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욱 회장 신문" 檢 요구에... 法 "새 내용 없으면 의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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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욱 회장 신문" 檢 요구에... 法 "새 내용 없으면 의미 없다"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1.05.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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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 이해욱 회장 사익편취 의혹 사건 7차 공판
검찰 '이 회장 신문' 요청 "형소법상 권리"
변호인 "피고인 심리적 압박 의도... 불허해야"
재판장 "혐의 관련 새로운 내용 없으면 불필요"
법조계 "재판부, 이 회장 유죄 심증 형성 안 돼"
기존 증인 8명 "이 회장 지시·관여 없었다" 
사진=YTN 뉴스 화면 캡처.
사진=YTN 뉴스 화면 캡처.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혐의로 기소된 이해욱 DL(대림) 회장 공판 막바지, 피고인 본인 신문 허용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검찰은 이 부회장 혐의 입증을 위해 필요하다며 피고인 신문을 요구했으나 재판부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이 회장 혐의를 입증할만한 새로운 내용이 없는, 단순한 사실 확인 차원의 피고인 신문은 불필요하다고 본다"며 검찰 측에 피고인 신문 요약본의 사전 제출을 명했다.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김준혁 판사는 27일 14시 DL그룹(구 대림그룹) 이해욱 회장 사익편취 의혹 사건 7차 공판기일을 열고, 피고인 신문에 대한 입장을 위와 같이 정리했다. 

이날 공판 최대 쟁점은 검찰 측이 요구한 이 회장 신문 허용 여부였다.

☞ [대림, 글래드 호텔사업 사건 개요]

건설과 정밀화학 분야를 주업종으로 성장한 대림산업은 2010년대 초반 그룹의 미래먹거리로 호텔사업 추진을 적극 검토했다. 이 회장은 2010년 7월 호텔사업을 전담할 ‘APD(Asia Plus Development)’라는 이름의 법인을 설립했다. 워커힐, 반얀트리 등 국내외 메이저 호텔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엘리트 호텔리어들이 APD 창설 멤버로 합류했다.

APD는 2012년 이후 대림산업의 호텔브랜드 ‘글래드(GLAD)’를 개발하고, 상표 등록을 마쳤다. 대림산업은 2014년 이후 오픈한 자사 계열 호텔에 글래드 브랜드를 적용, 사업을 시작했다. 글래드 호텔의 운영은 대림산업이 100% 출연해 설립한 ‘오라관광’(현 글래드호텔앤리조트)이 맡았다.

대림 측은 오라관광을 통해 APD와 브래드 사용권 계약 등을 체결하고 거래관계를 유지했다. 위 계약에 따라 오라관광은 APD에 브랜드 사용 수수료를 지급했다. 2018년 7월 이 회장은 자신과 일가가 보유한 APD 지분 100%를 오라관광에 무상양도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호탤 브랜드 '글래드'는 대림이 개발한 뒤 그 상표권을 이 회장 일가가 급조한 신설법인 APD에 넘겼으며, 매년 수억원 이상의 금원을 상표권 사용료 등의 명목으로 동 법인에 부당 지급한 것으로 봤다. 공정위는 APD를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대림 측이 보유한 상표권을 APD에 넘기고, 매년 수억원 이상의 금원을 동 법인에 지급하는 과정에 이해욱 회장의 직접적인 지시 내지는 관여가 있었다며, 이 회장과 대림산업 전현직 임직원 등을 공정거래법 위반(총수 사익편취)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공정위의 고발 내용을 대부분 그대로 인용해, 이 회장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글래드호텔앤리조트(구 오라관광) 대표 A에 대한 신문이 예정돼 있었으나 공판 검사 변경으로 일정이 순연됐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이해욱 피고인의 신문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형상소송법에 명시된 권리에 따라 이해욱 피고인을 신문하겠다”고 했고, 변호인단은 “지난 2년여 동안 수많은 조사와 재판에서 새롭게 드러난 사실이 하나도 없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재판장 "단순 확인 차원 피고인 신문 불필요"
기존 증인 8명 "이 회장 지시·관여 없었다" 

양측 주장이 팽팽하자 재판장은 검찰에 피고인 신문 요약본 제출을 요구했다. 

다음은 피고인 신문 관련 검찰, 변호인단 주장과 재판장 발언. 

검찰: 형사소송법 296조의2에 따르면 1심에서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피고인 신문은 당연한 것으로 전제돼 있다. 검찰 조사 단계서 한 진술과 법정 진술이 달라진 점이 있으므로 피고인을 신문해야 한다. 피고인이 신문을 거부할 권리가 있지만 실체적 진실을 위한 절차를 포기할 수 없다. 피고인 신문을 하지 못할 경우 재벌 특혜로 비춰질 수 있어 반드시 진행해야 한다.

변호인: 형사소송법을 잘못 해석한 것 같다. 위 조항은 2008년 개정됐다. 이전에는 필수 절차로 인정됐는데, 지금은 당사자주의 소송 구조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임의 절차로 바뀌었고, 규정도 ‘해야 한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이다. 실체적 진실에 필요한 경우 제한해서 활용할 수 있다. 이 사건 경과를 보면 2017년 9월 공정위 조사가 시작돼서 2019년 9월 고발할 때까지 2년 넘게 이해욱 피고인을 비롯해 관계사 등 폭넓은 조사를 진행했다. 법정에서도 양쪽이 신청한 증인이 8명이다. 방대하게 할 거 다 했는데, 이해욱 피고인의 입을 빌려 실체적 진실이 규명될 게 남아 있는지 의문이다. 피고인 신문 허용이 절차의 비효율을 낳고 있다. 검찰의 요청은 불허돼야 한다.

재판장: 단순 확인(검찰 진술과 공판 진술의 다른 점)하는 차원이라면 (피고인 신문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특히, 피고인의 행위와 직접 관련돼 있는 부분이 아니라면 피고인 신문은 큰 의미가 없다. 검찰이 신문을 하려는 이유는 이해욱 피고인이 이 사건과 관련해 지시‧관여 했다는 것이죠? 직접 지시했거나 관여했다는 부분인가요?

검찰: 네 그렇습니다.

재판장: 변호인단은 이해욱 회장이 직접 지시‧관여했다는 검찰 공소사실이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해욱 회장의 ‘보고’, ‘지시’를 특정할 만한 새로운 내용이 나온다면 신문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기존에 나왔던 부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차원이라면 굳이 신문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검찰: 재판장 말씀에 동의합니다.

변호인: (이해욱 회장이 수수료 협상 등에 직접 지시‧관여했다는) 물적 증거는 없다. 검찰이 피고인 신문을 하더라도 “보고 받지 않으셨습니까”, “지시하지 않으셨습니까” 이런 질문 밖에 없을 것 같다.

재판장: 검찰은 최대한 (신문)내용을 압축적으로 하고, 개략적으로 재판부가 볼 수 있도록 요약본으로 제출해주시죠. 변호인도 준비를 해서 반대신문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니까 미리 제시해 주시죠.

이 사건 공판은 조만간 변론절차를 마무리하고 결심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 사이 오라관광, APD, JOH 등 대림의 호텔사업에 참여한 기업 전현직 임직원 8명이 증인석에 앉았으나 이 회장이 불공정행위를 직접 지시했거나 관여했음을 시사하는 구체적 증언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첫 번째 증인이었던 공정위 조사관을 비롯 8명의 증인 모두 "이해욱 회장의 지시, 관여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부가 변호인단 입장을 인용하긴 했으나 지시 관여 혐의를 인정할 만한 '새로운 사정의 발견'을 전제로 본인신문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며 "법원이 이해욱 피고인 혐의에 대한 유죄 심증 형성 내지 확신이 없다는 반증으로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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