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력 매체들 "바이든 거부권 불가피"... LG-SK 배터리戰 영향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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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력 매체들 "바이든 거부권 불가피"... LG-SK 배터리戰 영향 주목
  • 양원석 기자
  • 승인 2021.04.0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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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 자동차전문지 'Jalopnik' 등 분석
LG엔솔-SK이노 배터리 분쟁 기사 잇따라 게재 
자국 산업 보호 위한 '거부권 행사 필요성' 강조
"'SK 패소' ITC 명령, 바이든 전략에 걸림돌"
현지시간으로 이달 5일 미 워싱턴포스트는 USITC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수입배제 명령'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필요성을 분석한 기사를 게재했다. 사진=워싱턴포스트 기사 화면 캡처.
현지시간으로 이달 5일 미 워싱턴포스트는 USITC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수입배제 명령'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필요성을 분석한 기사를 게재했다. 사진=워싱턴포스트 기사 화면 캡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수입과 미국 내 생산을 향후 10년간 금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의 ‘영업비밀 침해 사건’ 최종 의결은, 미국 전기차 업계의 중국 의존도를 심화시킬 것이며, 전기차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전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외신 분석 기사가 잇따라 나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유명 자동차전문지 ‘Jalopnik’는 현시시간으로 이달 2일과 5일, 장문의 기사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외신의 논조는 국내 전문가들의 견해와 일치한다. 미국 통상법제와 특허법에 밝은 국내 전문가들은 USITC 최종 의결 직후 “USITC의 수입배제 및 중지명령은 글로벌 전기차 업계의 중국 종속 현상을 가중시킬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 유력지들이 바이든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한을 일주일 가량 앞두고 이같은 기사를 게재했다는 사실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사이 배터리 분쟁을 바라보는 미국 내 여론 흐름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LG에너지솔루션(옛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USITC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의결은 올해 2월 10일 발표됐다. 앞서 지난해 상반기 위원회 행정법판사(ALJ)는 증거조사절차(Discovery) 위반을 이유로, 예비판정을 통해 ‘SK이노 조기 패소’를 결정했다.

위원회는 SK이노 배터리의 수입은 물론이고 미국 내 생산도 금지했다. 명령이 효력을 발생하면 SK이노 조지아 공장은 건설 중단을 피할 수 없다. 변수는 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위원회 최종 의결일로부터 60일 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동 기간 안에 거부권를 행사하면 위원회 최종 의결은 효력을 상실한다. 위 USITC 최종 의결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한은 현지시간으로 이달 11일이다.

 

美 자동차 전문지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초점  

미국의 유명 자동차전문지 ‘Jalopnik’는 현지시간으로 이달 2일, 한 편의 분석기사를 올렸다. ‘The Fed Might Give One Of South Korea's Biggest Battery Suppliers A Pass After All’라는 제목이 붙은 기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위 기사 제목을 풀이하면 ‘美 정부, 한국 최대 배터리 공급사 중 한 곳에 통행권을 줄 수도 있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기사가 말하는 한국 최대 배터리 공급사 중 한 곳은 SK이노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제목에 쓰인 ‘Pass’는 직역하면 ‘통행권’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문맥에 맞춰 의역하면 ‘대통령 거부권’을 뜻한다.

위 매체는 지난달 31일 나온 USITC 기각 결정의 의미를 위 영업비밀 침해 사건과 연결지어 분석했다. USITC는 지난달 31일 LG엔솔이 SK이노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사건 예비판정에서 ‘LG엔솔 조기 패소’를 결정했다. 

[편집자주]

LG엔솔과 SK이노가 미국 현지에서 벌이고 있는 배터리 소송은 크게 나누어 3건이다. 하나는  19년 4월 LG엔솔이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같은해 9월 SK이노가 LG를 상대로 낸 특허침해 소송(1차 사건)이다. 마지막 하나는 1차 사건에 대응해 LG엔솔이 제기한 특허침해 맞소송(2차 사건)이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전술한 것처럼 LG엔솔이 승기를 잡았다. 두 기업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한 만료를 앞두고 치열한 로비전을 펼치고 있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달리 특허침해 사건은 SK이노가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 USITC는 지난달 31일 ‘2차 사건’ 예비판정(Initial determination)을 통해, “SK이노는 LG엔솔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USITC 행정법판사(ALJ)는 LG엔솔의 청구항 중 핵심인 SRS 517 특허와 관련돼, 특허 자체의 유효성은 인정했으나 침해 주장은 배척했다. LG엔솔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다른 3건 특허에 대해선 ‘특허성’을 인정치 않았다. LG 측의 특허침해 청구를 사실상 전부 배척하는 판정을 내린 셈이다.

SK이노가 LG엔솔을 상대로 낸 특허침해 1차 사건 예비판정은 올해 7월 30일 나올 예정이다. 1차 사건이 먼저 접수됐으나 2차 사건의 증거조사절차가 먼저 진행되면서, 예비판정 순서가 바뀌었다.

상당수의 국내 전문가들은 특허침해 사건의 경우, SK이노 측이 한결 유리할 것이란 전망을 이미 내놨다. SK이노가 침해당했다고 적시한 보유 미국특허는 2건, LG엔솔이 특허 침해를 주장한 미국특허는 4건이다. SK이노 특허는 파우치형 배터리의 안정성 및 용량 증가와 관련이 있다. 반면 LG엔솔이 침해를 주장한 특허는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 특허 3건과 양극재 특허 1건이다.

양사간 갈등은 SRS 특허침해 여부를 두고 불거졌다. 2011년 12월 구 엘지화학은 SK이노가 자사의 SRS 특허를 침해했다며 서울지방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냈다. 햇수로 4년 동안 이어진 국내 소송전은 양사가 부제소 합의에 서명하면서 일단락됐다.

당시 국내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각각 LG 측의 특허침해 주장을 배척했다. 특허침해 2차 사건에 대한 USITC 예비판정 역시 LG엔솔의 특허침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내 법원과 동일 혹은 유사한 판단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시장경제>와의 인터뷰에서 “LG측이 핵심 특허로 주장하고 있는 SRS 기술 가치가 과장돼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 LG 측이 (분리막) 특허를 낼 때, 이미 다 나온 걸 왜 내느냐고 반문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LG 측이 핵심 기술이라고 말하는) 유·무기 복합 분리막도 개념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SK이노 특허침해 승소 
다른 소송에 찬물 끼얹어” 

위 매체는 2차 사건 예비판정 결과를 인용하면서 “LG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지난 수요일 ITC 예비판정은 SK에게 생명줄과 같은, 매우 다행스러운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SK가 LG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결은 다른 소송 건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으며, SK의 미국 내 사업을 구제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매체는 “불행하게도, 정치인들은 이 모든 것에 미국의 일자리가 달려 있다는 것을 잊은 듯 보였다”고 밝혀, 브라이언 캠프 조지아 주지사 등 ‘거부권 찬성파’와 입장을 같이 했다.

브라이언 캠프 주지사는 “위원회의 수입배제 및 중지명령은 건설 중인 SK이노 조지아 공장의 건설 중단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SK이노는 26억 달러를 투자에 조지아 주 일대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USITC 명령이 효력을 발생하면 SK이노 조지아 공장 건설 계획은 무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Jalopnik’는 LG엔솔 배터리 탑재 차량의 화재 및 리콜 사실을 언급하면서, 위원회의 명령은 종국적으로 미국 전기차 업계의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K 조지아 공장 문 닫으면 
미국 전기차 생산 연간 5만대 감소” 

워싱턴포스트도 5일 비슷한 논조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신문은 “조지아 공장을 둘러싼 한국 배터리 업체들간 분쟁은 미국 (배터리) 공급망의 약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 전기차 시장을 확대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야심찬 계획이 장애물에 직면했다”고 했다.

특히 워싱턴포스트는 조지아 공장 건설이 무산되는 경우 미국 전기차 업계가 입을 피해 규모를 수치로 나타냈다.

신문은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enchmark Mineral Intelligence) 사이먼 무어스(Simon Moores) 대표의 설명을 인용해 "조지아 공장 문을 닫으면 배터리 공급량은 올해 15%, 2030년 8% 각각 감소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의 전기차 생산능력은 연간 5만 대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어 대표는 "미국 내 공급망 부족으로 전기차를 충분히 생산할 수 없다면 결국에는 중국 등으로부터 수입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공급 부족과 중국산 배터리 점유율 확대는 바이든 대통령이 그리는 산업계 모습이 아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와 희토류, 전기차용 배터리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해외 의존도를 대폭 줄이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위 기사는 구체적 수치를 예로 들면서, 미국 산업 보호를 위해서는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설명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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