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관리法 해부②] 기업의 책무 된 '화평법', EU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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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관리法 해부②] 기업의 책무 된 '화평법', EU도 마찬가지
  • 손성민 전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연구원
  • 승인 2021.06.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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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민 전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연구원
EU-REACH, 기존 물질에 대한 책임 강화
국내 '화평법'과 단순 비교는 힘들어
화학물질에 대한 기업의 책임 강화
EU로 수출 느는 기업들 특별한 관심 필요

<편집자 주>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재판은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화학물질 안전성 제도 운영에 대해서는 국민적 관심이 크지 않은 것이 현실. 업계에서도 관련 내용에 대한 경각심이 떨어져 기본적인 정보 전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화학제품 수출을 위해서는 각 국가별 화학물질 관리 제도를 따라야 하기 때문에 해당 국가에 대한 동향 파악이 중요하다. 이에 본지에서는 전문가 기고를 통해 우리 국민과 수출 기업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국내외 화평법 정보를 소개하고 문제점과 대책도 함께 살펴본다.

손성민 전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연구원
손성민 전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연구원

2013년 제정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은 한동안 국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화학물 안전에 대한 인식이 먼저 시작됐다. 유럽연합(EU)은 2008년 EU-REACH를 시행해 화학물 안전에 대한 인식을 높였다. 우리나라의 화평법 역시 EU-REACH에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EU-REACH는 화학물질의 양과 위해성에 따라 등록(Registration), 평가(Evaluation), 신고(Notification), 허가 및 사용제한(Authorization and Restriction)을 규정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의 도입은 화학물질 관리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이 됐다. 제조, 유통, 소비 등 전 단계에 거쳐 인간의 건강과 환경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하고자 하는 당국의 첫걸음이었던 셈이다.

뿐만 아니라 신규물질과 기존물질에 대한 규정을 통합해 기존물질에 대한 의무를 강화하고, 신규물질에 대한 의무를 상대적으로 낮춤으로서 기존물질의 대체물질이나 친환경 신규물질의 개발을 유도하려는 의도도 가졌다.

물론, EU-REACH는 우리나라 수출 기업들에게는 환영받을만한 변화는 아니었다. 우리나라 화학물질, 화학제품 수출기업들은 EU 내 수입자나 유일대리인 선임을 통해 물질 등록을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이를 하나의 무역장벽으로 인식했다.

또한 화학물질의 유해성과 위해성을 기업이 평가해야 해 위험성에 대한 책임이 정부당국에서 산업계로 옮겨가는 계기가 됐다. 이로 인해 산업계는 평가를 위해 비용을 들여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또한, 피해 발생에 대한 책임도 고스란히 떠안는 상황이 연출됐다.

EU-REACH와 국내 화평법은 기업들의 부담 가중이라는 측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고, 종종 기업의 대응 문제와 더불어 항상 비교 대상이 된다.

EU-REACH와 화평법을 비교하며 어느 것이 더 엄격하냐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EU의 경우 제조·수입량에 따라 22~60개 항목의 시험자료를 제출해야 하는데 국내의 15~47개 항목과 비교하기에는 애매한 점이 있다. 실제 접수되는 실험 자료 기준은 EU-REACH의 경우 국내 화평법보다는 덜 엄격하고, 대체 시험법 등 자료가 쉽게 받아들여지는 편에 가깝다.

유사한 성분들의 독성 결과 자료들과 그 경향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타깃 물질을 분석하는 READ-ACROSS나 독성을 예측하는 모델링 중 하나인 in-silico modeling, 동물대체시험 등과 같은 자료들도 복합적으로 제시되고 평가될 수 있는 점이 일부 상이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EU 신규 수출 기업들은 아직도 어떤 원료와 완제품이 EU-REACH에 해당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국내에서 화장품과 화장품 원료는 화평법 관리 범주에서 제외되는데 비해 EU에서는 화장품 원료 또한 1톤/년 이상 제조·수입되는 경우 EU-REACH 적용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EU 역내로의 수출이 급격히 늘고 있는 화장품 브랜드사의 경우 향후 EU-REACH 등록과 관련해 각별하게 신경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영국의 브렉시트(BREXIT)로 인한 UK-REACH도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이미 올해 초부터 독립돼 4월 30일까지 영국 플랫폼 자료 이전 요구 기간이 만료됐다.

규정이라는 것이 다 그렇듯 EU나 영국에 수출하고자 하는 우리 기업들은 이 REACH 제도를 따를 수밖에 없다. 새로운 제품 개발이나 수출을 야심차게 준비하는 기업들이 있다면 꼭 사전에 EU-REACH 적용 여부를 검토해 낭패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손성민 전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연구원: 현 리이치24시코리아 지사장, 서울대학교 보건학 석사,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부 학사, HISTOGENETICS DNA 분석팀(미국 뉴욕), 대웅제약 글로벌사업본부 글로벌RA팀,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기획정보실 기획조사팀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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