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벼락거지 될라"... 증시 활황에 증권사 '최대 순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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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벼락거지 될라"... 증시 활황에 증권사 '최대 순익'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1.03.1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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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당기순이익 5조9148억원
국내 수수료 수익 전년比 104.8%↑
외화증권 수수료 수익 전년比 234.4%↑
"올해 변동성 지속, 주식 투자 위험할 것"
사진=시장경제 DB
사진=시장경제 DB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의 당기순이익이 6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4조8,945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찍은지 불과 1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동학·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급증하면서 수수료 수익이 확대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치솟는 주가 속에 월급만 차곡차곡 모았다가 벼락거지 신세가 되는 세태를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57개 증권사의 당기순이익 총합은 5조9,148억원으로 전년 4조8,945억원 대비 20.8% 증가했다. 국내 수탁수수료는 7조924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3조6,288억원(104.8%) 늘어났다.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수익도 전년 1,637억원 대비 3,838억원(234.4%) 증가한 5,475억원을 기록했다.

최대 실적을 거둔 증권사들은 너도나도 배당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대신증권은 최근 보통주 1주당 1,200원의 현금 배당을 결의했다. 시가 배당률은 보통주 8.59%, 우선주 10.91%다. 삼성증권도 보통주 1주당 2,2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1,964억6,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9.4% 늘었다. 메리츠증권의 배당금 총액은 64.03% 증가한 2,226억7,100만원이다. 교보증권의 배당금 총액은 전년보다 54% 증가한 215억1,600만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유례 없는 증시 활황으로 이룬 최대 실적이다. 증권사들이 동학·서학개미운동 덕을 톡톡히 봤다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잃은 청년들의 시선은 증시에 쏠려 있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3년 7개월 간 치솟은 집값은 유주택자를 벼락부자로 만들고 무주택자를 벼락거지로 만들어버렸다.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젊은층은 암울하기만 하다. 평생 월급을 모아도 내 집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소위 소액을 투자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주식 정보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지난해 새로 개설된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 주식 계좌는 47만5,000여개에 이른다. 2015년부터 5년 간 만들어진 32만 계좌보다 많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 탓에 이제 부동산은 엄두가 나질 않는다. 자식들에게 남겨줄 것이 주식 외에는 없다는 판단이 앞서게 된다. 주식 투자는 생활이 팍팍한 젊은층이 벼락거지 신세를 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보루(堡壘)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문제는 증시 활황이 서서히 꺼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9일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미국 국채금리 급상승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지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김용범 차관은 "그동안 국내외 금융시장이 단시간 내 반등한 것은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상당 부분 기인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타 자산가격 책정의 기준점이 되는 미국 국채금리가 빠르게 상승함에 따라 글로벌 저금리 기조가 언제까지 유지될지 시장 참가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사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코스피 2800선 이상에서는 주식시장이 부담스러운 만큼 현금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변동성 장세에서 투자를 할 경우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 역시 "경기침체‧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투자자가 이탈할 경우 높은 수익이 지속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급증한 고객자산의 운용관리·대체투자 자산 부실화 가능성을 두고 주요 위험요인 현황을 상시 관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증권사들은 지난해 라임·옵티머스 환매 중단 등 각종 사모펀드 사태가 발생하면서 영업외비용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증권사의 영업외비용은 1조1,941억원으로 전년(4,411억원) 대비 7,530억원(170.7%)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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