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빠진 철도공단... '수서역세권' 엉터리 공모로 1兆 개발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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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빠진 철도공단... '수서역세권' 엉터리 공모로 1兆 개발 지연
  • 신준혁 기자
  • 승인 2021.05.1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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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공단 직원 황당 실수에 공모일정 차질
'서울신용평가'를 'SCI평가정보'로 오기(誤記)
일부 기업, 법원에 가처분 신청 내 승소
변경 안하고 버티다... 法 판결에 지침 수정
"1조원 대 국가사업... 실수 납득 어렵다"
공단 "단순 오류...문제 없도록 하겠다"
수서역 일대 철도부지. 사진=국가철도공단
수서역 일대 철도부지. 사진=국가철도공단

국가철도공단이 국내 최대 역세권 개발 프로젝트 '서울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 사업'을 공모하면서 '신용평가등급' 허가 기관을 엉터리로 표기해 해당 사업이 한 달 가량 지연되는 일이 발생했다. 일부 기업은 철도공단의 업무 소홀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했다. 한 차례 ‘기업 모시기’에 실패한 철도공단이 담당 직원의 부주의로 행정신뢰도 하락을 자초해 논란이 예상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가철도공단은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 사업의 공모일을 이달 20일로 연기했다. 당초 공모마감일은 지난달 21일까지였다.

철도공단은 올해 1월 공모 설명회에서, 기존 공모지침서 내 오기(誤記)를 인정했다. 사업신청이 가능한 '신용평가등급'을 실제와 다르게 공고한 것이다.

공단의 기존 공모지침을 보면 '신청자격' 부분에서 SCI평가정보,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금융위원회에서 신용평가업을 '허가' 받은 기관만을 인정했다. 즉 위 기업평기기관으로부터 일정 수준 이상의 신용등급을 부여받은 기업으로 사업 참여자격을 제한했다.  

그러나 공단은 위 내용을 [금용위원회에서 '인가' 받은 기관이 부여한 신용평가기관]으로 변경했다. 그러면서 당초 지침에 있던 SCI평가정보를 삭제하고 대신 서울신용평가를 기재했다. 공단이 지침을 통해 기업신용등급 심사 기관을 엉뚱하게 안내한 것이다.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 공모지침서 변경 내용. 사진=국가철도공단.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 공모지침서 변경 내용. 사진=국가철도공단.

지침 변경은 더 있었다. 공단은 지침 제4조(사업계획), 제30조(사업추진 협약 해제와 해지)에서 인용한 '가점' 근거 조문을 '제16조제2항'에서 '제16조제1항'으로 수정했다. 동조 1항은 가점, 동조 2항은 감점 관련 조문이다. 근거 조문을 잘못 인용한 것이다. 

일부 기업은 이를 문제 삼아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대전지법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공단에 공모지침 변경과 공모 일정 연기를 명령했다. 공단은 지난달 1일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 공모지침서 내용 일부변경 사실을 공지했지만, 공모 일정은 변경하지 않았다. 이후 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공모 마감일이었던 21일, 일정 변경을 공고했다.

입찰을 준비하던 기업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일정이 늦어지면서 신용등급 등 신청자격을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사업 참여를 검토 중인 A사 관계자는 “당일 아침에 일정이 연기됐다는 통보를 받아 황당했다”며 “1조원이 걸린 국가사업을 공모하는 데 이런 실수가 나온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단순 오류 사항이 있어 이를 바로 잡아 재공지했고 일정을 변경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은 서울 강남구 수서동 197번지 인근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이 지역을 환승센터·업무·유통·주거시설로 개발하는 데 목적이 있다. 추정사업비만 1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개발 프로젝트이다. 사업신청자는 최소 500억원 이상의 설립자본금을 제시해야 하며, 공단은 3억원의 출자금을 부담한다. 출자회사는 설계, 시공, 감리 등 시행업무를 책임진다.

이 사업은 2015년부터 추진됐으며 내년 상반기 설계와 건축 인허가를 마치고 2023년 8월 이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공단은 지난해 한차례 공모를 실시했지만 참여 기업이 없어 무산됐다. 공모지침이 지나치게 공공성 목적에 치우쳐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토지의 허용용도는 제1·2종 근린생활시설, 의료시설, 교육연구시설, 운동시설, 업무시설이다. 연면적의 60%이상은 지정용도(철도 문화집회 숙박 판매)로만 사용해야 하며 그 외 연면적은 허용용도(업무·운동·교육·의료)로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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