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ESG 진단⑨] 독보적 컨설팅... 삼성증권 '한국형 ESG' 표준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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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ESG 진단⑨] 독보적 컨설팅... 삼성증권 '한국형 ESG' 표준 제시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1.07.0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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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위원회·임협·연구소까지 '파격'
장석훈 사장, 취임후 4년간 ESG연구개발 총력
SK·LG·POSCO 등에 ESG컨설팅 진행
MSCI 제휴 '한국형 ESG지수' 이달 공개
2월 ESG채권 1000억원... '그린1' 등급
증권가 ESG투자 1위... 44건 8천억원
윤석모 소장, "一喜一悲 아닌 긴 호흡으로"
장석훈 사장은 1963년생으로 연세대 경제학 학사·위스콘신대 경영학 석사를 받았고 2009년 삼성증권 전략인사실장·2013년 삼성화재 인사팀 담당임원을 거쳐 2018년 삼성증권 경영지원실장, 2018년 삼성증권 대표(부사장)에 취임한 이후 ESG연구개발에 주력해왔다. 사진=삼성증권 제공
장석훈 사장은 1963년생으로 연세대 경제학 학사·위스콘신대 경영학 석사를 받았고 2009년 삼성증권 전략인사실장·2013년 삼성화재 인사팀 담당임원을 거쳐 2018년 삼성증권 경영지원실장, 2018년 삼성증권 대표(부사장)에 취임한 이후 ESG연구개발에 주력해왔다. 사진=삼성증권 제공

<편집자 주> 최근 금융권의 화두가 된 ESG는 기업의 세 가지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칭이다. 과거 기업의 역할을 이윤 추구로 한정하던 시대가 지났다. 이제 사회는 기업에 모범과 솔선수범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ESG경영은 평판관리를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지적한다. 무디스가 국가별 ESG 경쟁력 순위를 집계하고, 국민연금도 ESG를 투자 지표로 반영하고 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처럼 최근 동학개미 열풍으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증권가에도 ESG경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증권사별 ESG경영의 현황과 특징을 짚어보고자 한다.

장석훈 사장이 이끄는 삼성증권이 국내 대기업을 상대로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컨설팅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업계 ESG투자규모 1위인 삼성증권은 이달 중으로 모건스탠리와 협업해 '한국형 ESG지수'를 공개할 예정이다.

증권가에선 장석훈 사장이 취임후 4년간 ESG관련 연구개발에 총력을 기울인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8년 취임한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은 지난해 탈(脫)석탄 선언을 기점으로 ESG경영을 본격화했다. ESG연구소 설립, ESG등급 인증채권 발행 등 공세적인 ESG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13일 ESG경영에 대한 전략수립과 정책 방향 등을 결정하는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위원회는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 장범식 숭실대학교 총장, 이영섭 서울대학교 교수 등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2명으로 구성돼있다.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신속하게 하기 위해 ESG위원회와 별개로 담당 임원들을 중심으로 ESG임원협의체를 따로 두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증권업계에서 처음으로 리서치센터 산하에 ESG연구소를 설립하고 투자 영역에서의 ESG요소 등을 분석해 관련 보고서들을 발간하고 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이 ESG 연구소장을 겸직하고 있다.

ESG리서치는 방대한 영역에서 전문성을 요구하는 만큼 내부인력으로 부족한 부분은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 현재 소장 외 5명의 전문가들이 9개 분야별 연구팀과 협업해 지난 6월까지 10여 개의 ESG 관련 보고서를 발간했다.

현재 삼성증권 ESG연구소는 SK, LG, 포스코 등에 ESG 관련 컨설팅으로 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소는 포괄적인 ESG 개념의 정립 뿐 아니라 기업 경영활동에 실질적으로 ESG를 접목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자문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저마다 ESG위원회 등 조직과 인력을 갖추고도 무엇을 해야할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후문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10~20년 내에 국내·외 투자환경이 ESG를 큰 축으로 재구성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블랙록 등 글로벌 투자자들은 벌써부터 ESG경영을 하지 않는 기업에는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벼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각 투자기업들의 ESG현황을 일목요연하게 대조해볼 수 있는 자료나 기준은 미비한 상황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5월 17일 업계 최초로 글로벌ESG 평가기관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와 전략적 제휴·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SCI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법인·기관 고객을 대상으로 보다 정확하고 실효적인 ESG관련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이다.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왼쪽)과 김태희 MSCI 코리아 대표가 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증권 본사에서 전략적 제휴를 위한 업무햡약을 체결했다. 사진=삼성증권 제공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왼쪽)과 김태희 MSCI 코리아 대표가 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증권 본사에서 전략적 제휴를 위한 업무햡약을 체결했다. 사진=삼성증권 제공

MSCI는 다양한 벤치마크 지수를 통해 글로벌 펀드들의 성과를 평가하고 있다. 특히 현재 200명 이상의 ESG 전담 애널리스트를 두고 ESG부문에서 40년 이상 평가기법을 개선해오고 있다.

MSCI 평가기업은 약 1만4,000여개로 이들이 전 세계 주식·채권의 90% 이상을 취급하고 있다. MSCI 평가는 △환경 분야에서 탄소배출 전력낭비 등 4개 테마 13개 항목 △사회 분야에서 노무관리·제품 안전성 등 4개 테마 16개 항목 △지배구조 분야에선 이사회·오너십 등 2개 테마 6개 항목 등으로 이뤄진다. 각 분야별로 AAA(탁월)에서 CCC(부진)까지 7개 등급으로 성적을 부여한다.

삼성증권 ESG연구소는 7월부터 국내 유가증권 시장 상위 40개 기업에 대해 글로벌 동종 기업 대비 ESG경영 수준을 지수로 공개할 예정이다. 

사진=게티 이미지
사진=게티 이미지

이 작업이 완료되면 국내외 주요 기업들간 탄소배출량 등 ESG관련 항목별 비교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모 소장은 지난달 한 유력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폴크스바겐이나 BMW, 현대차, 테슬라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매출 1원당 어느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지를 상대평가해서 수치로 제시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투자자와 회사 최고경영자들이 ESG 경영의 벤치마크로 삼을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탈석탄·친환경 투자... "착실한 ESG경영"

삼성증권은 2019년 9월 호주 시민단체들이 자국에 발생한 대형 산불을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으로 판단, 금융사들에게 석탄투자 철회를 요구하자 즉각 추가적 금융지원 중단을 약속했다. 당시 삼성증권은 호주 석탄터미널 투자금액 614억원 가운데 371억원을 보유했다. 

지난해 삼성증권의 친환경 에너지 펀드잔액은 191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친환경 에너지 펀드판매금액은 같은 기간 1억9,000만원에서 35억원으로 급증했다. 사진=2020 삼성증권 통합보고서
지난해 삼성증권의 친환경 에너지 펀드잔액은 191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친환경 에너지 펀드판매금액은 같은 기간 1억9,000만원에서 35억원으로 급증했다. 사진=2020 삼성증권 통합보고서

이 외에도 삼성증권은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2021년 출시한 '트랜지션 펀드'는 'BNP Paribas'의 환경전략 그룹이 운용하는 펀드에 재간접 투자하는 상품이다. 주로 신재생에너지 생산, 친환경 건물, 대체운송수단 등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증권의 친환경 에너지 펀드잔액은 191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친환경 에너지 펀드판매금액은 같은 기간 1억9,000만원에서 35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외에도 삼성그룹은 5대 환경보호 실천항목을 정하고 텀블러, 리필 가능 사무용품 사용을 장려하는 한편 적극적인 재활용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2020년 임직원이 수거한 플라스틱 용기 등을 재료로 줄넘기, 크레용 등을 업사이클링해 일선 청소년 공부방과 아동센터에 기부했다.

불필요한 종이사용을 지양하고 전자결재시스템을 활용하는 '페이퍼리스' 캠페인도 전사적으로 장려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캠페인에 참여하는 임직원에게 어드밴티지를 제공해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삼성증권은 낙후된 사회복지기관에 학습을 위한 리모델링과 진로상담 등을 지원하는 '청소년 공부방 꿈마루' 사업, 각 지역 특성에 맞춘 임직원 자원봉사단 '나누미봉사단' 활동을 진행중이다. 취약계층 청소년들을 위한 경제교육 프로그램도 호평을 얻고 있다.

삼성증권의 사회공헌활동. 사진=2020 삼성증권 보고서.
삼성증권의 사회공헌활동. 사진=2020 삼성증권 통합보고서

포용적 금융 부문에서는 사회적 취약계층 등 금융기관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고객의 편의를 위해 장애인 등록증 보유 고객의 최저 서비스 등급을 '우대'로 상향조정하고 있다. 장애인 등록 고객이 지점에서 이체 혹은 제증명 발급시 수수료를 면제하고 ARS와 PB를 통해 오프라인 주식매매시 온라인 매매 수수료(1/2)를 적용하고 있다. 각 지점에 장애인을 위한 전담창구도 운영중이다. 

 

"ESG는 기업분석의 필수요소 될 것"

지난달 2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한 관련 세미나에서 윤석모 삼성증권 ESG 연구소장·리서치센터장은 "기업분석 보고서에 재무제표가 당연한 요소가 된 것처럼 ESG가 10~20년 사이 당연한 분석 요소가 될 것"이라면서 "연구원 모두가 당장의 가시적 성과보다는 긴 호흡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모 소장은 일본 공적연금(GPIF)이 연금수익률을 충족하지 못한 사례를 들며 ESG는 단기 수익보다 장기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석모 소장은 "ESG는 CIO 한 명에 좌우되는 개념이 아닌 장기적인 거버넌스로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면서 "단기적인 수익에 매몰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 각국의 실정을 반영할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삼성증권 측은 향후 ESG경영과 관련해 △국내외 규제 변화를 파악하고 적절히 대처 △사업 포트폴리오를 ESG 친화적으로 바꾸려는 노력 △ESG 관련해 기업 평판 훼손되지 않도록 위기관리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증권은 올해 기후변화협약 등 ESG와 관련된 글로벌 이슈를 주제로 '삼성증권 ESG 컨퍼런스' 외에도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전담협의체(TCFD)가 금융업에 미치는 영향 △K-Taxonomy(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도입과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의 영향 등 ESG관련 세미나를 개최한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당장 이익이 크지 않아도 경쟁적으로 ESG리서치에 매진하는 이유는 향후 기업금융(IB)에서 메리트를 얻기 위함"이라면서 "증권사가 기업에 시의적절한 ESG경영 컨설팅을 제공하면 이후 채권발행 등 후속 비지니스가 따라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컨설팅 뿐 아니라 삼성증권은 올해 2월 1,000억원 규모의 'ESG 등급 인증 채권'도 발행했다. ESG 회사채는 사회적 책임 투자를 목적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삼성증권의 해당 채권에 대해 녹색채권 최우량 등급인 그린1(Green1)을 부여했다. 

삼성증권 측은 "해당 ESG 채권 발행으로 미국 미드스트림(수송, 정제 단계)과 프랑스 태양광 발전사업 관련 지분 매입분에 대한 차입금 차환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삼성증권은 10대 증권사 가운데 ESG관련 사업투자금액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국내 10대 증권사는 지난달 말까지 2조2701억원을 ESG 관련 채권 등에 투자했다. 이 가운데 1위는 삼성증권으로 44건에서 총 8,099억원을 투자했다. 다음으로 하나금융투자(4,894억원)와 KB증권(4,729억원)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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