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피터지게 싸우는 사이... 中 '배터리 덩치' 27배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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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피터지게 싸우는 사이... 中 '배터리 덩치' 27배 커졌다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1.02.24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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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LG-SK 둘다 敗者... 中만 득본다"
ITC 소송비용만 4천억... 시간·비용 소모 심해
CATL 배터리사용량 27배↑... 두달새 11兆 투자
유럽시장 노크하는 中... 한국배터리 위협 현실화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이 무서운 속도로 우리나라 배터리 업체들을 추격하고 있다. 2019년 CATL의 배터리 사용량은 지난해 5.3GWh로 무려 27배나 급증하며 SK이노베이션의 뒤를 바짝 쫒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이 무서운 속도로 우리나라 배터리 업체들을 추격하고 있다. 2019년 CATL의 배터리 사용량은 지난해 5.3GWh로 무려 27배나 급증하며 SK이노베이션의 뒤를 바짝 쫒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기한 '전기차용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사건'이 LG 측의 승리로 일단락되면서, 'K배터리' 최대 경쟁 상대인 중국 기업들이 미소를 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이달 10일, 미국 ITC는 SK이노에 대한 '제한적 수입배제 명령'을 의결했다. 의결의 주요 내용은 ▲SK이노 배터리 완제품 및 부품의 10년간 미국 수입금지(미국 내 배터리 부품 및 완제품의 생산을 포함한다) ▲포드와 폭스바겐에 대한 의결 효력 유예(각 4년, 2년) ▲미국에서 판매 중인 기아차(SK이노 배터리 탑재) 배터리 교체 혹은 수리용 제품의 예외적 수입 허용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일부 예외조항이 포함됐으나 의결의 핵심은 '10년간의 미국 수입금지'라고 할 수 있다. 동 의결이 확정되면 SK이노의 글로벌 사업 전략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ITC 의결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는 SK이노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 배터리 산업 생태계를 뿌리부터 흔드는 악재임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뼈아픈 것은 'K배터리'의 글로벌 경쟁력 훼손을 피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ITC 의결을 앞두고 "집안 싸움 그만하라"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텨저나온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K배터리'의 경쟁력 훼손은 역설적으로 중국 배터리 업계에는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당장 SK이노의 공백을 중국 기업들이 메울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세계 78개국에서 판매된 전기차 탑재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이 가장 많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사용량은 26.8GWh, 점유율은 33.1%로 1년 새 117.7% 늘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용량은 26.8GWh로 전년 대비 282.5% 늘었지만, 점유율은 9.7%에 머물러 4위 수준이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그 사이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은 무서운 속도로 우리나라 배터리 업체들을 추격하고 있다. 2019년 0.2GWh에 불과했던 CATL의 배터리 사용량은 지난해 5.3GWh로 무려 27배나 급증했다. 점유율 역시 0.4%에서 6.5% 상승해 5위에 오르며 SK이노베이션의 뒤를 바짝 쫒고 있는 형국이다.  

CATL은 중국 정부의 지원과 막대한 내수시장을 업고 유럽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가 독일 튀링겐주 에르푸르트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은 올해 안에 가동될 예정이다. 2025년까지 연간 생산능력 목표는 100Gwh.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BMW와 폭스바겐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지난해 CATL은 390억 위안(약 6조6400억 원)을 들여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능력 확충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달 2일에는 신규 공장 및 기존 공장 증설을 위해 290억 위안(약 5조 원)을 추가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두 달간 내놓은 투자 규모만 우리 돈으로 11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업계에선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중국 배터리 기업들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이 '상생'에 초점을 맞춘 해법찾기에 나서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관련 최고 전문가 중 한명인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사태가 장기화되면 두 회사 모두 패자(敗者)가 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박 교수는 “K-배터리라고 우리나라 배터리가 우주 최고인양 떠드는 사이 중국은 잠수함처럼 우리를 사실상 앞질렀을 뿐 아니라, 그 중요하다는 '양극활물질 삼원계 전구체' 산업은 사실상 중국 주력산업이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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