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5兆, 탑5 증권사와 경쟁"... 하나금투, 초대형 IB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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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금 5兆, 탑5 증권사와 경쟁"... 하나금투, 초대형 IB '초읽기'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1.04.2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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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지주, 5천억 규모 자금 투입 결정
김정태 회장, 비은행 부문 강화 의지
"하나금투 업계 탑티어로 성장시킬 것"
사진=시장경제 DB
사진=시장경제 DB

하나금융지주가 자회사 하나금융투자에 약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여섯 번째 초대형 투자은행(IB)을 노리는 경쟁 판도가 뒤흔들리고 있다.

23일 이후승 하나금융 전무(CFO)는 1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하나금융투자에 대한 5,000억원 규모 출자 계획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룹의 올해 전략 중 하나는 하나금투를 업계 탑티어(Top Tier)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발행어음 시장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지만 IB 부문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다. 자본금 5조원이 되면 탑5 증권사와 경쟁이 가능해진다."

하나금융투자의 5,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가 확정된 순간이다. 이후승 전무는 "하나금투의 자산관리(WM) 규모는 대형사와 비교해 적은 편인데 디지털 분야에서 이러한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목표도 갖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 초 4,99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 자기자본 4조원을 넘기며 초대형 IB에 요건을 채웠다.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 규모는 지난해 말 별도 재무제표 기준 약 4조4,000억원이었다. 이번 증자를 통해 5조원에 가까운 자기자본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현재 자기자본 5조원 이상을 보유한 증권사는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미래에셋대우 5곳 뿐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사진=시장경제DB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사진=시장경제DB

하나금융투자에 대한 대규모 실탄 지원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비(非)은행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김정태 회장은 올해 4연임에 성공하기까지 줄곧 비은행 부문 강화,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을 강조해왔다.

시장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7일 "하나금융투자는 그룹의 전반적인 사업 확대·다각화 전략과 이익 기여도 측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이어 "정부 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그룹의 자체 신용도인 A-와 동일한 신용등급을 하나금융투자에 부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S&P는 "하나금융투자의 사업 확대는 그룹의 비은행 부문 강화를 통한 매출원 다각화 전략에 부합하고 이번 자본확충을 고려했을 때 3월 말 기준 (그룹의) 총 자기자본의 약 16%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돼 비중이 상당한 수준 유지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업계에서는 하나금융투자가 머지않아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평가받는 기업금융부문의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는 시각이다. 발행어음은 자격 요건을 갖춘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자기자본의 200%까지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어음을 뜻한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하기 위해선 먼저 초대형 IB 라이선스가 필요하다.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은 레버리지 비율 규제를 받지 않는다. 조달한 자금은 기업 대출이나 부동산 금융 같은 고수익 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하나금융투자는 초대형 IB 추진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인가 신청 시점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하나금융투자 측은 "이번 증자로 확보된 자금은 IB 경쟁력 강화, 디지털 혁신 가속화, 글로벌 채널 확대 같은 성장전략 추진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디지털·IT·리스크 등 미들 오피스 인프라와 ESG 관련 투자를 확대해 지속가능 경영 체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초대형 IB 고유 업무인 발행어음 사업 진출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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