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카, 中배터리 도입 삐걱... 유력 대안 '삼성SDI 젠5'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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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카, 中배터리 도입 삐걱... 유력 대안 '삼성SDI 젠5' 급부상
  • 최유진 기자
  • 승인 2021.07.0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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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 유지, 원가 20% ↓... 中배터리 강점 상쇄
국내 배터리 3사 중 '각형' 기술 가장 앞서
니켈 함량 88%... 1회 충전에 600km 이상 주행
미중 갈등 심화, 中 브랜드 북미 진출 난항
애플, 이차전지 파트너 '각형' 제조사 우선 고려
전영현 대표 "핵심거점 확대, 경쟁력 한단계 높일 것"
삼성SDI 헝가리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공장. 사진=삼성SDI
삼성SDI 헝가리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공장. 사진=삼성SDI

반도체, 디스플레이, 바이오에 이어 한국을 먹여살릴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전기차'와 '이차전지(배터리)'가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는 가운데, 삼성SDI가 하이니켈 배터리 '젠5'(GEN.5)를 앞세워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기차 출시를 예고하고 있는 애플이 주요 배터리 기업과의 협업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SDI는 '중국산' 배터리를 대체할 유력한 대안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에너지 밀도가 낮아도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각형 배터리' 탑재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애플은 중국 CATL과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코리아 브랜드'는 파우치형, CATL을 비롯한 '차이나 브랜드'는 각형을 각각 상징한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애플카 역시 이차전지 파트너로 중국 기업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자율주행 전기차인 애플카에 중국 CATL, BYD 배터리를 탑재하기 위한 초기 단계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애플이 전제 조건으로 미국 내 생산 설비 구축을 중국 CATL에 요구하고 있어서다.

CATL을 비롯한 중국의 배터리 제조사들은 중앙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지원에 의지해 몸집을 빠르게 키웠다. 탄탄한 내수시장을 앞세워 규모의 경제도 갖췄다. 역설적으로 중국 브랜드의 이런 특징은 북미 시장 점유율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배터리, 반도체 등 첨단 소재·부품산업의 자립을 강조하면서 자국 내 생산 확대를 추진 중이다. 중앙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높여온 CATL 입장에서 미국 내 생산시설 구축은 선택하기 쉽지 않은 사안이다. 미중 갈등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점도 CATL에겐 부담이다.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경우, 삼성SDI는 글로벌 점유율확대를 위한 절호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각형 배터리 기술은 국내에서 삼성SDI가 가장 앞서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이다. 

전영현 삼성SDI 대표. 사진=삼성SDI
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사진=삼성SDI

 

삼성 '젠5' 1회 충전으로 600km 이상 주행 
안전성 유지하면서 원가 20% 낮춰 

삼성SDI는 지난달 9일 열린 '인터배터리 2021'에서 하이니켈 기술이 적용된 '젠5'(GEN.5)배터리를 선보였다. 니켈함량이 88% 이상인 젠5를 전기차에 탑재하면 1회 충전으로 6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희귀 금속인 코발트 함량을 6% 이하로 낮춰 20% 가량 제조원가 절감도 기대된다. 

국내 배터리3사가 리튬이온 이차전지 양극재에 주로 쓰는 소재는 니켈(N), 코발트(C), 망간(M), 알루미늄(A) 등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위 네 가지 소재를 모두 적용한 NCMA, SK이노베이션은 NCM, 삼성SDI는 NCA 배터리를 주력 제품으로 생산 중이다. 

3사 모두 니켈 함량을 80% 이상 높이면서 코발트 함량은 낮춘 '하이 니켈-코발트 프리' 배터리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니켈은 리늄이온을 활성화 해 배터리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핵심 소재지만 함량을 80% 이상으로 높이면 화재 혹은 폭발 위험성이 커지는 단점이 있다.

코발트는 일종의 감속제라고 할 수 있다. 배터리 내 화학반응을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안정성을 담보해 주는 역할을 한다. 3사 양극재에 니켈과 코발트가 필수적으로 적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코발트는 매장량이 적어 단가가 높다. 배터리 제조사들은 에너지밀도와 안정성, 단가를 동시에 고려해 코발트 보조재로 망간을 첨가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삼성SDI가 채택한 NCA형 배터리는 보조재로 망간 대신 알루미늄을 썼다는 데 특징이 있다. 알루미늄은 배터리 출력 성능 개선, 발열 감소, 충전시간 단축 등의 순기능을 제공한다. 망간보다 단가가 높지만 보조제로서 성능은 더 우수하다.       

 

글로벌 전기차 기업들, '각형'에 눈돌려
삼성SDI, 미중 갈등서 유리한 위치 선점 가능 

지난달 행사에서 삼성SDI 측은 "젠5를 폭스바겐에 탑재할 예정이며, 향후 미국 투자 역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관계자들은 애플카의 젠5 탑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중 갈등 심화로 차이나 브랜드의 미국 상륙길이 사실상 막혀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각형 배터리 개발에서 한 발 앞서 있는 삼성SDI가 다른 배터리 제조사와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형 배터리는 파우치형에 비해 에너지밀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안정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이다. LG엔솔과 SK이노베이션이 파우치형을 앞세워 글로벌 점유율을 늘릴 때 삼성SDI는 각형 개발에 주력하면서 차별화를 꾀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애플카와의 협업 전망을 묻는 질문에 "애플은 계약과정에서 비밀유지를 각별히 신경쓰는 기업 중 한 곳이다. 협업에 대한 내용은 내부에서도 알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협업 제안이 들어온다면 브랜드를 떠나 어느 기업이든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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