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왕좌의 게임... 대형은 '전문경영인 간택', 중견은 '2세 승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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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왕좌의 게임... 대형은 '전문경영인 간택', 중견은 '2세 승계'
  • 신준혁 기자
  • 승인 2021.06.2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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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따라 다른 '건설사 경영스타일' 총리뷰
삼성 현대 SK 롯데... 임원명단 오너일가 없어
한화 DL HDC 태영, '이사회 독립 경영' 보장
GS건설, 호반건설... 2세 경영 수업 중
중흥, 대방, 우미 등 중견사... '오너 경영' 유지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왼쪽부터), 허윤홍 GS건설 사장, 정몽열 KCC건건설 회장,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사진=각 사

대형 건설사가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경영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잔뼈가 굵은 사업부 본부장급을 사장으로 선임하면서 '안정과 지속'을 택했다. 반면 안정보다 공격적인 베팅이 필요한 중견 건설사는 오너 경영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는 경영 능력을 갖춘 전문가를 선임해 이사회 중심의 사업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견제 장치가 확고해 경영의 투명성을 높일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대비해 오너 경영은 장기적 안목에서의 사업 전략과 미래 먹거리 발굴이라는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전문경영인은 연임과 연봉 인상 여부 등이 주주 평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단기간의 성과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회사의 미래를 내다본 중장기적 사업구조 재편, 경쟁사와의 파격적인 합종연횡, 회사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과감한 투자 결정 등은 오너 경영이 갖는 특징이자 강점이다. 

대형 건설사로 분류되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SK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삼성엔지니어링은 임원 명단에 오너일가의 이름을 올리지 않고 전문경영인을 선임했다.

오너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대형 건설사들도 물론 있다. DL(대림),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태영건설, KCC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이해욱 DL 회장은 1995년 대림엔지니어링에 대리로 입사해 26년 만에 회장 자리에 앉았다. 이 회장은 대표이사직을 수행하지 않고 미등기 임원으로 남아 있으며 DL은 이사회 중심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HDC현대산업개발의 미등기 임원이다. 정 회장은 HDC 대표이사와 함께 HDC아이콘트롤스, HDC현대EP 등 계열사 상근 사내이사를 겸직하면서 경영 전반을 챙기고 있다.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은 이재규 부회장을 태영건설 대표이사로 선임했지만, 태영건설의 상근 등기임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주요 안건을 직접 살피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7년 만에 한화건설 미등기 임원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등기임원을 맡지 않은 이유와 관련돼 회사 측은 "독립경영체제를 이어온 이사회의 권한을 보장하고, 자율·책임경영을 발전시킨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GS건설은 후계 경영 수업이 한창이다. 허윤홍 GS건설 신사업부문 사장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2005년 대리로 입사한 뒤 재무팀장 부장, 경영혁신·IR 담당, 플랜트공사 담당, 사업지원실장 등을 역임했다. 허 사장은 2019년 말 임원인사에서 신사업부문 대표 사장으로 승진한 뒤 스마트팜, 모듈러, 해수담수화 등 신사업을 도맡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GS건설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자 자사주를 대거 매입하는 등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범현대가인 KCC건설은 계열 분리 이후 각자대표제를 선택했다. 고(故)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3남인 정몽열 KCC건설 회장은 윤희영 KCC건설 사장과 각자대표에 선임됐다.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은 오너경영인에서 전문경영인이 된 특이한 사례다. 김 회장은 쌍용그룹 해체 후 오너 신분을 잃었지만, 대주주인 두바이투자청으로부터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대표이사 자리에 재선임됐다.

정진행 현대건설 고문은 2018년 현대차그룹에서 현대건설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긴지 2년 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글로벌 시장에 대한 전문적인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수주를 크게 늘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현대차그룹 조직개편에 따라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잇따른 언론매체 인수 추진으로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는 호반건설도 오너 경영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공능력평가순위 12위에 오르며 대형 건설사 반열에 오른 호반그룹은 김상열 그룹 회장에서 장남인 김대헌 사장으로의 지분승계를 사실상 마무리하고 신사업과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김 사장은 벤처·중소기업, 스타트업 투자 등을 전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권혁운 IS동서 회장,
권홍사 반도문화재단 이사장, 권혁운 IS동서 회장, 구찬우 대방건설 회장, 이석준 우미건설 부회장, 김대헌 호반건설 사장,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 사진=각 사

 

1세대 일군 중견 건설사 오너들, 2세 승계 '한창'

기업공개·상장 앞두고 오너 경영 강화

중견 건설사는 대부분 오너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1세대 창업주나 2세 경영인이 있는 중견 건설사는 반도건설, IS동서, 중흥그룹, 서희건설, 우미건설 등이다.

‘형제 회장’ 권홍사 반도문화재단 이사장과 권혁운 IS동서 회장은 회사를 대기업 집단에 올릴 만큼 몸집을 키웠다. 두 기업인은 1세대 창업주다. 1970년 회사를 설립한 권홍사 이사장은 지난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막내 아들인 권재현 반도홀딩스 상무가 자리를 물려받았다. 권혁운 회장은 2018년 2세인 권민석 사장에게 단독 대표를 맡겼다.

같은해 대기업 집단에 이름을 올린 대방건설그룹은 구교운 회장에 이어 2세 경영인 중 한명인 구찬우 사장이 이끌고 있다. 구 사장은 공정자산이 5조원을 넘어설 만큼 성장한 회사를 물려 받았지만, 1조원이 넘는 내부거래 문제를 떠안고 있다.

재계 47위 중흥건설그룹은 정창선 회장과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이 각 계열사를 이끌고 있다. 차남인 정원철 사장은 시티건설을 맡고 있다. ‘중흥 일가’는 최근 대우건설 인수전에 이름을 올릴 만큼 사세를 확장했지만, 30개가 넘은 계열사와 관계사에 대한 복잡한 지배구조를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의 장녀 이은희 서희건설 부사장, 차녀 이성희 전무, 삼녀 이도희 기획실장은 사내 등기임원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조만간 승계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우미건설은 이석준 부회장을 필두로 금융, 프롭테크, 스타트업 등 신사업 확대에 나서는 등 신사업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업계는 중견 건설사들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적으로 공격적인 수주와 매출 확대를 위해 오너 경영을 선택했다고 입을 모은다. 1982년 설립된 서희건설은 1999년 상장을 마쳤고,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상장 건설사 인수의지를 밝히기도 헀다.

재계 관계자는 “중견 건설사가 제도권에 자리 잡기 위해서 신용도와 자금력을 확보하는 길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이라며 “오너가 직접 사업 보고를 받고 투자를 결정하는 오너 경영 체제가 성장에 더욱 적합한 모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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