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와 왜 같은 취급?"... 低평가 대우건설 향한 불편한 시선
상태바
"쌍용차와 왜 같은 취급?"... 低평가 대우건설 향한 불편한 시선
  • 신준혁 기자
  • 승인 2021.06.16 06: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우건설 인수전' 3년 만에 고개... 곧 예비 입찰
매각가 1兆 후반... 전문가들 "지나치게 저평가"
2006년 캠코 매각 당시 기업가치 6조 5천억
금호그룹 몰락 등 외부 요인에 기업가치 하락
최근 3년간 매출 급성장... 1Q 영업익 89.7% ↑
"부실 경영으로 구조조정 내몰린 기업과 사정 달라"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회장 사진=시장경제DB

‘대우건설 매각설’이 3년 만에 다시 고개를 든 가운데 한국산업은행이 구조조정 중인 기업과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1조원 대 후반으로 평가받는 대우건설의 기업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DB인베스트먼트는 대우건설 지분 매각을 위한 주관사 선정 작업을 시작했다. 상장사인 대우건설의 가치 평가를 위해 주관사를 선정한 만큼 실제 매각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으로 풀이된다.

KDB인베스트먼트는 공개 경쟁 입찰을 결정했다. 원매자를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인수의향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흥그룹, DS네트웍스-스카이레이크-IPM 컨소시엄, 한앤컴퍼니, IMM PE 등이 인수 의사를 밝히고 있다.

대우건설의 지분 매각가격은 1조원 후반 대로 추정된다. KDB인베스트가 보유한 주식 수는 2억1093만1209주(50.75%)로, 시가총액 기준 1조7500억원이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인정하는 경영권 프리미엄 30%와 내재 가치를 반영하더라도 2조원을 밑돈다.

재계는 대우건설 몸값이 너무 낮게 책정 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고 있는 기업의 상황과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산은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아시아나항공, 대우조선해양, 쌍용차, 한국GM, STX조선해양 등이 있다. 대표적인 기업인 쌍용차는 워크아웃 졸업 12년 만에 다시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채권자협의회의 수차례 지원에도 정상 상환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아시아나항공이나 대우조선해양 등도 경영 부실과 유동성 위기로 채권단과 자율협약 수순을 밟았다.

대우건설 사옥 모습. 사진=대우건설
대우건설 사옥 모습. 사진=대우건설

 

"대우건설 시공능력 최정상급,

모기업 경영 부실로 침체... 타 기업 상황과 달라"

위 기업과 달리 대우건설의 ‘셋집살이’는 대우그룹의 해체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몰락에서 시작됐다. 대우건설이 속했던 대우그룹은 2000년대 국내 재계 서열 2위에 올랐을 정도로 몸집이 컸다. 대우그룹 시절 (주)대우 건설부문의 시공능력과 규모는 국내 최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우건설은 대우그룹 해체 과정에서 인적분할 방식으로 세워진 회사로,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의 관리를 받았다. 대우건설은 2002년 그룹 해체 이후 2년만에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했고, 2006년부터 3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1위를 달성할 만큼 사세를 회복했다.

대주주였던 한국자산관리공사는 2006년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대우건설을 매각했다. 당시 매각가는 6조6000억원에 달했다. 시장이 회사의 시공능력을 그만큼 높이 평가한 결과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공적자금 투입금액인 9179억원보다 5배 많은 4조5000억원 이상의 막대한 차익을 얻었다. 한화그룹, 두산그룹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인수경쟁을 벌이면서 대우건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상승했다.

문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에 흡수되면서 벌어졌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그룹 재건을 노렸지만 대규모 차입과 확장으로 경영 위기를 자초했고, 안정화를 이루기도 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오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10년 6월 한국산업은행에 대우건설 지분을 전량 재매각했고, 대우건설은 산업은행의 품에 안기게 된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지분 50.75%를 3조2000억원에 사들였다.

산은은 2017년 국내 중견건설사인 호반건설에 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의 잠재손실이 드러나면서 거래가 무산됐다. 호반건설이 제시한 1조6200억원의 매각가는 산은이 투입한 공적자금에 절반에도 못 미쳐 ‘헐값 매각’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산은은 대우건설 매각을 위해 재무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가 시급하다고 판단, 출자회사 매각을 전당하는 KDB인베스트를 설립하고 집중 관리에 들어갔다.

한편 산은은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상대로 인사권을 남용하고 방만경영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산은의 감독 부실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특히 산업은행 출신 퇴직임원을 감독 기업의 요직에 앉히면서 '낙하산' 자리 유지를 위해 매각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그룹 해체로 세워졌고, 모기업의 경영 부실로 침체기를 겪었다”며 “막대한 부채와 부실 경영으로 기업가치가 하락하면서 산은의 법정관리를 받게 된 기업들과는 다른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 주가, 신사업... 높아지는 기업가치

産銀, 산 가격 보다 싸게 팔까

대우건설의 실적과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형 사장 부임 이후 △2018년 6287억 △2019년 3640억 △2020년 558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2016년 마이너스(-)5030 △2017년 -4672년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안정적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대우건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9.7% 상승한 2294억원으로,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매출 8조1367억원, 영업이익 5582억원, 당기순이익 2826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최대 실적이다. 부채비율은 243%로 4년전과 비교해 100%포인트 이상 줄었다. 1주당 가격은 10일 종가 기준 8880원으로 52주 최저가인 2250원과 비교해 4배 가량 상승했다. 증권가는 대우건설의 상승여력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1만원 대 초반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모델링 프로그램, 드론 관제 솔루션, 부동산 통합정보시스템 등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타트업 협업과 지분 인수 등을 통해 신사업 발굴에도 힘쓰는 모습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실적과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만큼 제대로 된 기업평가가 필요하다”며 “건설업을 이해하고 회사를 잘 경영할 수 있는 인수자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