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兆 투자" "SK공장 인수"... LG, '바이든 거부권 행사할라' 로비戰
상태바
"5兆 투자" "SK공장 인수"... LG, '바이든 거부권 행사할라' 로비戰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1.03.18 07: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부권 행사할라' 초조한 LG, 워싱턴서 逆로비
LG-SK '배터리 분쟁' 舌戰... 바이든 거부권 촉각
LG "5조 들여 공장 건설.. SK 조지아공장도 인수"
SK이노 "구체성 없고 공시도 안해, 여론 희석용"
'SK 조지아 공장의 차질없는 건설과 운영'이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를 좌우할 주요 변수로 떠오르면서, LG측은 최근 조지아 공장의 인수 가능성을 언론에 흘렸다. 사진=MBC뉴스화면 캡처
'SK 조지아 공장의 차질없는 건설과 운영'이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를 좌우할 주요 변수로 떠오르면서, LG측은 최근 조지아 공장의 인수 가능성을 언론에 흘렸다. 사진=MBC뉴스화면 캡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의 ‘전기차용 2차 전지 영업비밀 침해 의혹 사건’ 최종 의결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초미의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소송 당사자인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을 상대로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SK이노는 16일 입장문을 통해 “ITC(미국 국제무역위원회) 결정 후 LG엔솔이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저지를 위해 실체를 제시하지 못한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도 모자라 사실 관계까지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SK이노는 “(LG 측의 이런 행태는) 오히려 미국사회의 거부감만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USITC 지난달 10일 최종 의결을 통해,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부품 및 완제품의 수입과 미국 내 생산을 향후 10년간 금지했다. 앞서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구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전기차용 배터리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SK 제조 배터리의 수입과 미국 내 생산을 금지해 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USITC에 제기했다.

위원회의 최종 의결은 ‘SK의 조기 패소’를 결정한 지난해 예비판결에 터잡고 있다. 위원회는 지난해 2월, SK측의 '조기 패소'를 결정했다. '증거 조사절차'(Discovery) 진행 중 SK 측이 일부 증거의 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발견됐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SK이노는 문제된 증거는 이 사건 영업비밀 침해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위원회는 사건 핵심 쟁점인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여부’를 살피지 않고, 증거 조사절차 위반만을 이유로 SK이노 측의 패소를 의결했다. SK이노는 “사건 쟁점에 대한 판단 없이 최종 의결이 나왔다”며 즉각 불복 의사를 나타냈다. 미국 대통령은 USITC의 의결이 나온 날로부터 60일 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거부권이 행사되면 USITC 의결은 효력을 잃는다.

이 사건 진행 과정을 잘 알고 있는 해외 로럼 관계자에 따르면, SK이노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커빙턴 앤드 벌링(Covington & Burling LLP)’은 미국 정가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불가피성을 역설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전기차 경쟁력 확대를 위해서는 SK이노의 조지아 배터리 공장 건설이 예정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엔솔도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덴톤스(Dentons) 등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들을 로비스트로 등록, 워싱턴 정가 인물들을 상대로 전방위 설득에 나섰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와 희토류, 배터리 등 첨단 소재 및 부품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를 대폭 낮추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달 12일 브라이언 갬프 조지아 주지사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거듭 요구하면서 “SK이노의 조지아 공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과 정확히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LG엔솔 깜짝 발표 "5조원대 對美 투자"
SK이노 "공시도 없는 발표"... 여론 희석용 의심  

'SK 조지아 공장의 차질없는 건설과 운영'이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를 좌우할 주요 변수로 떠오르면서, LG측은 최근 조지아 공장의 인수 가능성을 언론에 흘렸다. 

이달 12일 LG엔솔은 2025년까지 5조원을 투자해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2곳 이상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외신에 따르면, 김종현 LG엔솔 사장은 라파엘 워녹 미국 상원의원에게 서한을 보내 'SK이노가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 인수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조지아 배터리 공장을 매개로 하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론 희석을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LG엔솔의 이같은 행보를 SK는 평가절하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미국 내 여론이 형성되자, 그 확산 방지를 위해 진정성 없는 언론플레이에 나선 것으로 SK이노는 보고 있다. 회사 측은 그 근거로, LG엔솔 측의 공시가 없는 점, 가장 중요한 공장 건설 후보지를 밝히지 않은 점 등을 제시했다. 

SK이노는 “시장에서 분석된 바와 같이, 결국 이번 소송의 목적은 SK이노베이션을 미국시장에서 축출하고 자신들의 독점적 지위를 구축하는 데 있다는 점을 공공연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LG엔솔이 겉으로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속으로는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성 없는 투자 발표... K배터리 신뢰 훼손" 

LG의 섣부른 투자 발표가 K배터리에 대한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SK이노 관계자는 "구체성도, 구속력도 없이 발표만 하는 것은 한미경제협력, 특히 미국의 친환경 정책 파트너가 돼야 할 K배터리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SK이노는 “영업비밀 침해로 LG에너지솔루션에 피해가 있다면 델라웨어 연방법원 등 향후 진행될 법적 절차에서 충분히 구제받을 수 있다"며, "미국, 특히 조지아 경제와 일자리를 위험에 빠뜨리는 극단적 결정을 하기 보다는, 분쟁의 당사자만이 법정에서 법률적 이해관계를 정리하는 합리적인 길을 갈 수 있도록 미 대통령이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SK이노 입장문에 대해 LG엔솔도 반박입장문을 내놨다. LG엔솔은 “당사의 이번 소송은 경쟁사의 사업을 흔들거나 지장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회사 측은 “경쟁사가 영업비밀을 침해한 가해기업으로서 피해기업인 당사에 합당한 피해보상을 해야한다는 것이 사안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당초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 확대 기조에 맞춘 미국 투자 계획을 갖고 있었던 만큼, 거부권 행사를 견제하기 위해 실체 없는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브라이언 캠프 주지사는 지난달 12일에 이어 이달 14일 다시 한 번 백악관에 서한을 보내,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캠프 주지사는 "조지아에 건설 중인 SK 배터리 공장은 연방정부 보조금을 전혀 받지 않는 시설"이라며, "공장이 예정대로 가동에 들어가면 향후 6000명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이라고 부연했다. 

SK이노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의 완성차 제조 기업 포드는 배터리 모델 교체 가능성을 일축했다. USITC 최종 의결 직후 미국 재계를 중심으로 '위원회의 판단이 자국 자동차산업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LG엔솔은 전기차 모델 탑재 배터리 모델을 다른 기업 제품으로 교체하면 된다는 취지의 반론을 폈다. 이같은 반론에 포드의 한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모델 교체는 손전등 전지를 갈아끼우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