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29곳, 前공정위 고위 관료들로 사외이사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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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29곳, 前공정위 고위 관료들로 사외이사 채운다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1.03.2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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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X홀딩스·두산·HDC현산 등 줄줄이 예고
주총서 공정위 관료 대거 선임될 예정
공정위 조사·고발 대응하기 위한 측면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왼쪽). 사진=시장경제DB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왼쪽). 사진=시장경제DB

기업들이 올해에도 주주총회를 통해 공정거래위윈회 출신 고위 전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면적으로는 전문성을 활용한다는 목적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공정위와의 원활한 접촉이나 조사·고발에 대응하기 위한 측면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장사 29곳이 장관급인 공정위원장을 비롯해 부위원장(차관급)과 사무처장·상임위원(1급) 등 전직 공정위 관료들을 사외이사로 두고 있거나 이번 주총에서 선임할 계획이다.

구본준 LG 고문을 중심으로 한 신설 지주사인 LX홀딩스는 오는 5월 강대형 전 공정위 부위원장을 사외이사로 뽑는다. HDC현산과 두산퓨얼셀은 각각 24일과 29일 주총에서 김동수 전 위원장을 선임한다. 김 전 위원장은 2015년부터 두산중공업에서 사외이사직을 맡아왔으나 상법상 임기 제한(6년)이 지나 두산퓨얼셀로 옮기게 됐다. 두산중공업은 대신 배진한 고려대 교수(공정거래학회 부회장)를 선임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도 31일 주총에서 배진철 전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을 선임한다. LG전자는 백용호 전 위원장·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이미 사외이사로 두고 있는데 24일 주총에서 강수진 변호사(전 공정위 송무담당관)를 추가로 선임한다. DB(이동훈 전 사무처장), 현대차증권(손인옥 전 부위원장), 제이에스코퍼레이션(정호열 전 위원장)도 올해 주총에서 임기가 끝나는 공정위 출신 사외이사들을 재선임한다. 손 전 부위원장과 정 전 위원장은 각각 한진과 현대제철 사외이사도 맡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이 밖에도 기업 곳곳에서 공정위 출신이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공정 3법 통과로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이 되는 한진칼은 주순식 전 상임위원을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LG화학은 안영호 전 위원, 롯데케미칼은 정중원 전 위원을 택했다.

현대차는 2015년부터 6년간 이동규 전 처장을 사외이사로 뒀다. 올해부터는 심달호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에게 그 자리를 맡긴다. 현대글로비스도 6년 임기 제한에 걸린 이동훈 전 처장 대신 조명현 고려대 교수(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를 선임하기로 했다. 2019년 3월 안영호 전 상임위원을 2년 임기 사외이사로 선임했던 신세계는 이번에 강경원 감사원 제1 사무차장을 뽑는다.

공정위가 제재에 나설수록 로펌에서 일하거나 사외이사로 재직하는 전관의 일감이 늘어난다는 등, 기업들이 일종의 '로비' 목적으로 전관을 모신다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9년 5월∼2020년 5월 기준 58개 대기업집단 이사회 안건 중 사외이사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한 비율은 0.49%에 불과하다. 내부 감시 기능을 해야 하는 사외이사가 사실상 '거수기'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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