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의 소주한잔] 돼지수육 그 부드러운 육즙도 필템
[답십리 맛집, 성천막국수] 답십리까지 찾아갔다. 고기 고명이 없는 걸 보니 평양냉면은 아니렷다. 그런데 계란 반쪽은 커녕 김가루도 깨가루도 없다. 찬도 달랑 짠지 무가 전부. 동치미에 육수메밀면 한 움큼 덜렁 말아놓았다. 6500원이다. 최저임금제, 주52시간제 등 온갖 규제로 물가가 다 오른 2021년인데…. 오로지 동치미와 메밀 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게지. 동치미 좋다. 달지도 시지도 짜지도 않고 시원한 무 맛에 과일향 살짝…. 메밀향 강력하지 않지만 함량 적당해 먹기 편하다. 막국수인지 동치미말이 국수인지 평양냉면인지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독특하지만 정겨운 맛이다. 아마도 사장님의 모친이 평안남도식 냉면처럼 막국수를 한 것이 아닐까? 김 모락모락 살짝 소금간이 밴 돼지 수육의 육즙과 식감은 갓 잡은 고기의 온전한 맛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그냥 먹고 또 막국수 말아 먹어야 할 ‘필템’이다. 1966년 평남막국수라는 상호로 시작해, 평안남도 성천군 지명을 따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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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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