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핵심·與 잠룡도 "이재용 사면"... 靑 결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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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 핵심·與 잠룡도 "이재용 사면"... 靑 결단할까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1.05.1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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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이재용 사면' 찬성 64~76%
K반도체 위기 속 '이재용 사면론' 확산
"이재용, 日 수출규제 위기 해소에 크게 기여"
멈춰선 삼성, 숫자에 강하지만 역동성 떨어져
반도체 위기 극복, 초격차 경쟁력 회복 '절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 세 번째 공판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 부회장 사면 여론이 커지고 있어 청와대 결단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삼성전자는 이달 12일, '시스템반도체 추가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회사는 기존 투자규모를 133조에서 171조로 대폭 늘려잡았다. 2030년까지 171조원을 쏟아부어 메모리, 시스텐반도체, 파운드리 등 전 부문에 걸쳐 초격차를 강화하겠다는 것이 골자이다. 삼성의 투자 확대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잇따르면서, 그의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여권 대선주자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친문 핵심 중 한명으로 대선 출마를 고민 중인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MBN '정운갑의 집중 분석'에 출연해, 이 부회장 사면론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미·중 관계에서의 백신 문제와 반도체는 세계 기술 경쟁의 정점에 서 있다.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현 상황을 짚었다. 이어 "이 부회장의 역할이 있다면 사면을 긍정 검토할 때"라고 부연했다. 

같은 당 4선 중진 안규백, 이원욱, 양향자 의원도 공개석상에서 이 부회장 사면에 찬성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이원욱 의원은 이달 4일 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부회장 사면론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사면 필요성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강력하게 존재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고민'을 주문했다. 그는 "코로나 상황에서 경제가 매우 불안하고 반도체 위기 극복을 위해 이 부회장 사면을 국민이 요구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죄목으로 수년간 사정당국의 표적이 됐다. 이 부회장 뇌물공여 등 사건의 핵심 쟁점은 '뇌물의 성격'이다. 뇌물의 '적극성' 혹은 '수동성'에 대한 재판부 판단은 심급마다 엇갈렸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올해 1월 이 부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이 뇌물을 요구할 시 거절이 매우 어려운 점 등을 참작한다”면서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했다”는 상호 모순된 판시이유를 밝혀 신뢰도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검찰은 이른바 ‘프로젝트G' 문건을 앞세워 이 부회장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재차 기소했다. 삼성이 범 그룹 차원에서 이 부회장 경영승계를 목적으로 제일모직·삼성물산 주가 조작, 삼성바이오 회계분식 등을 기획·실행했으며, 이 부회장이 이런 사실을 직접 지시했거나 적어도 묵인했다는 것이 검찰 공소 요지이다.  

해당 의혹에 대해 지난해 6월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및 수사중단’을 의결했다. 표결에 참여한 민간전문가 13명 중 10명이 ‘불기소’를 권고했다. 심의에 참여한 민간전문가들의 전언에 따르면, 검찰 수사팀은 '혐의 입증'에 실패했다. 민간전문가들이 '10대 3'이라는 압도적 표차로 불기소를 권고한 사실은 검찰의 수사 부실을 반증한다. 그럼에도 검찰은 수사심의위 제도가 도입된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위원회의 불기소 권고를 거부하고 이 부회장 기소를 강행했다.  

 

이 부회장 '정상급 네크워크'
日 수출규제 당시, 분위기 반전 이끌어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이 부회장의 부재는 작게는 삼성, 크게는 한국 경제 전반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년 전 일본 정부의 무역규제로 국내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산업 생태계가 고사 위기에 내몰렸을 때, 상황을 타개한 숨은 공신 중 한명이 이 부회장이다. 그는 일본 현지 파트너 기업인들을 잇따라 접촉해 해법을 찾는데 몰두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 총수들은 선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끈끈한 인연과 신뢰를 바탕으로 현지 기업인들을 설득, 분위기를 돌려놓는데 매우 큰 역할을 했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인맥’을 적기에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은 삼성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에 결쳐 무척 아쉬운 부분이다. 

이 부회장의 정상급 네트워크는 유명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인도 모디 총리, 베트남 응우옌 쑤언 푹 총리, UAE 실권자 모하메드 빈 자예드 나흐얀 왕세제 등이 이 부회장의 '현직' 국가정상 인맥이라면, 버락 오바마, 조지 H.W.부시, 조지 W.부시 전 미국 대통령 등은 '전직' 정상 인맥이다.

시진핑 주석은 2005년 절강성 당서기 재임 시절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했다. 시 주석과 이재용 부회장은 2014년 7월 서울에서, 같은 해 10월에는 베이징에서 두 차례 만났다. 모디 총리는 한국 방문 당시 이 부회장을 청와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초정했을만큼 인연이 깊다. 19년 2월 모하메드 빈 자예드 나흐얀 왕세제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직접 찾아 시스템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봤다. 사업장 안내는 이 부회장이 맡았다. 

사진=연합뉴스TV 뉴스 화면 캡처.
사진=연합뉴스TV 뉴스 화면 캡처.

 

오너 없는 삼성, 둔해진 발걸음...

전략적 M&A 실종  

이 부회장이 ‘옥중 경영’을 통해 사안을 틈틈이 챙기고 있지만, 한계는 분명하다. 큰 틀에서의 사업구조 개편, 신사업 발굴, 대규모 기업 인수·합병, 글로벌 기업과의 합종연횡 등은 전문기업인이 책임질 수 있는 현안이 아니다. 적어도 한국의 기업문화에서 이런 현안에 답을 내리는 당사자는 '오너'이기 때문이다. 한국 특유의 '오너 경영'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지만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이나 서유럽처럼 전문경영인이 현안을 챙기면 된다는 주장은 한국 기업의 현실을 모르는 순진한 주장이거나, 현실에 대한 의도적 외면이다. '오너 경영'에 뿌리를 둔 한국 기업문화는 한 세기 이상의 전통을 갖고 있다. 오너 경영에 대한 당부 의견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그 존재 자체를 외면하는 건 현실 부정이다. 

삼성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이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2017년 이후 삼성의 전략적 행보는 눈에 띄게 무뎌진 측면이 있다. 2018년 전장기업 하만 인수를 제외하면 최근 3년 사이 굵직한 M&A 사례도 찾기 어렵다. 전문경영인은 눈 앞에 놓인 실적과 숫자에 집착할 수 밖에 없다. 단기간의 실적으로 경영 능력을 평가받는 전문경영인에게 리스크를 감수한 공격적 투자와 글로벌 경쟁기업간 파격적 파트너십을 기대하는 건 무리이다. 과거 삼성은 실패할지언정 도전을 두려워 하지 않았다. 현재 삼성은 숫자에는 강하지만 역동성은 크게 줄었다.

이달 10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 기자회견. 사진=jtbc 뉴스 화면 캡처.
이달 10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 기자회견. 사진=jtbc 뉴스 화면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시작된 사면론 
여론조사 '사면 찬성' 응답 64~76%

이 부회장 사면론은 민의(民意)에서 비롯됐다. 올해 1월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자유의 몸을 만들어 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이 부회장은 지난 몇 년간 수사와 재판, 그리고 옥고까지 치뤘다”며 “이 어려운 난국에 지난 몇 년 동안 수사, 재판, 감옥 등등으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너무도 많이 시달렸고 충분한 반성과 사과도 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삼성의 긍정적인 면으로 ▲국격 상승 ▲수출 확대 ▲조세확보 기여 ▲일자리 제공 ▲코로나 극복 지원 등을 꼽았다. 청원인은 “이 부회장이 자유의 몸으로 경영일선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대통령님께서 선처를 베풀어 주시길 간절히 호소한다”고 했다.

여론조사는 이 부회장 사면론에 대한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이달 10일부터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부회장 사면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64%를 기록했다. ‘반대한다’는 의견은 27%에 그쳤고, 나머지 9%는 ‘모름·무응답’이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이달 11일 시사저널이 여론조사기관 시사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부회장 사면에 찬성하는 비율은 76.0%에 달했다. 반대 응답은 21.9%, 모르겠다는 응답은 2.1%를 각각 기록했다. 조사는 무선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실시됐다. 통계 보정은 올해 3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연령·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림가중)으로 이루어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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