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식품 뮤지엄②] MSG 편견 20년... 대상그룹, 미원(味元)을 넘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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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식품 뮤지엄②] MSG 편견 20년... 대상그룹, 미원(味元)을 넘어서다
  • 김보라 기자
  • 승인 2021.06.1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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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출시, 65살 장수 브랜드 탄생 비화
감칠맛 '글루탐산' 제조 연구한 故임대홍 창업주
'미원' 급성장... 조미료 대명사 우뚝
90년대 초 MSG유해 논란으로 외면 받아 '휘청'
1987년 장남 임창욱 회장 취임, 식품사업 확대
현재 안정성·기능성 개선 제품... 예전 명성 되찾아
임정배 대표체제... 영업익 최초 1천억원 돌파
올해 창립 65주년 된 장수 식품기업. 사진= 대상그룹.
올해 창립 65주년 된 장수 식품기업. 사진= 대상그룹.

대상은 1956년 창립해 65년간 한국인의 밥상을 책임진 장수식품 브랜드다. 음식에 감칠맛을 더하는 '미원'은 없어서는 안 될 조미료로 떠오르면서 대상그룹의 시초가 됐다. 한때 발효 조미료(MSG)는 해롭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정체기를 맞았으나, 억울한 누명(?)을 벗고, 종가집·순창·홍초·발효미원·밥집미원 등의 브랜드로 전세대를 아우르는 대표적인 장수 종합 식품 회사다.

 

임대홍 회장, 국산 1호 조미료 '미원' 탄생... '1가구 1미원' 신드롬

대상의 역사는 6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5년 국내시장엔 일본의 이케다 박사에 의해 개발된 일본 조미료 '아지노모토' 제품이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조미료 개발을 고민하던 대상그룹 창업자 임대홍 회장은 감칠맛을 내는 조미료의 성분인 '글루탐산'의 제조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대상그룹의 창업자 故 임대홍 회장
대상그룹의 창업자 故 임대홍 회장. 사진= 대상그룹.

임 회장은 일본에서 수천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마침내 MSG 제조공정의 기초를 터득하고 1년 후 귀국했다. 1956년 임 회장은 부산 동대신동에 소재한 496㎡(약 150평) 면적의 작은 공장에 '동아화성공업'을 설립했다. 이곳이 바로 국산 1호 조미료 '미원'의 태생지이다. 동아화성공업은 1956년 6월 국산 1호 조미료 '미원'을 공식 상표 등록하고 생산하기 시작했다.

당시 미원은 어떤 음식이든 조금씩 넣으면 맛이 좋아진다는 입소문으로 '맛의 비밀'로 불리며 요리 시 필수품 처럼 사용됐다. 미원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조미료 공장이 부산에 세워졌다는 소문이 나자,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공장 앞에 줄을 서는 상황이 연출됐다. 초기 생산량은 한 달에 5톤 정도였으나, 대량생산이 가능한 '석 부'를 개발하면서 한 달 생산량은 150톤까지 늘어났다.

동아화성공업은 1962년 '미원그룹'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1964년 전분 및 전분당 사업까지 확대했다. 1965년 미생물 발효법 개발, 1967년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조미료의 대명사로 자리 잡는다. 

 

미원, 인도네시아·네덜란드 해외시장 쾌거... 다양한 '비식품 사업영역' 확장

1970년대에는 시장 확대를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렸다. 미원은 1970년 10월 2일 네덜란드에서 열린 '제9회 세계식품콘테스트'에서 1등으로 선정돼 품질의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검증 받았다. 이러한 성장을 토대로 1973년 인도네시아에 PT. MIWON INDONESIA를 설립하고 대한민국 최초로 해외 플랜트를 수출하는 쾌거를 기록했다.

미원은 현지인의 입맛을 금세 사로잡았다. 미원은 진출 1년 만에 시장을 선점하던 일본의 아지노모토와 중국 사사를 누르고 40% 이상 점유하며 업계 1위로 올라섰다.

또한 70년대 상호통상, 한남공업사, 백광약품 등을 인수하며 배합사료, 석유화학 등 비식품 분야로 업종을 넓혀 나갔다. 이 외에도 미국의 3대 식품업체 중 하나인 CPC 인터내셔널사와 합작으로' 한국크노르'를 설립해 인스턴트 식품을 생산하며 식품 사업의 영역도 확대했다.

1980년대에는 중앙연구소를 설립해 R&D 투자를 늘렸다. 1982년 2세대 종합 조미료 '미원 쇠고기 맛나'를 출시했고, 뉴욕지사를 설립해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다.

1987년 임대홍 창업 회장의 뒤를 이어 장남인 임창욱 회장이 취임했다. 임창욱 회장은 다양한 신규사업 진출과 식품 사업 확대 등 사업의 다각화, 세계화 경영을 도모했다. 1988년에는 화영을 인수해 임금님표 순창 찹쌀고추장을 개발하고, 커피 전문업체 MJC를 인수해 음료 부문을 강화하는 등 조미료 위주의 기업에서의 변신을 꾀했다.

대상은 현재 21개의 해외 법인을 두고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사진= 대상그룹.
대상은 현재 21개의 해외 법인을 두고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사진= 대상그룹.

1990년대에는 종합식품 전문회사의 면모를 구축해 나갔다. 육가공 제품 미원 햄을 출시하고, 냉동식품 공장을 준공해 식품 사업의 범위를 넓혔다. 1992년에는 군산공장에서 국내 최초로 아스파탐을 생산하는 등 고부가가치 사업에도 눈길을 돌렸다. 1994년에는 베트남에 진출해 인도차이나반도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고, 미국과 네덜란드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등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했다.

종합식품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 전개에도 '조미료 전문'이라는 고정된 소비자 인식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1996년 청정원 브랜드를 출범하고, 1997년에는 현재의 '대상'으로 기업명을 변경하고 종합식품 전문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현재까지도 대상의 글로벌 사업은 활발하다. 대상은 1973년 해외 플랜트 수출 1호를 기록하며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이래 꾸준히 해외 거점을 확대했다. 현재 미국, 중국, 일본, 유럽, 오세아니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홍콩 등에 21개의 해외 법인을 두고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MSG 유해성 논란… 미원은 화학조미료 아닌 '발효 조미료'

큰 인기를 누리던 미원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1990년대 초 럭키(현 LG생활건강)가 맛그린을 출시하면서 내세운 'MSG 무첨가 마케팅'이 발단이 되면서 'MSG는 화학물질이며 무조건 건강에 좋지 않다'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됐다. 이후 미원은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으며 약 20여 년 가까운 세월 동안 정체기를 맞는다.

MSG 유해성 논란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높아지자 신문, 방송 등 다양한 언론매체에서 MSG에 대한 검증에 나섰다. 이를 통해 오히려 MSG에 대한 오해가 풀리고 그 안전성이 재차 입증됐다. 이어서 식약처가 '평생 섭취해도 안전'이라는 MSG 안전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시작했고, 식품첨가물 분류에서도 '화학적 합성첨가물'이라는 내용이 삭제됐다. 

실제로 MSG 계열의 조미료는 화학성분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미생물 발효로 만들어진다. 1995년 미국 식품의약처(FDA)와 세계보건기구가 공동 연구조사를 통해 평생 먹어도 안전한 식품첨가물이라고 판명했다. 

(왼쪽부터) 종가집 김치, 청정원 고추장, 홍초. 사진= 대상 그룹.
(왼쪽부터) 종가집 김치, 청정원 고추장, 홍초. 사진= 대상 그룹.

 

미원 외 '고추장·김치·홍초' 대박 흥행... '안주야·미원라면' 등 MZ세대 타겟 확대

대상은 1997년부터 본격적인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 후 2000년대부터는 '고객중심의 수평조직'을 목표로 '고객 만족을 통한 가치창출'을 경영 핵심 방향으로 설정했다. 특히 품질관리에 대한 철저한 기준을 적용해 순창고추장으로 국내 최초 HACCP 인증을 받았다.  

2006년에는 김치 브랜드인 '종가집'을 인수해 대상FNF를 설립했으며, 이를 통해 냉장사업을 강화했다. 2010년에는 '청정원 마시는 홍초'가 지식경제부 세계 일류상품으로 선정됐으며, 2011년에는 음용 식초의 원조 국가라고 할 수 있는 일본 음용식초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2014년엔 청정원 브랜드를 현재의 디자인으로 리뉴얼하며 브랜드 쇄신을 꾀했다. 제품명을 '감칠맛 미원'에서 '발효 미원'으로 바꾸고, 더욱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담았다. 패키지에도 60여 년간 미원을 상징해왔던 붉은 신선로 문양을 과감히 축소하고, 자연의 느낌을 살리고 원재료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사탕수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MZ세대를 겨냥해 츨시한 미원라면. 사진= 대상그룹.
MZ세대를 겨냥해 츨시한 미원라면. 사진= 대상그룹.

대상은 제품 리뉴얼과 더불어 2014년 11월에는 '밥집 미원' 팝업스토어도 오픈했다. 20~30대 젊은 층에 알리기 위해 홍대 인근에 자리 잡았으며, 발효미원을 넣어 나트륨양을 30% 줄인 국밥을 판매했다.

최근에는 MZ세대를 겨냥해 다양한 변화를 주고 있다. 국내 안주HMR '안주야'를 론칭했고, 2016년 인기 아이돌 김희철을 모델로 '픽 미원' 광고를 진행하기도 했다. 2017년 9월엔 '픽 미원' 2탄인 '오쓸래 미원' 편을 소개하면서 미원의 인기를 이어갔다. 2020년 2월에는 요리 월간잡지 '이밥차'와 손잡고 미원을 활용한 레시피북 '미원식당'을 출간했다.

이외에도 모자, 담요, 양말, 티셔츠 등으로 구성된 미원 굿즈를 출시해 무신사에 입점해 눈길을 끌었다. 또, 감성 편의점 고잉메리와의 협업으로 미원을 활용한 메뉴를 선보이고, 최근엔 '미원라면'을 출시하며 MZ세대 취향을 적극 반영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2021년은 해외법인은 투자 성과 확대에 주력"... 임정배, 식품BU 대표이사 

임정배 대상 대표이사. 사진= 대상.
임정배 대상 대표이사. 사진= 대상.

현재 대상은 임정배 대표이사가 이끈다. 임 대표는 평사원부터 시작해 대상 대표이사에 올라 대상그룹 내 샐러리맨 신화로 불린다.  

임 대표는 1991년 미원통상에 입사해 대상 기획관리본부장과 대상홀딩스 대표이사를 거쳐 대상 식품BU 재경본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2017년 3월 대상 식품 사업 수장 자리에 올랐다. 

취임 당시 해외영업과 재무, 기획에 정통한 그룹 내 전략가로 통했다. 실제로 그는 입사 후 유럽 판매법인(네덜란드) 주재원에서 대상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거치며 관리능력을 검증받은 바 있다. 특히 CFO로 재직할 당시 회사의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 회사 가치·신뢰를 높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공로를 인정받기도 했다.

임 대표 취임 이후 대상의 2012년 영업이익은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이후 5년 연속 1000억원 이상을 달성했고, 매출액도 꾸준히 성장해 2016년 2조 8550억원을 기록했다. 사업구조의 기반을 저비용 고수익 형태로 구축하고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제품과 사업 참여를 통해 최고의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나게 했기 때문이다.

임정배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글로벌 사업 확대 강화를 주문했다. 그는 "해외법인은 투자 성과를 확대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생산·판매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대상은 올해 미국 내 첫 번째 김치 공장을 가동하는 한편 인구 4억명의 중동시장도 공략한다. 현지 메인스트림 유통채널에 종갓집 김치, 두부, 떡류 등을 입점시킨 카타르와 이라크 외에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요르단 등에도 진출하기 위해 현지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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