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톺아보기] 가격 惡手·위생 논란에 사라진 '맥세권'... 3위도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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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톺아보기] 가격 惡手·위생 논란에 사라진 '맥세권'... 3위도 위태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1.06.2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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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선호도 조사 3위... 맘스터치·노브랜드 추격
한때 맥세권·드라이브스루·맥런치 新문화 선도
2016년 적자... 가격인상·품질 저하로 민심 추락
햄버거병·위생 상태 등 잦은 논란 구설수
가성비 세트 폐지로 소비자들 '맥재앙' 비난
한국 경험 없는 신임 마티네즈(Antoni Martinez) 대표, 돌파전략 주목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글로벌 프랜차이즈 맥도날드는 1988년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첫 점포를 연 것이 한국에서의 시작이다. 이후 33년간 국내 대표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잦은 논란에도 성장을 이어왔지만 2016년 이후 본격 쇠퇴의 길을 걸었다. 특히 2017년 햄버거병 논란으로 민심을 잃으며 올해 버거 프랜차이즈 여론선호도 조사에서도 버거킹과 롯데리아에 이어 3위로 내려앉았다. 최근 국산 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의 추격도 만만치 않아 3위 자리도 위태롭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맥-맥킴에서 한국맥도날드로

한국맥도날드의 현재 법인명은 '한국맥도날드 유한회사'지만 초기 중부 지방에서 영업하던 '신맥'과 남부지방의 '맥킴' 두 법인으로 각각 운영됐다.

초기 두 개의 법인으로 운영되다 보니 잡음이 많았다. 당시 출시된 맥플러스 카드가 각각 발매돼 해당 법인에서 발행한 카드가 아니면 사용할 수 없었다. 또 쿠폰도 해당 법인 매장에서 발급된 것이 아니면 쓸 수 없었다. 이원화로 운영돼 고객불편이 커지고 있었고, 2000년대 패스트푸드업계 불황이 닥치면서 맥도날드 미국 본사는 신맥 지분 전량을 인수해 '한국맥도날드'로 바꾼다. 이어 맥킴의 지분 75%를 인수했다.

초기 맥도날드의 인기는 하나의 문화였다. 1호점인 압구정동은 지역 명소가 됐고, 2호점인 종로점이나 신촌점은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 약속장소는 해당 지역 맥도날드일 만큼 만남의 장소였다. '맥세권'이란 단어가 등장한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기록적인 매출도 세웠다. 1988년 9월 종로2가에 2호점이 생긴 그 해에만 햄버거 100만개를 판매해 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맥도날드는 업계 선도적인 역할도 했다. 1992년 최초로 차에서 음식을 받아볼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를 운영했다. 여기에 24시 매장까지 열어 심야 손님까지 모았다. 또 1997년 배달 문화가 발달한 국내 특성을 감안해 '맥딜리버리'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 햄버거를 배달받을 수 있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혁신'으로 받아들여졌다.

점심시간에 간단하고 저렴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맥런치' 서비스도 호평을 받으며 맥도날드로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게 했다.

 

악수·오판에 사라진 '맥세권'

맥도날드는 2010년부터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시 프랜차이즈 붐이 일면서 다양한 외식 브랜드가 국내에 상륙했다. 이에 선택지가 많아진 소비자들은 타 브랜드를 이용하기 시작했고, 맥도날드의 수익성도 내리막을 걸었다. 특히 롯데리아, 버거킹 등 경쟁업체보다 추락 폭이 더 컸다. 또한 2016년 조주연 전 대표 취임을 기점으로 국내에 더 이상 '맥세권'이란 단어도 사라졌다.

맥도날드는 2015년 6,032억원까지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131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위기를 느낀 맥도날드는 반등 카드로 가맹점 확대와 가격 인상을 꺼냈다. 2009년 음료 리필을 중단하며 소비자들의 원성을 들은바 있는 맥도날드는 가격 인상으로 이미지가 더 나빠지는 계기가 됐다. 

맥도날드는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맹점을 늘려 15.4%에 불과하던 가맹점 비율을 현재 25%까지 늘렸다. 그리고 2016년 조 전 대표는 취임 후 곧바로 가격을 인상했다. 이때부터 맥도날드의 평이 급격히 안좋아졌다. 

당시 주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맥도날드의 가격 대비 양이나 품질이 안좋아졌다는 글이 올라왔다. 맥딜리버리 최소 금액이 인상됐고, 버거들의 줄어드는 양과 품질도 도마에 올랐다. 이로 인해 가성비 세트로 불리던 런치 세트도 인기가 시들해졌다.

조 전 대표는 2017년 토마토 치즈버거의 가격 인상과 기습적인 단종, 부실한 함박버거 등 끊임없이 누리꾼들의 원성을 들었다. 2018년에 또 다시 주요 버거와 음료 제품을 100~300원 인상하며 비난을 받았고, 2018년 3월 맥런치 세트를 중지했다. 

햄버거병을 비난하는 민중당 피켓 이미지. 사진= 시장경제신문DB
햄버거병을 비난하는 민중당 피켓 이미지. 사진= 시장경제신문DB

특히 맥도날드가 민심을 잃은 결정적 사건은 '햄버거 병(용혈성요독증후군)' 사건이다. 

2016년 4살 아이가 맥도날드 해피밀 세트를 먹고 햄버거 병에 걸렸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맥도날드는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부인했다. 검찰도 해당 사건을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기각하며 일단락 됐다. 

하지만 2019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당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사건을 들춰내며 재점화됐다. 표 의원은 맥도날드가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직원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검찰의 재수사가 진행됐다.

결국 맥도날드는 햄버거병 어린이의 모든 치료 비용을 지원하기로 합의하면서 마무리 됐다. 이후 조 전 대표는 '주방 공개의 날' 행사를 열며 매장 내 주방 시스템을 공개하는 강수를 뒀지만 떠난 민심을 다시 잡기엔 늦은 시점이었다. 

여기 더해 2017년 7월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판매되는 햄버거에 대해 위생 상태를 조사했는데, 맥도날드 불고기 버거에서 식중독 유발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기준치의 3배 이상 초과 검출됐다. 특히 맥도날드가 소비자원의 식중독균 검출 발표를 막으려고 법원에 발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가격인상, 햄버거병, 위생 등의 연이은 논란에 조 전 대표는 2020년 1월 사임하고 맥도날드를 떠났다.

조주연 맥도날드 전 대표. 사진=시장경제DB
조주연 맥도날드 전 대표. 사진=시장경제DB

 

크루부터 시작한 '맥도날드맨'의 불씨 살리기

조 전 대표는 한국맥도날드 최초의 여성 대표로, 내부에서 승진한 첫번째 사례였다. 취임 초부터 큰 주목을 받았지만 연이은 논란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후임자로 앤토니 마티네즈(Antoni Martinez) 대표를 선임했다. 앤토니 마티네즈 대표는 2000년 호주 빅토리아주 맥도날드 레스토랑의 시간제 직원인 크루부터 시작한 '맥도날드 맨'이다.

20년간 맥도날드에 몸담은 마티네즈 대표지만 국내의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이미 버거킹과 롯데리아에게 선두권을 내줬고, 지방을 중심으로 맘스터치가 호시탐탐 상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었다. 업계는 한국 시장경험이 부족한 마티네즈 대표가 나락으로 떨어진 맥도날드를 다시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마티네즈 대표는 취임 직후 '베스트 버거' 프로젝트를 펼쳤다. 식재료와 조리과정 전반의 프로세스를 개선해 품질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또 맥올데이 메뉴로 '빅맥, 1955버거, 맥스파이시 상하이버거'를 선정해 3대 인기 메뉴를 하루종일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했다. 또한 앱을 통해 할인쿠폰을 뿌려 가격 경쟁력도 제고했다.

특히 조 전 대표가 내놓은 '시그니처 버거'를 단종시키고, 쿼터파운더치즈, 치즈버거 등 인기메뉴를 대상으로 패티 굽는 방식, 소스, 번에 변화를 줘 좋은 호응을 얻었다. 품질과 서비스가 나아지자 맥도날드는 2020년 코로나 기간에도 불구하고 9%나 실적이 상승하는 효과를 봤다. 

하지만 맥도날드는 올해 다시 잡음이 나오고 있다. 맥런치 부활을 명목으로 가격을 인상하고, 행복의 나라와 맥올데이를 한꺼번에 폐지했다. 

맥런치는 부활했지만 빅맥과 상하이버거는 맥올데이 때보다 200원이나 올랐다. 또 7일 주기로 발급되던 쿠폰도 10일주기로 길어졌고, 몇몇 쿠폰은 맥런치와 겹치는 2시 이전에는 사용이 불가하게 막았다. 이에 누리꾼들은 또 속았다며 '맥재앙'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여론을 의식한 맥도날드는 올해 3월부터 앱을 통해 빅맥과 상하이 세트 할인 쿠폰을 지급했고, 행복의 나라를 대체하는 '해피 스낵'을 신설했다. 쿠폰 발급 주기도 기존의 7일로 바꿨다. 또 빅맥 단품도 30% 할인했다. 뒤늦게 수습했지만 소비자들의 평판은 쉽사리 나아지지 않는 모습이다. 

현재 버거 프랜차이즈 업계는 치열한 경쟁 중이다. 버거킹이1위인 가운데 롯데리아가 2위를 쫓고 있다. 맥도날드는 3위를 지키고 있지만 맘스터치와 가성비 버거 '노브랜드 버거'가 거세게 올라오고 있다. 

이 중에서도 '맘스터치'는 지방을 중심으로 압도적인 매장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매장 수로만 치면 롯데리아를 넘어섰고, 국내 토종 브랜드 중 매장 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버거킹에게 매장 수마저 따라잡혔다. 세계적으로 버거킹의 인기가 압도적인 스페인이나 터키를 제외하면 버거킹 매장이 맥도날드 매장보다 많은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마티네즈 대표가 발빠른 고객 대응으로 선방하고 있지만 옛 위상을 되찾기는 쉽지 않다"며 "최근 쉐이크쉑 버거까지 국내 도입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적인 신메뉴 개발과 이벤트로 돌아선 소비자들의 마음을 되찾아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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