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대기업 맞지만 김범석 총수 아니다"... 34년 낡은 규제만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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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대기업 맞지만 김범석 총수 아니다"... 34년 낡은 규제만 재확인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1.04.30 0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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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 71개 지정
"쿠팡, 법인이 총수"... 미국인 김범석, 규제 피해
한미FTA 위반·이중규제 등 우려, 장고 끝 결론
"구시대 규제, 대기업집단·동일인지정 개선해야"
김 의장 실제 지분율 10.2%... 총수 피했어도 공시의무 여전
쿠팡 김범석 대표. 사진=Milken Institute 유튜브 화면캡처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쿠팡의 총수가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에 "쿠팡 법인"이라고 답했다. 

최근 한 달간 공정위의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 집단)에 쿠팡이 신규 지정되면서 총수 지정과 관련한 논란이 컸다. 정치권까지 나서 지적했지만 공정위는 최초 판단대로 김범석 의장이 아닌 쿠팡 법인을 총수로 지정했다.

 

총수 지정 우려 논란... 고심한 공정위

공정위는 자산 5조원이 넘는 기업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 동일인(총수)도 함께 지정해야하는 공정거래법 규정(제2조 제2호)에 따라 쿠팡의 총수 지정을 놓고 고심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김 의장의 총수 지정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먼저 다음달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최혜국 대우' 위반 논란이다. 이는 미국인 투자자가 제3국 투자자에 비해 불리한 대우를 받아선 안된다는 것으로 김 의장을 미국기업 쿠팡의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로 보면 이를 어기는 것이다. 

또 한국 공정위가 미국 상장사를 감시하겠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쿠팡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 신청서를 제출하며 공정위의 감시 대상이 될 것을 리스크로 보고 했지만 총수 지정은 이를 넘어서는 영역이라는 지적이다. 

더불어 이미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쿠팡은 해당 법률에 따른 규제와 감시를 받고 있는데 공정위가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면 이중규제를 받는다는 형평성 논란도 불거질 우려가 컸다.

공정위가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려는 근거는 76.7%의 의결권이다. 하지만 실제 지분율은 10.2%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33.1%), 그린옥스(16.6%)에 이어 세번째다. 다만 쿠팡 이사회가 김 의장이 창업자인만큼 이를 존중해 '차등의결권'을 부여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동일인지정제도'는 1987년 재벌의 불법적 세습과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위해 도입한 것"이라며 "최근 IT기업들은 전문경영인 체제와 ESG경영 등에 힘쓰고 있고, 순환·상호출자 등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낡은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글로벌 기업의 동일인 지정은 다른 문제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 사진= 공정위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 사진= 공정위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1년 대기업집단 지정결과' 브리핑에서 "쿠팡을 지정하든, 개인 김범석을 지정하든 계열사 범위에 전혀 변화가 없고 사익편취 규제행위도 지금 시점에선 발생가능성이 없다"말했다.

이어 "쿠팡이 제출한 자료를 검토한 결과 현 시점에 김 의장 개인이나 친족이 가진 국내회사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또 김 부위원장은 "아마존코리아와 페이스북 코리아가 자산 5조원을 넘긴다면 지배자는 각각 제프 베조스, 마크 저커버그가 될 것"이라며 "다만 이 둘을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으로 지정해 국내법상 의무를 부여하고 위반시 형사제재 대상으로 지정할지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지정자료 제출 누락이나 왜곡 등은 형사처벌 대상인데, 이런 국내법이 외국인에게 제대로 집행될 수 있을까"라며 "외국인이 국내에 친족이 있을지, 동일인 지정의 실익, 법 집행 실효성 차원에서 문제가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쿠팡은 쿠팡주식회사가 동일인으로 지정된만큼 해외 사업 확장이나 투자에 대한 우려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총수 지정을 피했다고 공시의무가 제외된 것은 아니다. 이번 대기업집단 지정으로 주식보유 현황과 변동사항, 재무구조, 경영활동과 관련된 중요 사항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또한 그동안은 국내 증시 비상장 기업으로 관련 공시 의무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계열사별 지분 구조나 지분 변동 사항을 공시하고 계열사 편입, 제외 등도 신고해야 한다.

쿠팡 관계자는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된 만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관한 규정을 잘 살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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