 소속으로 대우건설 내 직함이 없었다.

공교롭게도 1년 전과 현 시점의 원매자는 모두 중흥건설이다. KDBI는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중흥, 호반 인수설'을 부정했는데, 1년 만에 동일한 건설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꼴이 됐다. KDBI는 "중흥건설의 자금조달 계획은 상당히 구체적인 근거가 포함됐다"며 "향후 대우건설의 안정적 경영을 이끌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실제 사업을 수주했다면 조합원은 거짓말에 속은 것 아닌가"라며 "'수주만 따내면 그만'이라는 식의 말 바꾸기 행태는 결국 시장질서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KDBI 관계자는 <시장경제>와의 통화에서 "당시 이 대표의 발언은 중견 건설사 인수설을 부정한 것이 아니다"며 "사실처럼 여겨지던 대우건설 매각설에 대한 대주주의 입장을 표명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합원의 심경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매각설 뿐만 아니라 여러 사업 조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시공사를 결정했을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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