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세칙도 없이 말로만"... 깜깜이 금소법에 금융권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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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세칙도 없이 말로만"... 깜깜이 금소법에 금융권 '울상'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1.03.24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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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금융사 CCO 화상간담회 개최
금융사들 "전산시스템 구축도 어려운 실정"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8개 시중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8개 시중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금융감독원이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금융사 금융소비자보호 책임자들과 23일 의견을 나눴다. 금융사들은 당장 판매 절차를 재수립해야 하지만 준비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은경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은 이날 오후 10개 은행, 11개 생명보험사 금융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CCO)들과 비대면 화상간담회를 진행했다. 오는 25일 시행되는 금소법 준비 사항을 점검하기 위한 자리였다.

회의에 참석한 금융사 CCO들은 "금소법 6대 규제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판매 절차를 재수립해야 하고 전산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또한 "금소법 시행 후 6개월이 유예된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화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금융사 CCO들은 "빠른 시간 내에 금소법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감독당국과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현장에선 당장 시행을 앞둔 금소법과 관련해 "사실상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강행되기 때문에 혼란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며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구체적인 기준이 모호해 우선 리스크를 피하는 데 집중할 수 밖에 없다는 푸념도 나온다.

금소법 시행령은 지난 16일 뒤늦게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23일 현재까지 구체적인 시행세칙도 나오질 않았다. 이틀 뒤 본격 적용되지만 금융권은 이렇다 할 가이드라인도 전달받지 못했다. 소비자와 금융사는 물론 금융당국도 명확한 기준을 알지 못한다. 금소법을 두고 깜깜이 법령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반면 강도 높은 규제와 처벌이 뒤따른다. 앞으로 금융사는 6대 판매 규제를 어길 시 관련 수입의 최대 50%를 징벌적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판매 직원은 최대 1억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할 수도 있다. 6대 판매 규제는 적합성·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행위 금지, 허위 과장광고 금지를 골자로 한다. 금소법은 이러한 규제를 모든 금융상품에 확대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예고했다. 하지만 빠듯한 시간 내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쳐야 하는 금융사들은 난감하기만 하다. 영업 위축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규정을 악용하는 블랙컨슈머가 등장해도 지금으로선 막을 도리가 없다.

금융사들의 불만을 의식한 듯 김은경 처장은 "이번 간담회에서 언급된 애로·건의사항은 지속적으로 소통해 해결하고 향후에 당국이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금소법이 금융소비자 권익 증진 뿐 아니라 금융사에 대한 국민적 신뢰 제고의 계기가 되는 만큼 금융권이 합심해 시행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앞으로 3주간 다양한 업권의 CCO들과 접촉해 현장의 의견을 듣겠다는 구상이다. 25일에는 손해보험사, 30일에는 금융투자사, 내달 6일에는 여신전문사, 9일에는 저축은행들과 간담회가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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