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D社 역량 탁월... 이해욱 사익 위해 급조된 법인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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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D社 역량 탁월... 이해욱 사익 위해 급조된 법인 아니다"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1.06.29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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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상표권 편취 의혹' DL 8차 공판 분석
양경홍 글래드 대표 신문... 檢, 혐의입증 못해
檢 "APD 역량 부족, 대림(오라관광)이 사업 주체"
양 대표 "APD 나보다 전문가... 에어비앤비 꿈꿔"
이 회장 지시·관여 여부 "전혀 없었다" 증언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APD의 역량은 부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라관광 보다 좋았다. APD와 일을 같이 한다고 했을 때 (한국의)에어비앤비를 꿈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김준혁 판사)은 22일 14시 이해욱 DL(대림그룹) 회장의 공정거래법 위반(사익편취) 의혹 사건 8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은 검찰의 요청으로 8번째 증인이자 피고인인 오라관광 양경홍 대표가 증인대에 섰다. 재판부는 앞선 공판에서 “새로운 사실이 없으면 피고인을 증인대에 세우는 행위는 의미 없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으나 검찰은 피고인 신문을 강행했다. 재판부의 의사에 반해 검찰이 신문에 나선 만큼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입증할 새로운 스모킹건이 나올지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약 4시간 가량 진행된 공판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입증할 결정적 증언이나 증거의 제시는 없었다. 첫 번째 증인이자 검찰 측 증인이었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관부터 양 대표까지 8명 모두 “이해욱 회장의 상표권 사용 관련 지시‧관여는 없었다”고 증언한 것이다.

☞ 대림, 글래드 호텔사업 사건 개요

건설과 정밀화학 분야를 주업종으로 성장한 대림산업은 2010년대 초반 그룹의 미래먹거리로 호텔사업 추진을 적극 검토했다. 이 회장은 2010년 7월 호텔사업을 전담할 ‘APD(Asia Plus Development)’라는 이름의 법인을 설립했다. 워커힐, 반얀트리 등 국내외 메이저 호텔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엘리트 호텔리어들이 APD 창설 멤버로 합류했다.

APD는 2012년 이후 대림산업의 호텔브랜드 ‘글래드(GLAD)’를 개발하고 상표 등록을 마쳤다. 대림산업은 2014년 이후 오픈한 자사 계열 호텔에 글래드 브랜드를 적용, 사업을 시작했다. 글래드 호텔의 운영은 대림산업이 100% 출연해 설립한 ‘오라관광’(현 글래드호텔앤리조트)이 맡았다.

대림 측은 오라관광을 통해 APD와 브래드 사용권 계약 등을 체결하고 거래관계를 유지했다. 위 계약에 따라 오라관광은 APD에 브랜드 사용 수수료를 지급했다. 2018년 7월 이 회장은 자신과 일가가 보유한 APD 지분 100%를 오라관광에 무상양도했다.

공정위의 판단은 전혀 달랐다. 호탤 브랜드 '글래드'는 대림이 개발한 뒤 그 상표권을 이 회장 일가가 급조한 신설법인 APD에 넘겼으며, 매년 수억원 이상의 금원을 상표권 사용료 등의 명목으로 동 법인에 부당 지급한 것으로 봤다. 공정위는 APD를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대림 측이 보유한 상표권을 APD에 넘기고, 매년 수억원 이상의 금원을 동 법인에 지급하는 과정에 이해욱 회장의 직접적인 지시 내지는 관여가 있었다며, 이 회장과 대림산업 전현직 임직원 등을 공정거래법 위반(총수 사익편취)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공정위의 고발 내용을 대부분 그대로 인용해, 이 회장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공정위와 검찰이 이 회장에게 적용한 사익편취 혐의 입증을 위해서는 대림과 APD 사이 협의 내용을 이 회장이 보고받았으며, 중요 결정을 이 회장이 직접 지시했거나 그 결정과정에 관여했다는 증언이 확보돼야 한다.

검찰은 증인신문을 통해 이 회장의 지시 혹은 관여 사실을 입증하는데 주력했으나 증인신문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현재까지 진행된 증인신문 과정을 종합하면, 이 회장이 APD에 대한 수수료 지급 등을 직접 지시했다는 증언은 나오지 않았다.

"대림, 그룹 차원에서 공정거래 이슈 우려 
호텔사업 매우 보수적으로 추진" 

8차 공판에서 가장 치열했던 쟁점은 ‘글래드(GALD) 실제 운영 주체’였다. 양 대표는 대림그룹 호텔 브랜드 '글래드'(GALD) 사용 수수료를 지불한 오라관광 수장으로 이 사건 핵심 인물이다. 2014년부터 APD 대표도 겸임했다. 검찰은 양 대표를 상대로 호텔 사업 주체가 누구인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검찰은 이 회장 일가가 사익편취를 위해 실체도 없는 신설법인(APD)를 만들었으며, 실제 호텔 사업은 대림 측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뒤 그 결실만을 APD를 통해 넘겨 받았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이날도 검찰은 양 대표에게 공소사실과 같은 내용의 질문을 던졌다. 'APD는 급조된 신설 법인으로 호텔 사업을 추진할 역량이 없었다'는 취지의 검찰 질문에 양 대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특히 그는 "당시 대림그룹은 공정거래 이슈를 우려해 사업을 매우 보수적으로 추진했다"고 증언했다. 다음은 이 부분 신문사항 발췌. 

검사: 오라관광은 충분히 브랜드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업체였죠?

피고인: 저는 운영에 특화돼 있었고, (브랜드)개발에는 솔직히 관심이 없었다.
 
검사: 오라관광이 글래드 브랜드를 사용하게 된 경위는 무엇인가? 

피고인: (그룹) 디벨로퍼 전략이었다. 오라관광은 APD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이익이 됐다. 어떤 조건보다 가장 좋은 조건이었다. 그들이 개발해주고, 우린 운영만 하면 됐다.
 
변호인: APD 브랜드 사용이 왜 이익인가.

피고인: 오라관광은 지역(제주) 로컬 호텔을 운영했다. 고객도 중국, 일본인 단체관광들로 골프 패키지 판매에 한정돼 있다. 리스크가 큰 사업 보다 현재 있는 사업을 문제없이 잘 운영하는 게 중요했다. 이런 곳에 메이저 호텔 전문가들이 지원할 일이 없다. 그런데 APD는 메이저 호텔 전문가 출신들이었다. 나보다 더 전문가들이었다.
 
변호인: 양 피고인이 볼 때 APD는 어떤 기업이었는가.

피고인: 맨 처음 APD라는 회사와 같이 일을 한다고 들었을 때 그들의 멤버십을 보고 놀랐다. 오라관광이 글로벌 숙박업체인 에어비앤비처럼 될 수 있다는 꿈을 꿨고, 서울과 전국구로 진출할 수 있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 우리(오라관광)에겐 고무적인 일이었다.
 
검사: APD 인력이 뛰어난 인재들이라면 그들이 지역의 작은 로컬 호텔과 동업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피고인: 대림그룹의 위상을 보고 입사했을 것이다. 대림을 빼고 오라관광만 있었다면 절대 같이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변호인: APD 직원들이 작성한 문서들을 보면 사업에 대해 부정적으로 기록한 내용이 많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
 
피고인: APD는 적극적으로 호텔 사업 진행을 원했지만 대림그룹 경영기획본부에서는 '공정거래 이슈'를 염려해 방어적으로 사업을 진행시켰다. APD 제안이 번번이 막혔고, 어느 정도 시간이 되자 오라관광에게 호텔 사업을 다 넘기고 단독으로 (다른) 사업을 진행하길 원했던 것 같다(앞선 공판에서 APD 직원들은 "대림그룹이 공정거래 이슈를 우려해 할 수 있는 사업도 진행시키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2016년 경영기획안’ 중 ‘호텔 사업을 하기엔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문구를 인용하면서, APD는 총수 사익편취를 위한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다시 했다. 

검찰 신문에 양 대표는 "동 문구는 APD의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라 오라관광의 인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기획안은 오라관광이 작성한 것인데 APD의 내용을 넣을 필요가 없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9일 결심 공판을 끝으로 변론을 마무리하고 선고기일을 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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