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덩이서 황금알 된 '황(黃)'... 정유-배터리社 '황 리사이클링'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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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덩이서 황금알 된 '황(黃)'... 정유-배터리社 '황 리사이클링' 주목
  • 최유진 기자
  • 승인 2021.06.0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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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황유' 관심 늘면서 정유사 탈황설비 확충
황 부산물, 화장품 원료 업체에 염가로 넘겨
LG엔솔·삼성SDI 등 ‘리튬황 배터리’ 개발 총력
‘황’, 리튬황 배터리 양극재 핵심 원료로 쓰여
정유-배터리 업계 협업 가능성 열려 있어
“ESG 중 환경 지표 상승, 긍정 영향 기대”
사진=현대오일뱅크
사진=현대오일뱅크

코로나 이후 정유, 배터리 업계 실적이 호조세를 띄고 있는 가운데 정유사들의 골칫거리였던 '황'이 배터리 업계에서 차세대 핵심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원유 정제 과정에서 분리된 황을 배터리 양극 소재로 재활용할 경우, 각 기업의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지표 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황은 매장량이 풍부해 원가 부담이 낮은 소재로 분류되지만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더 저렴한 가격에 재활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긍정적 검토가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정부가 설정한 목표에 따라 2050년까지 '탄소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탈황설비' 증설에 나서고 있다. 정유사들에게 '황'은 처분해야 할 부산물 내지 폐기물이지만 배터리 업계로 눈을 돌리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꿈의 전지'라고 불리는 '리튬황 배터리'의 주원료가 바로 '황'이기 때문이다. 정유사에겐 비용을 들여 처분해야 하는 애물단지 '황'이 배터리 업계에선 귀하신 몸 대접을 받는 셈이다. 

LG엔솔과 삼성SDI는 빠르면 2025년, 늦어도 2027년까지 '리튬황' 배터리를 상용화하겠다는 로드맵을 밝혔다. 

현재 전기차에 탑재되는 이차전지 '리튬이온 배터리' 양극제에는 니켈(N), 코발트(C), 망간(M), 알루미늄(A)이나 인산철(Ferric Phosphate)이 쓰인다. 국내 배터리 3사는 NCM, NCA, NCMA 방식의 배터리를 생산 중이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중국 브랜드 배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저가형 모델이다. '리튬황 배터리'에는 고가 금속인 코발트나 니켈 대신 '황'이 쓰인다. 황은 무게가 가벼워 양극에 적용했을 때 전지의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특장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고체 전해질을 채택한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더라도, '리튬황 배터리' 활용 폭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리튬황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 대비 무게가 가볍고, 제조단가를 대폭 낮출 수 있어 전기차는 물론이고 드론, 무인기, 플라잉카 등 다양한 제품에 활용도가 높다.  

최승돈 LG에너지솔루션 자동차전지개발센터장은 지난달 진행된 '배터리데이2021'에 참석해 "드론이 리튬황 배터리의 최초 적용 대상이 되겠지만 전기차 적용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유-배터리 업계 협업, ESG 지표 상승 기대

기업 친환경 이미지 제고에 도움 

원유 정제 과정에서 부산물인 '황'은 대량으로 발생한다. 황은 이산화탄소 등 유해물질을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정제유의 품질을 떨어뜨린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탈황' 공정이 필수인 이유이다. 정유사들은 정제 과정에서 얻어진 황 부산물을 화장품 원료 제조 업체 등에 판매한다. 

황 부산물의 용처가 이미 존재하고, 황 자체의 원가도 낮아 배터리 제조사 입장에서 본다면, 굳이 황을 정유사로부터 공급받을 이유가 있느냐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기업의 핵심 평가 지표로 급부상한 ESG를 바탕에 두고 사안을 되짚으면 사정이 다르다. '황의 재활용'은 정유사와 배터리 제조사의 ESG 지표를 끌어 올리는 데 있어 흥미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정유업계와 배터리 업계는 협업 가능성에 긍정적 반응을 내놓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업계의 '황' 시장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향후 시장만 형성된다면 협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도 "황을 현재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납품받을 수 있다면 협력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무엇보다 ESG 산업에 있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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