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빼고 '수소'로 채웠다... 현대제철, 친환경 기업 대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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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빼고 '수소'로 채웠다... 현대제철, 친환경 기업 대변신
  • 신준혁 기자
  • 승인 2021.07.0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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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물질 대기 확산 막는 '가스 청정 밸브' 도입
수소차용 금속분리판 생산... 연료전지 핵심기술 확보
25년까지 수소 생산 10배 확대... 연 4만톤 생산 목표
현대제철 수소공장 전경.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 수소공장 전경. 사진=현대제철

철광석은 지구 질량의 32%를 차지할 만큼 매장량이 풍부한 자원이다. 눈길을 우주로 돌려도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금속이다. 구리나 알루미늄과 달리 톤당 함유량이 높아 많은 양을 채굴해도 자원 고갈의 우려가 적다. 특히 철 제품은 100년 이상의 수명을 가지고 있고 재활용이 용이하다는 특장점이 있다. 1톤 당 재생가능 횟수는 40번 이상이다.

인류가 철을 다룬 역사는 100년이 넘지만 '탄소 배출'과 '안전 문제'는 해결해야 할 숙제다. 철은 생산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탄소를 배출시킨다. 고윤에서 철을 용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화재 등 사고 발생 위험도 높다. 

국내 최대이자 최초의 전기로(電氣爐) 제강사인 현대제철은 안전을 지키면서 오염도는 낮추는 친환경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탄소 기업’이라는 부정적 꼬리표를 떼고 친환경 기업으로 전환한다는 최고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이다.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 안에 제선, 제강, 압연 공정을 모두 갖춘 일관제철소를 완공하고, 세계 최초로 ‘자원순환형 철강 시스템’을 구축했다. 고로에서 철광석을 녹여 만든 철은 자동차, 배, 각종 전기제품의 소재로 쓰인다. 철강 제품의 마지막 단계 산물인 '철 스크랩'(고철)도 쓰임새가 많다. 고철은 교량이나 건축용 철강의 원부자재로 재활용된다. 

현대제철은 철 스크랩을 모아 연간 1000만톤 이상의 형강과 철근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철 스크랩은 철광석, 석탄 등 다른 제강 원료와 비교해 이산화탄소를 비롯 오염원의 배출이 상대적으로 낮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철 스크랩 재활용의 친환경성을 인정받아 'GR(Good Recycled)인증'을 획득했다. 2019년 이 회사의 형광·철근 제품은 한국 환경부, 미국UL 환경인증을 각각 획득했다. 국내 전기로 운영 제철기업 중 최초의 성과이다. 

당진제철소 고로 주변 모습. 사진 속 노란색 파이프는 고로 오염물질을 줄여주는 '가스 청정 밸브'. 사진=현대제철

 

대기오염 원천 차단...
'가스 청정 밸브' 세계 최초 개발

고로(高爐)는 최대 2300도의 고온·고압으로 철광석을 녹여 철을 만드는 장비다. 제철소는 폭발사고 방지를 위해 1년에 8회, 고로의 최상단 안전밸브인 '브리더'를 개방한다. 이때 고로에 갇혀있던 물질이 비산되면서 대기 오염을 초래한다.  

현대제철은 네덜란드 엔지니어링 기업 '다니엘리 코러스'와 협업해 '가스 청정 밸브'를 세계 최초로 개발, 유럽 특허 출원을 마쳤다. 이 밸브는 고로가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을 92~97% 저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소는 현대제철의 또 다른 미래산업이다.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 코크스 제조공정과 전로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 속 타르, 황, 벤젠 등 유해물질을 걸러 수소를 추출한다. 이 때 추출된 수소의 순도는 99.999%다.

부생수소의 절반은 자동차 충전과 반도체 정밀 클리닝 공정에 각각 쓰인다. 나머지 절반은 제철소에서 제품의 산화 방지 용도로 사용한다.

현대제철은 2025년까지 수소생산량을 10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현재 연간 3500톤의 부생수소를 생산하고 있는데, 연간 4만톤 규모까지 수소생산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수소전기차 약 20만대가 1년 동안 달릴 수 있는 양이다.

한편 현대제철은 수소시대에 맞춰 친환경차용 강종부터 특수부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의 엔진과 변속기에 쓰이던 특수강을 대체해 구동모터와 감속기용 제품을 새롭게 내놓았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비를 매년 1100~1400억원으로 늘리는 등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회사는 지난해 자동차용 신제품 6건을 출시했으며 총 266종의 자동차 강종을 개발했다.

연간 1만6000대 규모의 수소전기차용 금속분리판도 생산한다. 금속분리판은 외부에서 공급된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 발생을 차단한 뒤, 각 전극 내부로 공급하는 부품이다. 전극막 접합체(MEA)와 함께 수소전기차용 연료전지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현대제철은 2013년부터 금속분리판 양산기술 개발을 시작해 18년 대량생산에 성공했다. 회사의 공장 설비는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이 국내 기술로 이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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