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화장품 시장 성장세... 中 진출 교두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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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화장품 시장 성장세... 中 진출 교두보로
  • 최지흥 기자
  • 승인 2021.06.0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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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거대 시장 중국에서 일본산 인기
중국 진출 교두보, 한국에서 일본으로 전환
4차 한류 열풍 타고 국내 화장품 진출 러시
최근 일본 화장품 시장이 큰 성장세를 보이며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최지흥 기자
최근 일본 화장품 시장이 큰 성장세를 보이며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최지흥 기자

코로나 사태 이후 일본 화장품 시장이 전세계의 중심으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중국 수출 교두보가 한국에서 일본으로 전환되며 해외 유명 글로벌 기업들의 일본 시장 투자가 늘고 있다. 또한, 한국 브랜드들의 일본 진출도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어퓨
최근 일본에서 4차 한류 바람이 불면서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일본 시장 공략이 이슈가 되고 있다. 사진=어퓨

 

4차 한류 열풍 타고 국내 화장품 인기

코로나 확산 속에서도 최근 일본에서는 이른바 ‘제4차 한류’ 열풍이 불면서 한국산 화장품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드라마 ‘겨울연가’로 시작된 1차 한류, 2010년 전후로 소녀시대와 빅뱅 등 아이돌 그룹으로 시작된 2차 한류, 그리고 K-팝·푸드·뷰티 등 다양한 콘텐츠가 1020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던 3차 한류에 이어 방탄소년단으로 대표되는 K-팝과 OTT 서비스를 통해 일본의 안방에 자리 잡은 K-드라마로 4차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

다양한 한국의 콘텐츠들이 일본 중장년층과 젊은 층에게 사랑 받으면서 정치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한국산 화장품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2019년부터 시장에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9년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한국 화장품의 일본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32.7%나 성장했다.

기초화장용 제품류 수출액은 약 1억 1,281만 달러(한화 약 1,428억원)으로 전년 대비 29.1% 증가했고, 메이크업용 제품류는 약 8,936만 달러(한화 약 1,131억원)로 35.5% 증가했다.

일례로 2019년 11월 2주 동안 일본의 온라인 쇼핑몰 큐텐(Qoo10)에서 판매된 인기 제품 가운데 한국산 화장품은 파운데이션, 시트 마스크, 아이섀도우, 립, 아이브로우 등 5개 카테고리에서 모두 1 위를 차지했다.

한국 화장품의 성장세는 코로나가 확산된 2020년에도 이어졌다. 관세청이 발표한 ‘화장품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2020년 한국 화장품의 일본 수출액은 약 6억 4천만 달러(한화 약 7,275억원) 규모로 전년대비 59.2% 증가했다.

올해도 관세청 수출입 통계를 바탕으로 대한화장품협회가 취합,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일본 수출은 8,239만 달러로 전년대비 49.1%나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전체에서도 1억 9835만 달러로 중국에 이어 일본이 화장품 수출국 2위에 랭크됐다.

최근 일본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산 화장품이 인기를 모으면서 국내 기업들의 일본 진출도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바노바기
최근 일본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산 화장품이 인기를 모으면서 국내 기업들의 일본 진출도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바노바기

 

국내 화장품 기업 일본 진출 러시

일본에서 한국산 화장품이 인기를 끌자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일본 진출도 확대되고 있다. 우선 잇츠스킨은 최근 일본의 대형 화장품사인 카우브랜드숍과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해 일본 판매망 확충의 길을 열었다. 카우브랜드숍은 넓은 판매망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굴지의 화장품사다. 소규모 뷰티숍 위주로 입점했던 잇츠스킨은 이번 계약 체결로 일본 전 지역으로 판매 영역을 확장하고 대표적인 K-뷰티 브랜드로 안착한다는 계획이다.

잇츠스킨은 오는 6월 ‘파워 10 이펙터’ 론칭을 시작으로 일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론칭 시기에 맞춰 공격적인 SNS 마케팅과 카우브랜드숍과의 공동 영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오프라인 매장 입점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일본 내 500개 매장에서 1,300개로 확대해 소비자 접점을 강화할 계획이다. 앞으로 잇츠스킨은 일본의 대표적인 멀티 브랜드 스토어인 로프트(LOFT), 플라자(PLAZA), 도큐핸즈(TOKYU HANDS)와 프레스티지 매장인 미츠코시 백화점, 타카시마야 백화점, 한신 백화점 등에서 만날 수 있다.

애경산업은 최근 일본 온라인 플랫폼 ‘큐텐재팬(Qoo10 Japan)’에 공식 브랜드관을 오픈하고 판매를 시작했다. 애경산업은 큐텐재팬 내 공식 브랜드관에서는 글로벌 인기 브랜드 ‘AGE 20’s(에이지투웨니스)’와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LUNA(루나)’를 입점해 운영한다. 이후 ‘FFLOW(플로우)’, ‘a-Solution(에이솔루션)’ 등의 화장품 브랜드를 추가 입점시킬 예정이다.

바노바기도 올해 3월 일본의 프리미엄 코스메틱 편집샵 크리마레 9개 지점에 입점한데 이어 5월에는 일본 대표 온라인몰인 라쿠텐 브랜드관에 입점했다. 또한 라쿠텐 오픈과 동시에 일본 현지에서 유튜브, 블로그, 뷰티 커뮤니티를 활용한 인플루언서 마케팅과 보도자료 배포 등 다양한 홍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에서 좋은 성과를 얻는 브랜드도 나타나고 있다. 우선 네이처리퍼블릭은 올해 2월, 일본 4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중 하나인 ‘큐텐(Qoo10)’에서 ‘2020 베스트 셀러’로 선정됐다. ‘베스트 셀러’는 올해 큐텐에서 처음 신설한 것으로 지난 한 해 동안 연간 누적 매출과 성장률, 고객 평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한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해 2월 큐텐에 공식 스토어를 오픈했으며 현지 트렌드와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제품 개발과 다양한 프로모션 등을 통해 1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큐텐 입점 두 달 만에 주력 제품인 ‘비타페어C 잡티세럼’을 통해 뷰티 랭킹 1위를 차지하며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네이처리퍼블릭은 이후에도 ‘그린더마 마일드 시카 세럼’, ‘프로터치 킬링 포인트 섀도 팔레트’ 등 기초부터 색조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뷰티 카테고리 상위권을 차지했다.

또한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해 5월 입점한 라쿠텐에서도 소비자 평가 최상위 1% 점포에 수여되는 ‘월간 MVP’에 3차례나 선정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네이처리퍼블릭은 과거 일본에서 모델 장근석을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것 이상의 매출 상승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네이처리퍼블릭의 실적이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마저 하고 있다.

미샤와 어퓨를 운영하고 있는 에이블씨엔씨도 올해 1분기 일본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올해 1분기 일본 법인은 103억원의 매출로 분기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전년 동기(92억원) 대비로는 12% 성장한 것이다. 지난해에도 일본법인은 코로나 악재에도 불구 38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에이블씨앤씨는 어퓨의 새로운 모델로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트와이스의 사나와 다현을 기용해 일본 시장 공략을 가속화 한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어퓨는 2020년 5월 ‘쥬시팡 틴트’를 출시해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쥬시팡 틴트는 올해 2월까지 누적 30만개, 마데카소사이드 크림2X는 5만개 판매를 넘어섰다.

2019년 말 일본 돈키호테에 입점한 듀이트리는 일본 소비자의 선호도를 파악, ‘병풀 100 라인’과 ‘AC 컨트롤 EX 마스크’를 주력으로 판매해 좋은 성과를 올렸다. 올해 4월에는 ‘병풀 100 라인’이 K-뷰티 전용 매대가 아닌 스테디셀러 매대로 변경돼 일본 내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메디힐도 모델인 현빈이 주인공으로 출연한 드라마의 일본 내 인기와 젊은 고객층을 타깃으로 한 차별화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메디힐은 현지법인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한 2017년 대비 2020년 매출이 10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힐의 일본 주력 상품인 ‘N.M.F 아쿠아링 앰플마스크’와 ‘티트리 케어 솔루션 에센셜 마스크’는 일본 최대 화장품 리뷰 플랫폼 앳코스메(@cosme)의 ‘베스트 코스메틱 어워드 2020’에서 시트 마스크팩 부문 소비자 평가 1위와 3위에 올랐으며, 뷰티 정보 어플리케이션 립스(LIPS)의 ‘베스트 코스메틱 2020’ 마스크팩 부문에서도 1위와 2위를 나란히 수상했다.

한편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도 네이버스토어팜 등을 앞세워 일본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에서 일본산 화장품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사진=고세
최근 중국에서 일본산 화장품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사진=고세

 

중국 진출 교두보, 한국에서 일본으로

최근 일본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산 화장품이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화장품 세계 제1의 시장인 중국 공략의 교두보가 한국에서 일본으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2013년 한류 열풍과 함께 한국 화장품이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2018년 중국 수입 화장품 1위에 올렸던 한국은 지난해 일본에 1위를 자리를 내줬다. 

2020년 한국 화장품의 중국 수입은 7.7% 성장에 그쳤지만 일본은 13.3% 증가했다. 실제로 일본의 대(對)중국 화장품 수출액은 2016년 3억6,516만 달러에서 2017년 7억2,328만 달러, 2018년 13억438만 달러로 매년 2배 이상씩 늘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일본이 럭셔리 스킨케어 제품군에서 우위를 점하고, 중국 내 로컬 기업 인수 등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통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중국 내 한류금지령)도 한국에는 악재로 작용했지만, 일본에는 반사이익으로 나타난 것으로 해석했다. 

일본 화장품 시장이 활성화되자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처도 일본으로 선회하고 있다. 또, 국내 화장품 기업들도 일본 시장을 통해 중국에 입성하려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일본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국내 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중국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한풀 꺾이고 있지만 일본과 미국에서는 오히려 매출이 오르고,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중국에서 일본 제품이 인기를 모으고, 관광객들도 일본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어 당분간 J-뷰티가 세계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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