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제재 12건... 상장 추진 현대중공업, 'ESG 비윤리성' 극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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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제재 12건... 상장 추진 현대중공업, 'ESG 비윤리성' 극복할까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1.03.22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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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올해 하반기 상장 계획 비상등
실적 준수에도... ESG '사회책임' 낙제점 발목
2019년 이후 공정위 각종 갑질 제재 12건
법원, 현대重에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
대금 미지급, 기술탈취, 단가 후려치기 등 유형 다양
현대중공업은 2019년 5월 27일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해 주총현장을 기습 변경해 노조와 대치하고 있는 모습. 사진=시장경제DB
2019년 5월 27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안건으로 상정한 현대중공업 주총 당시 현장 모습. 회사 측의 주총 장소 변경에 노조 측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편집자 주> 현대중공업이 올해 하반기 안으로 코스피에 입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동주관사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들어갔다.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 승인을 통한 ‘국가대표 기업’ 이미지 제고 등 긍정적 측면이 적극 부각되면서, '로또 공모주'라는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대중공업 IPO(기업공개)와 관련돼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정량화된 실적이 아니라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은 기업윤리 측면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18개월 사이 공정위로부터 갑질, 담합, 기술탈취 등의 이유로 여섯 차례 제재를 받았다. 이 가운데 하도급법상 기술탈취 위반 이슈는 법원의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로 이어지기도 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S)는 환경(E), 지배구조(G)와 함께 핵심 평가항목을 구성한다. 국내외 신용평가기관은 ESG 지표를 기업 평가의 새로운 기준으로 삼고 있다. IPO를 앞둔 현대중공업의 명암을 짚어봤다. 

 

공동 주관사, 3곳 선정
외국계 크레디트스위스 참여 

현대중공업(대표 한영석)이 올해 1월 하반기에 코스피 입성을 목표로 KB증권, 하나금융투자, 크레디트스위스증권(CS)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했다. 공모 규모는 전체 지분의 20%인 1조원. 공모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현대중공업 기업가치는 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상장을 통해 마련된 자금은 '친환경 선박' 개발 및 건조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2019년 5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물적분할을 단행, 중간지주회사 한국조선해양(존속회사)과 사업회사 현대중공업(분할 후 신설회사)으로 나뉘어졌다. 상장을 추진하는 현대중공업은 후자(後者)이다. 

현대중공업이 상장되면 계열 중 비상장기업은 '현대삼호중공업'이 유일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내년 이후 현대삼호중공업 IPO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절차 중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외국계 기업인 '크레디트스위스증권'이 공동주관사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조선업종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다. 시장의 관심 부족은 자칫 상장 실패를 초래할 수도 있다. 지난해 친환경 선박부품 전문기업 파나시아는, 시장 호황 속에서도 청약에 실패해 상장이 무산됐다. 회사 측이 공동주관사로 외국계 증권사인 크레디트스위스 이름을 올린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공동주관사를 3곳이나 선정한 사례 역시 이례적이다. 2000년대 이후 공모 규모 9000억원을 상회한 대형 IPO 가운데 주관사를 3곳 이상 선정한 곳은, 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뿐이다.

 

실적은 양호, 문제는 '갑질'

19년 이후 공정위 제재만 12건 

현대중공업 상장 최대 과제는 ESG 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공식적으로 ESG는 상장 평가 지표가 아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기업이 ESG 지표상 문제점이 발견돼 '청약 실패'라는 고배를 마셔야 했다.

현대중공업의 환경(E) 부문 지표는 준수한 편이다.  회사는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수소, 암모니아 등 저탄소 시대를 대비한 친환경 선박을 만들겠다고 이미 공언했다. 자율운항선박 개발과 이중연료추진선 고도화에 나설 계획도 미래 청사진에 포함돼 있다. NICE신용평가사로부터 녹색채권 발행을 위한 최우량 등급 '그린 1'을 받아, 1500억원 규모 자금을 확보했다. 정유계열사 현대오일뱅크도 4000억원 녹색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현대중공업의 친환경 LPG(액화석유가스) 가스추진선 이미지. 사진=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의 친환경 LPG(액화석유가스) 가스추진선 이미지. 사진=현대중공업

그러나 시각을 '사회 책임'(S)으로 돌리면 사정이 다르다.

<시장경제> 취재 결과 현대중공업은 최근 18개월 사이 공정위로부터 갑질, 조사방해, 기술탈취 등을 이유로 6번 제재를 받았다. 법원으로부터 '징벌적 손해 배상' 판결을 받기도 했다. 상장 후보 기업은 한 두 건의 갑질 사건만 터져도 청약 실패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시장이 상장 후보 기업의 윤리 경영 실태를 주목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자료=공정위. 그래픽 디자인=김수정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그래픽 디자인=김수정

사안을 하나씩 살펴보면 현대중공업은 현대건설기계와 함께 2019년 5월 굴삭기 등 하도급 업체 기술자료를 무단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4억3100만원을 부과받고, 법인과 관련 임원 2명이 고발당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하도급업체들에게 선박·해양플랜트·엔진 제조를 위탁하면서 사전에 계약서를 교부하지 않고, 하도급대금을 임의 변경한 사실이 적발돼 208억원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7월에는 중기벤처부에서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으로 선정한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9억7000만원'을 부과 받았다. 같은 해 8월에는 하도급 대금 미지급 혐의로 4억5000만원 상당의 지급명령 처분을 받았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10월에는 하청업체의 기술을 탈취해 시정명령과 2억4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울산지법은 지난해 10월 28일 중소 제조업체 삼영기계가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삼영기계에 총 8억3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삼영기계는 "현대중공업이 2016년 상반기 하도급 대금을 일방적으로 10% 인하하고, ‘하자 발생’을 이유로 일부 대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법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해 배상액을 피해액(3억500만원)의 1.64배인 ‘5억원’으로 결정했다.

 

"현저한 '갑질', 상장심사기준 상 고려 가능성"

현대중공업과 거래 경험이 있는 협력업체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상장을 하면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입을 게 뻔하다. 통상 1~2건의 갑질만으로도 상장이 안되는데, 무려 12건의 갑질을 일삼은 기업이 상장심사를 통과한다면 그 자체가 특혜”라고 비판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상장시 'ESG'를 명시한 평가 기준은 없다. 다만 '질적심사기준'에 '환경보호'나 '투명 경영', '사회적 책임' 등을 들여다보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갑질'은 질적심사기준에 없지만, '공익실현에 반할 정도로 현저한 사항'이라면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우리 그룹은 ESG 경영에 관심을 갖고, 또 실천하고 있다. 협력사와의 상생을 위해서도 꾸준히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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