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인수전' 재점화... 産銀 이동걸, 헐값 매각 동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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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인수전' 재점화... 産銀 이동걸, 헐값 매각 동의할까
  • 신준혁 기자
  • 승인 2021.06.0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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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흥·스카이레이크·한앤컴퍼니 등 원매자 물망
주가 반토막... 공적자금 3조2천억 회수 난망
'입 다문' KDB인베스트…'先 기업가치 제고·後 매각' 고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시장경제DB

최근 재계에서는 대우건설 매각을 두고 인수기업 리스트가 쏟아지고 있다.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는 표정을 숨기고 있고, 새 주인을 찾는 대우건설은 "모른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DB인베스트먼트는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주관사 선정 작업을 시작했다. 매각 주관사는 KDB산업은행 산하 인수합병(M&A)실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증권이다. 회계 자문사는 EY한영이 맡는다. 상장사인 대우건설의 가치 평가를 위해 주관사를 선정한 만큼 실제 매각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으로 풀이된다. KDB인베스트먼트는 공개 경쟁 입찰을 결정했다. 원매자를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인수의향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 총액 9조8000억원에 달하는 대우건설이 M&A 시장에 등장하자 국내외 대기업과 사모펀드 등은 앞다퉈 인수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국내 원매자로는 부동산 시행사 DS네트웍스와 해외 인프라 투자 전문기업 IPM이 합작한 '스카이레이크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이 있다. DS네트웍스는 자문사로 모건스탠리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DS네트웍스는 2017년 대우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투자설명서(IM)를 받기도 했다.

재계 서열 47위 중흥그룹도 유력한 인수자로 떠오르고 있다. 중흥은 대우건설 인수전마다 이름을 올리는 기업이다. 

중흥은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LOI(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인 중흥토건의 자금력을 포함해 2조원의 인수금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신년사가 대우건설 인수설에 불을 지폈다. 정 회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3년 내 대기업 인수를 통해 재계 서열 20위 안에 진입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대우건설 등 글로벌 역량을 갖춘 대기업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을 헐값에 인수한 사모펀드 전문회사 한앤컴퍼니도 대우건설 인수전을 눈 여겨보고 있다. 시장관계자들에 따르면 한앤컴퍼니는 전략적 투자자 등과 컨소시엄 구성을 고려하고 있다. 

중국 국영건설사 중국공정총공사(CSCEC), 중동 최대 국부펀드 아부다비투자청(ADIA) 등도 인수를 희망하고 있다. 중국공정총공사는 2017년 예비입찰에 참가했으며 아부다비투자청은 2009년 금호그룹의 대우건설 매각 당시 인수의사를 밝혔다. 

대우건설 을지로 사옥. 사진=대우건설
대우건설 을지로 사옥. 사진=대우건설

 

産銀, 산 가격 보다 싸게 팔까

대우건설 매각설이 3년만에 고개를 들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대우건설 기업가치가 산업은행 인수 당시 보다 낮아져, 공적자금을 얼마나 회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우건설 매각가격은 1조원 후반 대로 추정된다. KDB인베스트가 보유한 주식 수는 2억1093만1209주(50.75%)로, 시가총액 기준 1조7500억원 규모다. 2017년 인수가 유력했던 호반건설이 제시한 금액은 1조6200억원이었다.

M&A 시장에서 인정하는 경영권 프리미엄 30%와 내재 가치를 반영하더라도 산은이 투입한 공적자금 3조2000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다. 산은은 두 차례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해 대우건설 지분을 사들인 만큼, 40% 할인된 현재 주가에 회사를 팔 가능성은 높지 않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대우건설 주가와 자산 등을 재평가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1분기 기준 대우건설 부채비율은 243%로 2019년 부채비율 289%과 비교해 개선됐지만 여전히 높다. 경영상태 등을 종합한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2018년 4위, 2019년 5위, 2020년 6위로 매년 한 단계씩 하락했다.

대기업 집단 순위도 추락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및 공시대상기업집단’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해 34위에서 8계단 하락한 42위를 기록했다.

전체 기업집단 가운데 이랜드(36->45위)에 이어 하락폭이 가장 컸다. 매출채권, 선급비용 감소 등으로 자산이 10조원을 밑돌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도 제외됐다.

1주당 가격은 1일 종가 기준 8350원으로 52주 최저가인 2250원과 비교해 4배 가량 높지만, 산은이 2010년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주가인 1만5000원을 크게 밑돈다.

한편 KDB인베스트는 대우건설 매각에 대해 '선 기업가치 제고, 후 매각'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KDB인베스트 관계자는 "대우건설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원매자라면 언제든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며 "매각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준비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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