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인종차별 용어 '화이트닝'... K뷰티는 여전히 "미백"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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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인종차별 용어 '화이트닝'... K뷰티는 여전히 "미백" 홍보
  • 김보라 기자
  • 승인 2021.06.0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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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 전 제품에 화이트닝 용어 제거
로레알·존슨앤드존슨·유니레버 '동참'
中눈치 국내기업, 용어 탈피 '소극적'
LG생건 '후 공진향 설', 아이소이 패드, 동국제약 센텔리안24 등 '미백(美白) 강조' 여전
사진= 로레알
사진= 로레알

화장품 업계가 '인종차별 흔적 지우기'에 분주하다. 기능성을 표현하기 위해 흔하게 썼던 '미백', '화이트닝'이라는 단어를 지우는 것이다. 미백을 의미하는 '화이트닝'이라는 단어는 백인의 흰 피부를 뜻하는 인종 차별적 표현이다. '미백'을 영어로 직역하면 '스킨 화이트닝(skin whitening)'이지만 부정적 의미로 각인되며 글로벌 뷰티 기업의 마케팅에서 속속 퇴출되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해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전세계적으로 인종차별 인권 운동(Black Lives Matter)이 이어지면서 미백 화장품에 대한 반감도 커지는 실정이다. 먼저 일본 뷰티 브랜드 카오(Kao)는 흑인 인권 운동에 동참하는 의미로 전 제품에서 '미백', '라이트닝' 등 단어를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카오는 일본에서 미백 효과를 설명하는 '비하쿠'라는 단어를 최초로 사용한 화장품 업체다. 미백 제품에 대한 일본 시장의 수요는 여전히 견고한 편이지만, 성별이나 피부 타입 등 다양성을 고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카오 관계자는 "다양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내부 논의한 후 이번 결정을 내렸다"며 "비하쿠라는 용어를 사용해 더 밝은 피부가 좋다는 메시지를 내지 않을 것"라고 말했다.

글로벌 화장품 업체인 로레알도 지난해 백인의 흰 피부와 관련한 마케팅 용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로레알은 피부톤과 관련한 자사 스킨케어 제품의 마케팅 문구에 등장하는 '흰(white)', '미백(whitening)', '밝은(fair)', '페어니스(fairness)', '환한(light)', '라이트닝(lightening)'이라는 단어들을 전부 빼겠다고 선언했다.

존슨앤드존슨도 비슷한 결정을 내렸다. 존슨앤드존슨은 아시아와 중동 등에서 클린앤클리어·뉴트로지나 등 자사 브랜드의 미백 크림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존슨앤드존슨은 "특정 제품들이 '하얗고 밝은 피부가 당신의 고유한 피부 색보다 더 낫다'고 말하고 있음을 인지했다"며 "이것은 우리의 의도가 아니었고 건강한 피부가 곧 아름다운 피부"라며 판매 중단 배경을 밝혔다.

도브 비누와 바셀린으로 잘 알려진 생활용품 제조업체 유니레버도 인종차별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유니레버는 뷰티제품과 위생요품에서 '노멀(Normal)'이라는 단어를 빼기로 했다. 유니레버에 따르면 제품에 '노멀' 단어를 사용했을 때, 상당수 사람이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밝혀져 단어를 지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진= LG생활건강 홈페이지.
사진= LG생활건강 홈페이지.

지난해에는 유니레버 인도 지사에서 판매하던 '피부 미백크림 제품'의 이름을 '글로우 앤드 러블리'로 변경했다. 페어 앤드 러블리는 1975년 인도에서 출시돼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에서 주로 판매되는 피부 미백크림이다.

실제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발표한 '2016년 미국내 K-Beauty 확산 성공키워드' 보고서에 따르면 미백 제품에 주로 쓰이는 단어 '화이트닝'을 '브라이트닝'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인 우월주의적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인종차별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국내 화장품업계는 아직도 '미백'이나 '화이트닝' 단어를 아직까지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LG생활건강은 '후 공진향 설 미백 수분광 쿠션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했다. '후 공진향 설' 라인은 미백 기능성 화장품으로 '미백 진고스틱', '미백 수분크림' 등 미백을 강조한 제품이다. 

아이소이도 미백 기능성 패드인 '불가리안 로즈 블레미쉬 케어 패드'를 출시해 화이트닝 기능성 제품 라인을 확대했으며, 동국제약의 센텔리안24도 최근 화이트닝 기능을 강조한 ‘화이트셀 라인’ 2종을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다수 뷰티 기업들은 미백 화장품을 선호하는 중국시장을 놓칠 수 없어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집중되는 이슈를 눈치보지 않고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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