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성규 前하나은행장, 'UK펀드' 사기 혐의로 피소... 檢 반년째 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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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지성규 前하나은행장, 'UK펀드' 사기 혐의로 피소... 檢 반년째 미적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1.06.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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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영국(UK)펀드 사기 판매' 혐의로 피소
'영국 펀드' 피해자 변호인단 의견서 단독 입수
UK, 설명서에 없는 부실채권에 투자
"풋옵션·보험 안전장치로 걱정없다더니 헛말"
하나銀 헬스케어 설계 前 직원 신씨 개입 정황
변호인 측 "특경법으로 엄히 다스려야"
지성규 전 하나은행장. 사진=시장경제DB
지성규 전 하나은행장. 사진=시장경제DB

금융당국이 상반기 중 헬스케어펀드에 대한 분쟁조정을 예고한 가운데 하나은행이 단독 판매한 '영국(UK)펀드' 피해자들이 지난 1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으로 은행 측을 고소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UK펀드는 위험성 미고지, OEM 의혹, 계약에 없던 투자처, 자금 증발 등 지금까지 알려진 사모펀드 관련 논란이 총망라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소송에 나선 피해자들은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로 투자금 전액을 돌려받기까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10일 취재진은 UK펀드 피해자 변호인이 당국에 제출한 의견서를 입수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소송인단은 지난 1월 22일자로 지성규 전 하나은행장 등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사기), 자본시장범위반(부정거래행위 등의 금지, 부당권유 금지)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UK펀드들은 2018년 5월부터 1년간 하나은행이 단독 판매했다. 판매 규모는 UK VAT, UK 루프탑, UK 신재생에너지펀드 각각 308억원, 254억원, 610억원으로 총 1,172억원에 이른다. 지성규 전 하나은행장은 현재 하나금융그룹 디지털부문 부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지성규 부회장은 2018년 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하나은행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 2019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하나은행장으로 활동해왔다.

UK펀드 피해자 변호인 의견서. 사진=양일국 기자
UK펀드 피해자 변호인 의견서. 사진=양일국 기자

 

"자금은 엉뚱한 투자처로... 일부 증발"

변호인단은 의견서에서 "하나은행은 고소인들에게 UK펀드의 투자처에 관해 객관적인 사실과 다른 거짓된 설명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소인(하나은행)이 제공한 운용보고서 등만 보더라도 UK펀드들은 모두 설명된 투자처와 전혀 다른 곳에 투자됐거나 행방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UK VAT(부가가치세)펀드는 부동산 매수인의 대출에 투자돼야 하고 최장 6개월 이내 환급되는 것으로 안내됐지만 하나은행이 제공한 운용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펀드자금이 VAT와 무관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등에 모두 투자됐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UK 루프탑펀드 역시 엉뚱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로 대출이 이뤄졌고 피고소인 하나은행은 2018년 12월에 이를 인지하고도 고소인(피해자)들에게 안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UK 신재생에너지펀드의 경우, 변호인 측은 운용보고서마다 자금내역이 상이해 펀드 자금 610억원 가운데 적게는 177억원에서 많게는 233억원의 펀드 자금이 소재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 외에도 "(하나은행은) 2019년 12월경 이자 지급이나 6개 신규 사이트 운용을 지속하기 위해 한화 약 80억원의 추가 자금을 수익자들에게 사전 동의 없이 투입했다"고 지적했다.

하나은행 측은 UK펀드 자금이 실제로 안내되지 않은 투자처로 흘러들어갔음을 확인했다. 사진=양일국 기자
하나은행 측은 UK펀드 자금이 실제로 안내되지 않은 투자처로 흘러들어갔음을 확인했다. 사진=양일국 기자

 

"담보·풋옵션... 안전장치들 모두 헛말"

변호인단은 "피고소인 하나은행 PB들은 고소인(피해자)들에게 UK펀드 투자를 권유하면서 원리금 상환을 위한 여러 안전 장치들이 있다고 설명했다"면서 "영국이 망하지 않는 한 원금손실이 날 리가 없다는 표현도 사용했지만 실제 그러한 안전장치들은 존재하지 않았거나 불완전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UK펀드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홍보물. 사진=양일국 기자
UK펀드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홍보물. 사진=양일국 기자

UK VAT펀드의 상품제안서를 살펴보면 부동산 매수자에게 건물 구매가격의 2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 자금을 대여할 시 영국 국세청의 부가가치세 환급 채권이 담보돼 매우 안전하다는 취지로 설명돼 있다.

그러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펀드 매수자가 국세청으로부터 언제든 납입한 부가가치세 전액을 돌려받도록 한 것이 제도적으로 보장된 것은 아니었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 관계자는 "매수자가 영국 국세청에 부가가치세 환급을 신청하면 당국이 얼마나 돌려줄지를 심사하게 된다"면서 "경우에 따라 납입한 것보다 적게 돌려받기도 하며 심사가 길어지는 일도 있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안전한 담보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변호인단은 "부가가치세는 6개월 내 환급되는데 UK VAT펀드의 투자기간이 25~26개월이라는 점도 매우 이상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UK 루프탑펀드는 수직 증축에 투자하면서 연내 인허가가 한건도 나지 않을 경우 연 7%로 원리금 회수 가능한 풋옵션이 있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14일자 하나은행의 사후관리 문건에 의하면 △수직 증축과 무관한 상업시설에 투자됐거나 △이미 매각돼 담보물이 될 수 없는 경우 △매각이 안돼 남아 있는 담보권도 후순위였던 것으로 드러나는 등 당초 설명과 다른 부분이 많았다.

UK펀드 판매시 안내된 안전장치들은 실제로 없거나 부실한 것이었다. 사진=양일국 기자
UK펀드 판매시 안내된 안전장치들은 실제로 없거나 부실한 것이었다. 사진=양일국 기자

UK 신재생에너지펀드는 영국의 에너지 저장시설과 가스발전 시설 건설 프로젝트에 투자하기로 돼있었다. 판매 당시 △인허가 완료된 프로젝트에만 투자해 위험을 사전 차단 △건설 관련 위험대비 포괄적 보험 가입 △매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은행 대출을 통한 대환 등 안전장치가 갖춰져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UK 신재생에너지펀드는 환매 중단, 상환 연기와 함께 원리금과 이자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현재 펀드자금 상당액의 행방이 불분명하며, 하나은행 측이 투자대상 프로젝트가 인허가 여부는 물론 대상 토지의 위치도 설명해주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UK펀드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홍보물. 사진=양일국 기자
UK펀드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홍보물. 사진=양일국 기자

 

"하나은행이 기획·설계·운용"... OEM펀드 의혹까지

변호인단은 일련의 UK펀드들이 하나은행 투자상품부의 피고소인 신모씨에 의해 설계·기획·판촉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모씨는 UK펀드 외에도 환매 중단된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설계에도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하나은행이 판매한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는 이탈리아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의료비 채권(In-Budget Receivavles)에 투자해 안전하게 연 5% 내외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해 1,500억원을 판매한 후 환매 중단됐다.

의견서는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와 관련 △의료 채권 할인율이 1~3%여서 약속한 수익이 불가능 △실제 의료비채권이 아닌 만기가 길고 회수여부가 불투명한 부실 채권(Extra Budget)에 투자 △투자금을 다른 투자자들의 원리금 상환을 위해 사용(돌려막기) 등을 열거하며 UK펀드와의 유사성에 방점을 뒀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이 외에도 변호인 측은 이탈리아 헬스케어 사건과 UK펀드가 모두 역외 펀드 운용사를 통해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이었음을 들어 동일인의 기획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변호인단은 마지막으로 하나은행이 DLF 사태 당시에도 사모펀드 전반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 묵인한 전력이 있고, 정황상 자산운용사와 TRS 증권사들의 공모 가능성이 있다면서 피고소인들에 대한 신속하고 강도 높은 조사를 요구했다.

이번 소송에 원고로 나선 UK펀드 피해자 A씨는 "1월에 소장을 접수하고 여러 경로로 관계당국에 진정을 넣었지만 책임 있는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면서 "사실상 급전 대출과 다름없는 '가지급'으로 피해자들을 회유하는 하나은행의 행태에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엉뚱한 부실채권에 투자한 것은 옵티머스를, 돌려막기는 라임을 닮았다"면서 "이 정도면 현재까지 보고된 사모펀드 관련 비리 의혹들이 총망라된 것으로 보인다"고 논평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17일 50% 가지급을 결정했고 투자금 회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가지급안을 수용한 투자자들은 분조위를 거쳐 보상하고, 나머지는 소송 결과가 나와봐야 구체적인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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