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모셔라", 신동빈 "바꿔라"... 두 오너의 상반된 인사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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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모셔라", 신동빈 "바꿔라"... 두 오너의 상반된 인사 행보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1.03.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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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신동빈·신세계 정용진, 수차례 현장 잠행
경쟁사 콜라보·협업·파격행보에도 롯데 '잠잠'
(좌)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우). 사진=시장경제DB
(좌)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우). 사진=시장경제DB

지난해 경쟁하듯 현장을 잠행하며 살피던 롯데 신동빈 회장과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행보가 올해는 엇갈리고 있다. 발로 뛰며 굵직한 사업을 직접 챙기는 정 부회장과 달리 신 회장은 인사쇄신 등의 칼을 빼든 모양새다.
 

현장서 답 찾는다... 잠행 펼치던 오너들

지난해 코로나로 유통업계 전반에 타격이 심화되자 롯데와 신세계의 오너들은 주말에도 매장을 방문해 현장 목소리를 듣고 개선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5월 일본에서 귀국한 뒤 계열사를 순회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귀국 첫 주말인 5월 23일 잠실 롯데월드몰을 찾고,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어드벤처를 연달아 방문했다. 같은해 6월에는 경기 안성의 롯데칠성음료 스마트 팩토리를 방문했으며, 같은 달 17일에는 '시그니엘 부산' 개관식에 참석했다.

또 7월에는 이틀에 걸쳐 롯데푸드 광주공장과 여수 롯데케미칼 제1공장, 국동 롯데마트 등을 찾았다. 8월에는 주말 하루를 택해 롯데몰 은평점, 롯데슈퍼 프리미엄 공덕점, 롯데백화점 본점 등 3곳을 둘러봤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소수의 수행원만 동행해 매장 곳곳을 살펴보며 직원을 격려하고 고객 반응을 살폈다.

신세계 정 부회장도 롯데시그니엘 부산, 현대백화점 판교점 등 경쟁사 방문을 비롯해 이마트와 스타벅스 등 자사 매장을 방문했다. 특히 정 부회장은 SNS를 활용해 젊은 소비자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었다.
 

시끄러운 신세계, 조용한 롯데

신세계는 올해 초부터 경쟁사 인재를 대거 영입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최영준 티몬 부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를 최고전략책임자로 영입했고, 쿠팡 김일선 라이프스타일 총괄과 이베이코리아 이미연 인사 총괄을 끌어들였다.

1월에는 SK프로야구단을 깜짝 인수하며 주목을 받았다. 정 부회장이 이를 위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직접 만나 인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어 같은 달 말 정 부회장은 네이버 본사를 직접 찾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회동했다. 당시 구체적인 방안을 정하기보다는 다양한 협업 관련해 얘기가 오갔다고 전해졌다. 

회동 이후 두 달여만에 신세계와 네이버는 지분 맞교환을 하며 본격 동맹 체제에 돌입했다. 양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강점을 갖고 있는만큼 향후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올해 내내 조용하던 롯데는 3월 롯데온 수장 경질이란 소식을 전했다. 롯데는 자료를 통해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장이 자진 사의했다고 밝혔다.

조영제 사업부장은 통합 온라인몰 ‘롯데ON’ 등의 사업을 이끌어왔으나,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에 차질을 빚으며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롯데ON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조 부장의 퇴진이 사임이 아닌 경질이라는 것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코로나로 비대면 바람을 타고 온라인 시장이 전체가 급성장했지만 롯데온은 전혀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쿠팡이 전년대비 40%, SSG닷컴이 37% 성장한 반면 롯데온은 전년대비 7% 증가에 수준에 그쳤다.

콜라보와 협업이 업계 트렌드로 떠오르는 상황에서도 롯데는 타 경쟁사에 비해 움직임이 적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야구단 인수와 네이버 협업을 이끌었고, 현대백화점 정지선 회장은 자연친화 백화점을 승부수를 띄우며 파격 행보를 보였지만 롯데 신동빈 회장에게서는 이같은 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업체들이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오너가 직접 뛰며 분주하지만 롯데는 수장 경질 외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며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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