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대출 60%가 2030... '빚투·영끌'로 멍든 M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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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대출 60%가 2030... '빚투·영끌'로 멍든 MZ세대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1.06.2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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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차주 청년층 비중 58.4%
암호화폐 '휘청' 금리인상 조짐까지
청년 다중채무자 대출잔액 130조
전문가들, "금융권 부실 우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2030세대 청년층 대출이 전체 신규 대출의 6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들이 빚을 내서 주식·암호화폐 또는 부동산에 투자하는 '빚투'와 '영끌'의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청년 다중채무자의 카드론 등 비은행 신용대출도 급증했다. 다수 전문가들은 상환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청년층의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일 한국금융연구원의 '국내 가계부채 리스크 현황과 선제적 관리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이하 청년층 대출이 지속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권에서 새로 가계대출을 받은 신규차주 중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49.5% △2018년 51.9% △2019년 56.4% △2020년 3분기 58.4%로 꾸준히 늘고 있다. 대출금액 기준으로도 청년층 비중은 △42.4% △46.5% △52.4% △55.3%로 크게 늘었다.

보고서는 청년층 가계대출 급증세는 주로 주택가격 상승 기대와 주식·가상자산(암호화폐) 등 레버리지 투자 열풍에 의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전까지는 집값 상승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대출 증가세를 주도했으나, 이후 주식·암호화폐 투자 열풍으로 신용대출이 증가세를 이끌었다.

작년 3분기 말 청년층 가계대출 잔액 409조원 중 주담대 비중은 64%인 261조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청년층의 부동산 매입비중은 30대 이하 37%, 40대 27%, 50대 18% 순이었다.

이후 신용대출이 상대적으로 많이 증가했다. 특히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 가운데 청년층 비중이 크게 늘어 지난해 말 기준 청년 다중채무자 대출잔액은 전년 말 대비 16.1% 급증한 130조원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부실 가능성이 큰 20대 카드론 대출 잔액은 8조원 수준으로 이 역시 전년 말보다 16.6% 증가한 수치다.

대출이 늘면서 지난해 말 청년층의 소득 대비 부채 비중(LTI)은 타 연령층에 비해 크게 악화(30대 이하 23.9%p↑, 40대 13.3%p↑, 50대 6.0%p↑, 60대 이상 3.2%p↓)됐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청년층 대출 상환부담 위험이 급속도로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초 청년층의 주식·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거셌던 것을 고려하면, 청년층의 비은행 신용대출 비중이 더욱 커졌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조기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등 통화정책 기조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부실의 현재화 가능성이 큰 청년층 등 취약부문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시장금리가 오를 조짐이 보이면서 2030세대의 신용위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년층이 조달한 대출상품 상당수가 변동금리를 적용받고 있어 앞으로 금리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주요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7일 기준 신용대출 금리(1등급·만기 1년 기준)는 연 2.57~3.62%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말(연 1.99~3.51%)보다 0.11~0.58%포인트 뛰었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코픽스 연동, 신규 기준)도 연 2.55~3.90%로 지난해 7월 말(연 2.25~3.96%)보다 최저금리가 0.3%포인트 올랐다.

이 외에도 암호화폐 시장이 흔들리면서 2030세대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올해 2월 암호화폐 앱 이용자(MAU) 가운데 2030세대 비중은 59%에 달했다. 

2030세대의 암호화폐 거래금액도 천문학적으로 치솟고 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기준 암호화폐 거래액은 31조원, 주간 거래소 방문자는 580만 명에 이른다. 이 수치는 국내 투자자들의 국내외 주식 거래액을 웃도는 수준이다.

암호화폐 투자자라고 밝힌 30대 직장인 A씨는 "2030세대 사이에서 자산 격차가 커지자 빚을 내서 암호화폐를 사는 동료들이 늘고있다"면서 "올 3월 이후 시장에 뛰어든 친구들은 대부분 큰 손해를 봤다. 커뮤니티엔 1년 연봉을 날렸다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용상 연구원은 "과거 사례로 보면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는 경우 국내 가계부문과 자산시장에 주는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소위 빚투, 영끌 형태로 과잉 자산투자에 나섰던 청년층의 부채관리와 부실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일 학계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2030세대가 왜 '투전판'으로 몰리고 있는지 정치권과 기성세대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면서 "공정과 미래희망이 사라진 이 사회의 쓸쓸한 자화상"이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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