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브러쉬와 山水畵 콜라보, 37살의 나를 찾는 과정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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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브러쉬와 山水畵 콜라보, 37살의 나를 찾는 과정이었죠"
  • 최지흥 기자
  • 승인 2021.06.14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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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 초대석] 이상봉 패션 디자이너 인터뷰
피카소 브러쉬와 콜라보레이션 첫 선
한국적인 감성 담은 산수화 패키지 눈길
AP몰 선론칭, 전량 매진…벌써 2차 콜라보 구상
이상봉 디자이너와 피카소 브러쉬가 콜라보레이션을 출시한 ‘피카소 브러쉬X이상봉 산수화 컬렉션'이 출시와 함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이기륭 기자
이상봉 디자이너와 피카소 브러쉬가 콜라보레이션을 출시한 ‘피카소 브러쉬X이상봉 산수화 컬렉션'이 출시와 함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이기륭 기자

최근 메이크업 브러쉬 브랜드 피카소 브러쉬와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이 출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업계에서는 ‘명품과 명품이 만났다’는 찬사를 보낼 정도로 제품에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피카소 브러쉬가 2006년 파리 컬렉션에서 한글 패션쇼를 전개해 주목받은 이상봉 디자이너와 손을 잡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1998년부터 파리와 뉴욕, 한국을 오가며 세계에 한국의 우수한 패션을 알려온 이상봉 디자니어는 한해 16회에 달하는 패션쇼를 열 정도로 열정이 가득한 인물이다. 특히 국내는 물론 다양한 해외 유명 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해 출시 때마다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에 출시한 ‘피카소 브러쉬X이상봉 산수화 컬렉션’도 AP몰에 선론칭되자마자 전량 매진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자신의 나이는 아직도 37살에 머물러 있다’는 이상봉 디자이너. 그가 2021년 선택한 피카소 브러쉬와의 콜라보레이션에 나선 배경과 특별한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본다.

- 요즘 근황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코로나가 확산됐을 때 초반에는 모두가 당황하고 힘들어 했지만 지금은 많이 극복해 나가고 있다. 이제는 과거의 생활로 환원되며 정상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작년부터 ‘IT’S OK’라는 프로젝트 일환으로 티셔츠나 마스크, 또는 아티스트들과 공동 작업들을 진행했고, 올해는 서울시교육청과 어린이들을 위한 꿈토링 스쿨을 열고 있다. 교장을 맡아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패션과 모델에 대한 꿈을 심어주는 작업이다.

이와 동시에 홍익대학교 패션대학원 원장으로 후학을 지도하면서 이상봉 브랜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이상봉 브랜드를 통해 한국 문화를 세계에 전하는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올해부터는 서울에서 다시 패션쇼를 시작할 생각이다. 작년에 코로나로 연기되었던 한중 패션쇼도 계획 중이다.”

- 그동안 다수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선보여 왔다. 이번에는 피카소 브러쉬와 협업을 했다. 생소한 분야인데, 이유가 있나?

“그동안 라이브 스타일 브랜드를 내세우며 다양한 업종과 협업을 진행해 왔다. 뷰티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다. 파리, 뉴욕 등에서 패션쇼를 진행하면서 헤어와 메이크업 작업이 백스테이지에서 진행되는 모습을 보면서 패션과 뷰티의 연결 부분에 대해 깊은 공감을 했다. 최근 해외에서 K-뷰티가 인정받고 있는 것에도 놀라움과 함께 뿌듯함을 느꼈다.

특히 메이크업은 가장 패셔너블한 패션의 아이템이다. 이번 콜라보는 메이크업 업계의 선두주자인 피카소 브러쉬와 이상봉의 한국적인 패션이 융합돼 화장품 속의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데 의의를 찾고 싶다.

메이크업도 이제는 패션의 한 종류이다. 피카소 브러쉬와 협업을 통해 젊은층들이 좋아하는 파스텔 톤들을 적용해 동양과 서양의 이미지를 조화롭게 해석했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해외를 오가며 비행기 속에서 지나쳤던 알레스카에서 본 풍경 속 빙하가 갖는 순백의 아름다움과 오로라의 신비감을 컬러로 형상화 하고 싶었다"고 패키지 디자인 컬러에 대해 이야기 했다. 사진=이기륭 기자
이상봉 디자이너는 "해외를 오가며 비행기 속에서 지나쳤던 알레스카에서 본 풍경 속 빙하가 갖는 순백의 아름다움과 오로라의 신비감을 컬러로 형상화 하고 싶었다"고 패키지 디자인 컬러에 대해 이야기 했다. 사진=이기륭 기자

산수화 패키지가 인상적이다. 산수화를 선택한 이유나 화이트와 블루 컬러에 담겨 있는 의미가 있나?

“이전 화장품 콜라보레이션에서는 케이스에 한국적인 여러 가지 요소들을 반영해 왔다. 하지만 브러쉬처럼 직접 뷰티 제품에 패키지 디자인을 적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늘이 맑은 산수화나 겨울 산처럼 청량한 느낌을 브러쉬를 통해서 표현하고자 했다. 

산수화는 개인적으로도 많은 의미가 있는 소재다. 평소에도 설악산의 풍경을 좋아해 산수화를 패션쇼 소재로 담은 적도 있다. 컬러에도 나름의 의미가 담겨 있다. 해외를 오가며 비행기 속에서 봤던 알레스카에서 본 풍경 속 빙하가 갖는 순백의 아름다움과 오로라의 신비감을 컬러로 형상화 하고 싶었다.

실제로 생산된 제품의 컬러가 블루에 옥색이 더해지며 깨끗하면서도 신비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정말 잘 나온 컬러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화이트가 더해지면서 한층 더 세련된 느낌이 들었다.

이번 콜라보레이션은 제품을 생산하는 사람도, 제품을 직접 사용하는 사람도, 이 제품을 사용해 누군가의 얼굴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아티스트에게도 새롭게 시작하는 자신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상봉과 피카소 브러쉬가 함께 한 제품을 통해 전혀 새로운 마음과 새로운 감각, 새로운 시작을 경험할 수 있길 기대한다.”

- 이번 콜라보레이션의 기치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들었다. 

“한국에서 한국의 문화라고 생각했던 것이 해외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서양인들에게 아시아의 문화는 매우 비슷하다. 한국과 중국, 일본이 갖는 미술이나 건축 등 다양한 문화들이 중첩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들의 눈에는 먼저 시장을 선점한 나라의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예전에 파리에서 패션쇼를 진행할 때 대나무를 소재로 기획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서양인들의 눈에 대나무는 일본의 문화였다. 이미 일본의 다양한 산업적인 문화가 그들에게 소개됐기 때문에 결국 대나무 소재를 패션쇼에 내놓지 않았다.

최근 K-팝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의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결국 아시아의 문화 콘텐츠가 서양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확고한 시장 선점이 선행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피카소 브러쉬에 녹여낸 한국의 산수화 역시 우리의 문화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시장 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제품으로 세계에 한국의 우수한 문화를 알리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더 많은 이들에게 특별한 제품으로 한국을 알리고 싶다"며 콜라보레이션 제품 출시에 대한 강한 의지를 전했다. 사진=이기륭 기자
이상봉 디자이너는 "더 많은 이들에게 특별한 제품으로 한국을 알리고 싶다"며 콜라보레이션 제품 출시에 대한 강한 의지를 전했다. 사진=이기륭 기자

 

최근 화장품뿐 아니라 패션 업계도 콜라보레이션 열풍이 불고 있다.

“그동안 국내외 다양한 유명 기업과 많은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해왔다. 그런 작업들 속에서 1+1은 3이라는 생각을 항상 가지게 됐다. 콜라보는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이야기다. 이번 협업 역시 이상봉과 피카소 브러쉬가 새롭게 만나 기존에 없던 전혀 새로운 뷰티 트렌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소망한다.

오랫동안 패션 업계에 몸담아 왔지만 정작 스스로도 패션을 평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고 싶은 것, 해보고 싶은 것이 많았고 지금도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이제는 패션이 내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더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사회에 봉사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한글 등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활동을 하게 된 것도 이런 이유다. 피카소 브러쉬와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역시 이러한 하나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이들에게 특별한 제품으로 한국을 알리고 싶다.

피카소 브러쉬와 콜라보레이션을 계속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후속 제품에 대한 구상은?

"처음 콜라보레이션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많은 생각을 했다. 아직 구체적인 것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패키지를 시도했으면 한다.

오늘날 K-뷰티는 K-패션에 앞에 설 정도로 성장했다.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한국에 시장 조사를 오고 제품을 직접 구매해 갈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라고 본다. 세계인들에게 한국의 우수한 문화를 알리고 사랑 받는 특별한 제품을 만들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지속적으로 시도해 갈 생각이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남의 것을 따라하는 메이크업이 아니라 스스로의 얼굴을 인정하고 새로운 것을 담는 과정이 메이크업 브러쉬와 함께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진=이기륭 기자
이상봉 디자이너는 "남의 것을 따라하는 메이크업이 아니라 스스로의 얼굴을 인정하고 새로운 것을 담는 과정이 메이크업 브러쉬와 함께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진=이기륭 기자

- 이상봉에게 '패션'이란 무엇인가?

“패션은 꿈이라고 생각한다. 메이크업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옷을 입고, 메이크업을 하면서 꿈을 꾸고, 인생과 아름다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래서 누구나 꿈꾸는 세상,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스스로에게 어떤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는가라는 가치를 부여한다.

나 역시 아직 꿈을 꾸고 있다. 늘 사람들에게 내 시계는 영원히 37살에 멈춰 있다고 이야기 한다. 마지막 은퇴할 때까지 37살로 살고 싶다. 내 시계가 37살에 멈춰 있는 이유는 그 당시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이기도 했지만 그때 처음으로 나 스스로를 분명하게 바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찾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남의 것이 더 커 보이고, 세상에는 천재가 넘쳐 나고, 그들을 질투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를 인정하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된다. 그리고 다른 이들을 인정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피카소 브러쉬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탄생한 이 제품은 나 자신을 찾는 과정과도 연결된다. 남의 것을 따라하는 메이크업이 아니라 스스로의 얼굴을 인정하고 새로운 것을 담는 과정이 메이크업 브러쉬와 함께 하길 바란다. 나만의 개성이, 그리고 나를 위한 메이크업이 가능한 시간. 이상봉과 피카소 브러쉬가 함께 한 이번 제품 속에서 나를 찾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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