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ESG 진단⑦] 이은형式 ESG경영 각인... 하나금투, 글로벌서 '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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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ESG 진단⑦] 이은형式 ESG경영 각인... 하나금투, 글로벌서 '두각'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1.06.2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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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10년간 60兆 ESG 투자 예고
하나금투, 4月 ESG 채권 약 5000억원
글로벌 친환경·신재생기업 공세적 투자
"ESG경영은 지속가능 기업의 필수 요건"

<편집자 주> 최근 금융권의 화두가 된 ESG는 기업의 세 가지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칭이다. 과거 기업의 역할을 이윤 추구로 한정하던 시대가 지났다. 이제 사회는 기업에 모범과 솔선수범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ESG경영은 평판관리를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지적한다. 무디스가 국가별 ESG 경쟁력 순위를 집계하고, 국민연금도 ESG를 투자 지표로 반영하고 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처럼 최근 동학개미 열풍으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증권가에도 ESG경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증권사별 ESG경영의 현황과 특징을 짚어보고자 한다.

사진=하나금융투자 제공
사진=하나금융투자 제공

하나금융투자가 ESG경영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하나금투 측은 글로벌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기후위기와 지속가능성이 투자의사결정의 핵심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ESG경영을 글로벌 사업 확대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금융권에선 지난 3월 하나금융그룹이 글로벌 전문가로 손꼽히는 이은형 부회장을 하나금투의 사령탑에 앉힌 것을 두고 이미 글로벌 ESG경영이 예고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바 있다. 

하나금투는 그룹 차원의 ESG경영전략에 발맞춰 구체적인 실천과제와 이행방안을 수립할 예정이다. 실제로 지난 4월 22일 하나금융은 그룹 ESG 중장기 추진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김정태 회장은 당시 2030년까지 향후 10년간 환경·지속가능 부문에 총 60조원의 ESG금융을 조달·공급할 것을 예고했다. 구체적으로는 △ESG 채권 발행 25조원 △ESG 여신 25조원 △ESG 투자 10조원 등이다. 이 외에도 하나금융은 2050년까지 그룹 사업장 탄소배출과 석탄 프로젝트금융(PF)을 하지 않는 'ZERO&ZERO'를 목표로 추진키로 했다. 앞으로 30년 동안 그룹의 모든 관계사가 참여해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석탄 프로젝트금융 잔액을 0으로 감소시킨다는 구상이다.

하나금융은 △저탄소 경제체제로의 이행 촉진 △금융을 통한 사회적 기여 확대 △ESG 경영 투명성 제고와 지속가능경영 의사결정 체계 구축의 3대 핵심전략 방향을 설정했다. 하나금융은 ESG경영 강화를 위해 이사회 내 지속가능경영위원회도 신설했다. 

하나금투 관계자는 21일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ESG경영은 현재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재무성과를 가늠하는 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가 됐다"면서 "(하나금투는) ESG 역량을 강화하고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 경영에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외 신재생·친환경 ESG투자 이어져

그룹 차원의 ESG경영에 발맞춰 하나금투는 국내 친환경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풍력, 수소연료전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투자와 자본 유치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하나금투는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여수·동두천·창녕·곡성 등 4개 사업장을 가진 국내 최대 폐기물 처리장 개발 사업에 투자한데 이어 최근에는 폐수처리업체 지분인수,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과 폐기물처리사업자 등 친환경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에는 영국 에너지 회사 SIMEC 아틀란티스 에너지(SIMEC)와 우스크머스 석탄화력발전소 컨버전 프로젝트 1단계 사업을 위한 1억7,000만파운드(한화 2,660억원 상당) 규모 부채금융(debt financing) 계약을 체결했다. 이 가운데는 선순위 대출과 브릿지론(중간 대출) 제공이 포함됐다. 우스크머스 컨버전 프로젝트는 1950년대 지어진 우스크머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폐기물로 나온 바이오매스 연료를 활용하는 친환경 발전 전환 사업이다. 

하나금투는 올해 4월 칼라힐 그룹과 함께 알라스카 원유터미널 특수선박에 총 1억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하나금투가 투자한 특수선박은 알라스카 유전 관련 환경법상 필수 시설이다. 원유 유출 사고 시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을 가능케 하는 방제선·예인선으로 구성된다. 이를 두고 기존 국내에선 소개된 바 없는 신규 섹터 자산이자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강조하는 ESG 투자 기조에 부합하는 자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풍력발전설비. 사진=픽사베이
풍력발전설비. 사진=픽사베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전남 태양광 발전 개발 사업 대출, 연료전지업체와 풍력발전설비업체 등 친환경에너지 산업 투자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신재생에너지 관련 프로젝트 수주 실적을 쌓으며 ESG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호주·스페인·일본의 태양광 발전시설 지분인수를 비롯해 미국 조지아주 바이오매스 발전소 대출, 스웨덴 풍력발전소 PEF 지분인수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나금투는 지난해 5월 북미 신재생 에너지 분야 최대 규모 자산관리 회사인 '캐피털 다이너믹스'(Capital Dynamics)가 추진하는 미국 캘리포니아 유틸리티 스케일 100MW/400MW ESS 사업 선순위 대출에 단독 인수자로 참여하면서 국내 증권사 최초로 해외 신재생 에너지 투자에 나선 바 있다.

이후 올해 1월 미국 캘리포니아 유틸리티 스케일(Utility Scale 100MW/400MWh) ESS 사업 선순위 대출 인수금액 전액을 셀다운 완료했다. 판매한 셀다운 물량은 1억1,700만 달러(한화 1,285억 상당) 규모다.

5월에는 하나금융투자는 미국 에너지 인프라 전문 자산운용사 ECP와 북미·유럽 등 선진국 인프라에 최대 3억달러(한화 3,380억원 상당)를 투자하는 내용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양사는 발전소와 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 환경인프라 등 ECP가 주력하는 인프라 부문의 선순위 및 후순위 채권, 혼합채권 등 다양한 대출채권에 투자할 방침이다.

지난 2005년에 설립된 ECP는 미국의 에너지 인프라 전문 자산운용사다. 발전소과 재생에너지, 에너지 인프라, 환경 인프라 등 에너지 가격 위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인프라 투자를 주요 포트폴리오로 삼고 있다.

하나금투 관계자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ESS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ESS 도입에 가장 선도적인 캘리포니아 시장에 주목했다"면서 "신재생 연계형이 아닌 유틸리티 스케일의 ESS는 캘리포니아에서도 최초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다 보니 투자자들의 관심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월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개 증권사들이 올해 1~4월 총 170건의 ESG 채권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총 투자 금액은 약 2조2,700억원 상당이다. 

세부적으로 △삼성증권 44건(8,099억원) △하나금투 50건(4,894억원) △KB증권 38건(4,720억원) △한화투자증권 18건(2,668억원), 한국투자증권 13건(1,600억원)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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