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유기용매 제조, 획기적 사건"... 롯데케미칼-현대차 협업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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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유기용매 제조, 획기적 사건"... 롯데케미칼-현대차 협업할까
  • 최유진 기자
  • 승인 2021.06.0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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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1백억 투자... 충남 대산공장 설비 증설
23년부터 전해액 유기용매 생산... "납품처 확대"
유기용매 생산 국내 전무... 전량 수입 의존
배러리 전문가 박철완 교수 "상당히 의미있는 일"
지난해 11월 정의선-신동빈 회동... 배터리 분야 공조 논의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사진= 이기륭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신동빈 회장이 롯데케미칼의 전기차 배터리용 '전해질 유기용매 소재 사업' 진출을 계기로 미래사업 승부수를 던졌다. 국내 대기업 중 전해질 소재 사업에 뛰어든 곳은 롯데가 유일하다. 스페셜티 소재 사업 확장을 위한 정지작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케미칼은 이달 20일 충남 대산공장 내 전기차 배터리 소재 생산시설 증설에 2100억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했다. 2023년 하반기 완공 예정이다.

공시와 함께 롯데케미칼은 전기차 배터리 소재 사업에 진출한다. 전기차 배터리 '액상 전해질'(전해액)에 들어가는 유기용매 에틸렌 카보네이트(EC)와 디메틸 카보네이트(DMC)를 생산할 예정이다.

전해질 유기용매는 리튬이온 방식 전기차용 배터리 제조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소재 중 하나지만 국내에는 이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전해질 제조 기업들은 중국에서 유기용매를 들여와 사용 중이다. 롯데케미칼 충남 대산공장은 '고순도 산화 에틸렌'(HPEO) 생산 라인을 갖고 있어 에틸렌 계열 유기용매 제조에 유리하다. 

리튬이온 배터리에는 양극제와 음극제 사이에서 리튬이온의 이동 통로 역할을 하는 '전해액'이 탑재된다. 전해액에는 리튬염, 첨가제, 유기용매가 포함된다. 유기용매는 리튬염을 용해해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배터리 전문가인 서정대 박철완 교수는 "국내 기업이 유기용매를 직접 제조한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며 롯데의 새 시장 진출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우리 고유 소재를 개발한다면 용매액 컨트롤과 소재 고도화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곁들였다. 

박 교수는 "롯데케미칼은 HPEO 공정을 이용해 기존 일본, 중국에서 제조하던 석탄계가 아닌, 석유계 유기용매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이미 라인을 보유하고 있다면 제조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롯데케미칼이 찾은 미래 먹거리, '배터리 소재' 사업 

전기차용 배터리는 코로나 위기 이후에도 국내 일자리와 투자를 지탱하고 있는 BBC(배터리, 바이오, 반도체)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ESG 열풍과 더불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 글로벌 점유율 2위, 4위, 6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최근에는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소재 분야 탈(脫) 중국 정책'과 맞물려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액상 전해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평가이다. 전고체 배터리 개발이 한창이지만 새 제품의 안정성과 성능이 시장에서 검증을 받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까지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액상 전해질 기반 배터리가 시장을 주도할 수밖에 없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가 본 궤도에 오를 때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 기간 동안 매출이 나올 수 있다면 긍정적인 분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과의 가격 경쟁에 대해서는 "다양한 판로를 모색 중이지만 아직 시작 단계"라며 "국내를 기준으로 납품처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정의선-신동빈 회동 
'전략적 동맹' 가능성 배제 못해 

롯데케미칼의 전해질 유기용매 사업 진출을 더 거시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견해도 있다. 이번 사업을 현대차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의 하나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그 중 하나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케미칼 경기 의왕공장에서 만나 배터리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 

배터리 내재화를 꿈꾸고 있는 현대차에게도 롯데케미칼과의 협업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폭스바겐, 포드 등 글로벌 전기차 제조사는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 확보를 위해 주요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도 예외가 아니다.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과 협업해 2023년까지 인도네시아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시장경제>와의 통화에서 "납품처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소재·부품·장비 업계는 대규모 투자 전 유력 수요처와의 충분한 교감과 협상을 거친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롯데 측도 최소 한 곳 이상의 공급처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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