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의 '빅픽쳐'... SK넥실리스, 배터리 '삼각편대'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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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의 '빅픽쳐'... SK넥실리스, 배터리 '삼각편대' 완성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1.05.2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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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동박 수요 급증... 1분기 실적, 사상 최대
4㎛ 동박 개발...기술력, 경쟁사보다 5~8년 앞서
美 테슬라 공급 가능성 주목... SK, 배터리 소재 '독립' 상징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시장경제DB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시장경제DB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구상하는 ‘배터리 제국’ 건설에 속도가 붙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2차전지) 완제품을 생산하는 SK이노베이션에 더해 분리막을 만드는 SK아이이티테크놀로지(SKIET)와 음극재에 쓰이는 동박 생산 기업 SK넥실리스를 양 날개로 삼아 핵심 소재에 대한 외부 의존도를 대폭 줄여 나가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룹의 미래를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마다 한 박자 빠른 결단을 내리면서 ‘퀀텀점프’를 이뤄냈던 최 회장의 남다른 ‘감’이 이번엔 배터리 핵심소재 산업을 향하고 있다. 2019년 7월 일본정부가 반도체 등 첨단 소재 및 장비 관련 수출규제를 발표하기 이전부터 SK는 배터리 핵심소재에 대한 '수직계열화'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최 회장이 발굴한 미래먹거리 중에서 ‘신의 한수’로 꼽히고 있는 곳이 바로 'SK넥실리스'이다. 배터리 음극재에 들어가는 동박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최근 전 세계적인 배터리 수요 급증에 힘입어 '귀한 몸'이 됐다. 

SK넥실리스의 전신은 2019년 6월, LS엠트론에서 분사한 후 사모펀드에 매각됐던 KCFT다. SK의 필름·화학·소재 분야 계열사 SKC는 지난해 초 KCFT를 1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변경된 사명은 ‘연결’을 의미하는 라틴어 ‘넥실리스’에서 따왔다. 최 회장은 ‘딥체인지(근본적 변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미래 비전을 사명에 담을 것을 선언했다.     
 

실적으로 증명한 SK넥실리스
해외 생산거점 개척도 '순항'

SK넥실리스는 시기적으로 가장 최근에 합류한, 그룹의 ‘막내’ 계열사지만 실적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하며 ‘효자’로 거듭나고 있다. 

올해 1분기 경영실적 발표에서 SK넥실리스는 매출액 1420억원, 영업이익 167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핵심 소재인 동박의 몸값도 덩달아 뛰었다. SK넥실리스는 여세를 몰아 신공장 증설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SK넥실리스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에 대응해 전북 정읍에 위치한 1~4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5공장을 조기 완공해 가동을 앞당기는 한편, 6공장 건설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전북 정읍 공장은 연간 3만4000t 규모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연간 9000t을 생산할 수 있는 5공장과 6공장이 차례로 증설되면 생산량은 5만2000t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해외 첫 생산기지로는 말레이시아가 낙점됐다. 올해 3월 SKC는 말레이시아 당국과 부지 임대 협약(MOU)을 맺고 해외 생산거점 구축을 공식화했다. 협약에 따라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법인은 KKIP 공단 내에 부지 약 40만㎡를 30년간 임대했다. 

공장이 들어서는 코타키나발루는 사바주 중심지로 수출에 필요한 항구와 국제공항이 있으며 가스, 용수 등 인프라도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력 비용 부담이 낮고 공급이 안정적이라 재생에너지만 사용하는 'RE100'(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 이행에 유리하다. 이곳은 업계 최초로 'RE100 완전 이행 공장'으로 운영된다.

SKC는 이곳에 약 7000억원을 투자, 연 5만t 규모 생산 거점 건설에 착수한다. 2023년부터 상업 가동에 들어가면 2차 전지용 동박 생산능력은 현재의 3배 수준인 10만2000t까지 늘어난다. SKC는 SK넥실리스의 생산능력을 2025년까지 5배 이상 확대한다는 목표다. 미국, 유럽 등에 신공장을 세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SK넥실리스 정읍공장 전경. 사진=SK넥실리스
SK넥실리스 정읍공장 전경. 사진=SK넥실리스

 

글로벌 고객사 사로잡은 '세계최고·최초' 기술력 

SK넥실리스는 동박 분야에서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줄줄이 따라붙는 회사다. 2013년 6㎛(마이크로미터) 두께의 동박을 세계 최초로 양산했고, 2017년에는 5㎛ 동박을 세계 최초로 양산했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4㎛ 동박을 30㎞ 길이로 양산하는 데 성공하며 차별화된 기술력을 입증했다. 

4㎛는 머리카락 두께 약 30분의 1수준에 해당한다. 얇고 길게 만들수록, 쉽게 찢어지거나 구겨지지 않는 '내구성'이 필수적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회사 기술력이 경쟁사 대비 5~8년 정도 앞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동박은 전기자동차 탑재 리튬이온전지의 핵심 소재로, 음극집전체 역할을 하는 얇은 구리막이다. 얇을수록 한정된 배터리 공간에 많은 음극 활물질을 채울 수 있어 고용량화·경량화에 유리하다. 통상적으로 전기차 한 대당 약 40kg의 동박이 쓰인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동박 시장 규모는 2025년 14조3000억원으로 연평균 44%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해 13만5000t 수준이던 자동차 배터리용 동박 수요가 2025년에 이르러 97만 5000만톤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급증하는 동박 수요에 맞춰 SK넥실리스는 고객사 확보에 전방위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 현재 회사로부터 동박을 공급받는 글로벌 배터리 기업은 국내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을 비롯해 일본 파나소닉, 중국 CATL 등이다.  

미국 최대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에도 SK넥실리스의 동박이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김영태 SK넥실리스 대표는 지난달 30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T사에 배터리용 동박을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우리가 직접 들어간다기보다는 일본 파나소닉을 통한 판매가 예상된다“며 ”기본적으로 미국지역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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